“늦으면 안 되는데 미치겠다.”
18일 오전 9시 15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내 3호선 삼송역 오금행 방면에서 만난 20대 초반 육군 상병 장모 씨와 육군 일병 김모 씨는 발을 동동 굴리며 지하철을 기다렸다. 장 씨의 군 복무지는 전북 임실군의 한 부대이며, 김 씨의 복무지는 광주광역시의 한 부대다. 장 씨는 “복무지가 멀어서 제시간 안으로 부대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장 씨의 마음을 모르는 듯 역내 방송에선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일부 노선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급하신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장 씨와 김 씨가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삼송역으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거대 인파가 오금행 전철을 기다렸다. 30분 정도 시간이 흐른 9시40분쯤 전철이 도착했다. 전철엔 이미 다른 역에서 탑승한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당시 전철을 타지 못하며 원성을 쏟아냈다. 장 씨와 김 씨는 결국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 씨의 사촌 형이 이들의 군 복귀를 위해 자신의 차량을 끌고 삼송역 인근으로 마중 나오기로 했다. 장 씨와 김 씨는 불편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며 다시 삼송역 출구로 발걸음을 돌렸다.
동갑내기 친구인 두 장병은 휴가 일정을 맞춰 나왔다가 복귀일인 이날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준법투쟁(태업)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피해를 직면해야 했다. 철도노조는 태업을 진행함에 따라 이날부터 수도권 전철 등 일부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불가피하게 지연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진 구간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3호선, 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이다. 총 39대 전동차가 예정 시각보다 20분가량 지연 운행됐다. 단 KTX와 일반열차는 모두 정상 운행 중이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난 20대 중반 공군 병장 전 씨도 삼송역에서 만났던 두 장병과 비슷한 경험을 치렀다. 충청북도 청주의 한 부대에서 근무 중인 전 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때 터미널 역에 도착하지 못할 수 있었다”며 “철도노조의 태업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전 씨는 또 “노조의 태업이 저 같은 장병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어떤 누군가는 이번 태업으로 인해 군 복귀 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도 보여 안타깝다”고 했다.
한편, 코레일은 전동열차 운행 현황에 대해 ‘코레일 지하철톡’ 등 지하철 관련 모바일 앱이나 코레일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 가능함을 알렸다. 또 열차 지연증명서가 필요한 경우 ‘코레일 지하철톡’ 및 홈페이지, 역(코레일 관할)에서 발급받을 수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