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넘으면 WTO 이전으로…다가오는 트럼프 新관세장벽 앞에 선 中공산당

남창희
2024년 11월 16일 오후 2:35 업데이트: 2024년 11월 16일 오후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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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인선에 속도를 내면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 2.0 전망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장벽은 1기 때와는 다른 차원의 대중 압박이 될 전망이다.

중국 전문가 친펑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무역전쟁 2.0에서도 관세가 강력한 억제책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관세가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주요 수단이자 공산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친펑은 지난 14일 중화민국(대만) 국가안보국장 차이밍옌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내각 발표에서는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견제라는 최우선 과제가 뚜렷하다”며 중국과 디커플링 재개를 비롯해 무역·공급망 안보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해외의 공급망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옮긴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공통점이 있다. 다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기후 관련 규제를 동결하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호 장벽을 높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두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와스와미를 공동 수장으로 하는 정부효율부를 주축으로 관료주의를 철폐하고 비용 낭비를 줄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축하려 한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 산업은 갈수록 살아남기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친펑은 전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적 분야에서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대외적으로는 중동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유럽이 얽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고 유럽과 중동에 평화를 안착시키는 동시에, 분산됐던 전략적 자원을 인도-태평양으로 집중해 중국 공산당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방향성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고립 조치, 경제 및 무역 디커플링, 공급망 안보 강화, 미국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 등이 포함된다.

관세 장벽을 군사·외교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트럼프의 특징이다. 그는 과거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하면 베이징을 폭격하겠다고 했었으나, 최근에는 대만 침공이 발생하면 대중 관세를 200%로 올리겠다고 했다. 수출길을 막아 경제를 회생 불가로 만들겠다는 경고 메시지로 전쟁의 사전 차단을 시도한 것이다.

친펑 분석가는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책임질 핵심적인 인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주목했다. 보호무역을 강력하게 주창하는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아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을 설계한 인물이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2기 행정부 ‘무역 차르’로 라이트하이저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는 차기 행정부에서도 또 한 번 무역대표부 대표에 기용돼 무역 정책 전반에 대한 감독권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018년 10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트럼프는 내년 1월 취임하는 대로 즉각 관세 정책을 실행하려 한다. 무역대표부 대표는 상원 인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명할 수 있어, 무역 적자를 최대한 빨리 줄이려는 트럼프로서는 가장 손이 가는 카드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가 재선 도전을 선언한 지난해부터 이미 트럼프 2기에 대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언론 및 경제학자들과 설전을 펼쳐가며 관세 인상이 미국과 동맹국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설득해왔다.

그는 한 기고문에서 “전통적인 경제 모델에 따르면, 결코 국내 생산을 자극할 수 없다고 가정한다”면서 “하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트럼프(1기) 관세를 연구한 결과, 모든 산업에서 국내 생산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알렸다.

이어 “(전통적인 경제 모델들에서는) 모두 실물 경제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들”이라며 현실과 괴리된 이론에 매몰된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평범한 근로자들이 처한 곤경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주요 경제학자들은 일제히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다. 대선 막바지였던 지난 10월 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경제학자 23명이 트럼프의 경제 공약, 특히 보편적 관세 인상과 법인세 감면이 “재정적자를 증가시키고 불평등을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중산층 지원’ 경제 공약이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성, 회복, 고용 기회 확대, 공정성 향상 등에 유리하다”며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이는 해리스의 경제 정책에 기대감이 약했던 일반 유권자의 판단과는 대조적이다.

라이트하이저는 경제학자들의 관세 정책 비판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는 올해 초부터 트럼프의 관세 공약을 설명하는 기고문을 발표하고 이를 반박하는 칼럼에 재반박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0월에는 ‘지난 19세기(1801~1900년) 미국의 비약적인 성장이 관세 인하 때문이었다’는 내용의 WSJ 사설을 반박하며 19세기 중후반 미국의 막대한 무역 흑자와 재정 흑자는 관세 대상 상품에 대한 40% 이상 관세를 유지하는 동안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무제한적인 자유무역이 미국의 근면한 노동자들에게 재앙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트럼프가 주장한 것처럼 관세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러한 라이트하이저의 대응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에 토대를 마련하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무역 전쟁 2.0…미중 디커플링 재개·완료

친펑 분석가는 이러한 라이트하이저의 관세 정책이 그대로 도입될 경우, 중국과 멕시코는 투자 위험이 올라가지만 인도와 브라질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무역 전쟁 2.0은 중국에 더욱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무역 전쟁 1.0 역시 초점은 중국이었다. 목표는 중국 공산당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고 상호주의를 달성하며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라이트하이저의 팀은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로 인한 미국의 손실액이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무역전쟁 2.0의 주요 목표 역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통한 미국의 제조업 재건이다. 다만, 무역전쟁 2.0의 포화는 중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의 제조업이 중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등지로 다수 옮겨갔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면 중국에 최대 60%, 멕시코 20%, 기타 교역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10% 관세는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도록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지렛대 역할로 보인다.

일부 경제 전문가와 매체들은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 때와 달리 오히려 시진핑과 협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는 지난 2023년 발행한 책에서 중국과의 기술 협력을 끊고, 국가 간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를 “중국의 무역 흑자가 사라질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전략적 디커플링”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은 영문명 ‘No Trade is Free’이며 ‘공짜 무역은 없다’ 혹은 ‘자유 무역은 없다’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는 ‘자유 무역이라는 환상’이라는 더 근사한 이름으로 출간됐다.

국내 번역본에는 표기되지 않았지만, 이 책의 부제를 보면 라이트하이저의 미중 디커플링 구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책의 부제는 “진로를 바꾸고, 중국에 도전하며, 미국의 근로자들을 지원하라(Change Course, Challenging China, Helping American Workers)”이다.

펜실베이니아의 한 철강 노동자 노합이 지난달 21일 “철강 산업의 미래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우리는 모두 민주당원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트럼프의 당선을 지지한다”고 했다. | AFP/연합

레이건 정책 계승한 라이트하이저 “자유무역은 허상”

경제 문제에 있어 트럼프가 라이트하이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대표적 경제 공약인 중국산 수입품 관세 60%, 보편 관세 10~20%, 멕시코 우회 생산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100% 관세 등은 모두 라이트하이저의 제안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자유무역에 관한 비판적 접근과 보호무역 예찬이라는 라이트하이저의 경제적 관점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 무역대표부 차관으로 무역 협상에 입문하면서 시작됐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연설에서 “자유 무역은 정의상 공정 무역이다. 만약 자국 시장을 다른 나라 수출에 대해 폐쇄한다면 더 이상 자유 무역이 아니다. 정부가 제조업체와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외국 시장에 상품을 덤핑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자유 무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가 미국 제품의 위조나 복제를 허용하면”, “더 이상 자유 무역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자국 기업 보조금 지급과 저가 상품 대량 수출, 외국 기술 절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는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1기 때 중국을 겨냥해 제기했던 문제들이자, 그가 관세 정책을 통해 바로잡으려 했던 사안들이다.

라이트하이저는 지난 2000년 중국에 영구적인 정상무역관계 지위(최혜국 대우)를 부여한 미국의 결정이 미국 경제, 특히 노동자들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내용을 35페이지에 걸쳐 증언했다. 그가 읽은 증언서는 한 줄 띄우기 없이 빽빽하게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약화하고 중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허상에 불과했다. 중국 공산당은 WTO 시스템을 이용해 사회주의 대국을 건설했다.

라이트하이저는 1990년대 말부터 중국의 WTO 가입을 반대했으며, 지금까지 수십 년간 공산주의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18년 라이트하이저가 이끌던 미국 무역대표부는 의회에 제출한 새해 첫 연례보고서 역시 그중 하나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도운 것은 실수였으며 중국이 WTO의 원칙을 어기고 국제 무역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지난해 7월 기사에서 라이트하이저의 정책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경제권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친펑 역시 부정적 관점을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이러한 평가에 동의했다. 그는 라이트하이저가 거액의 무역 적자를 초래한 미국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 경제를 2001년 WTO 가입 이전으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타격 불가피…연간 경제성장률 2%P 하락 전망까지

중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금융서비스 기업인 맥쿼리그룹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후웨이쥔은 관세가 부과된 다음 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8%포인트 급감하고 연간 경제성장률도 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대중 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 등 다른 국가에서 생산,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제품들까지 트럼프가 차단할 경우 중국의 손실은 더 크게 불어나게 된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조사 보고서(리서치 노트)에서 내년도 중국 경제성장률 4.5%에서 4%로 크게 낮췄다. UBS는 전망치를 불과 한 달 만에 낮춘 이유로 트럼프 당선을 밝혔다. 트럼프의 중국산 수출품 고율 관세 공약이 현실화된다고 본 것이다.

친펑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 구상에 관해 중국 공산당이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는 긴장감을 감추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일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축전에 “역사는 우리에게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았다.

친펑은 “중국 공산당은 여유 있는 척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무역전쟁 대비책을 준비 중이지만 시진핑은 미국과 협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협상에 힘을 쓰는 것은 중국 경제가 무역전쟁 1.0 때에 비해 허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현재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지방 은행의 도산 등 금융권 위기로 번지고 있다.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는 계속 쌓여가고 있고 기업의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친펑은 “중국 경제에 암울한 전조가 짙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1차 무역 전쟁 이후 중국 공산당은 기술 자립을 선언했지만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도 자국산 반도체와 대만 제조 반도체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대만 TSMC 창업자 장중무는 언론 인터뷰에서 “본토 칩은 대만보다 5~6년 뒤처져 있다”며 미국의 대중 기술 봉쇄에 찬성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의 많은 정책을 뒤집었지만, 대중 기술 봉쇄는 유지했으며 일정 부분에서는 더욱 높은 장벽을 구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때보다 더욱 강한 기술 봉쇄가 예상된다”고 친펑은 전했다.

중국의 명목상 국민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가 미국 대선 투표일을 앞둔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 신화/연합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트럼프 2기를 맞는 시진핑 정권이 약한 모습을 감추려 애쓰는 주요 원인이다.

친펑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지난 8일 10조 위안(약 1930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지방정부 채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증시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은 이 자금이 실제로 집행될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조차 존재한다”고 했다.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 10월 말에 열리지만 올해는 미 대선 투표일을 사이에 둔 11월 4~8일 열렸다. 대선 결과를 염두에 두겠다는 의중이 분명했다.

회의 전 중국 안팎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결정될 부양책 규모를 1조~10조 위안 범위로 예상했는데, 마지막 날 폐막 기자회견에서 최대치인 10조 위안으로 발표됐다.

친펑은 “이는 트럼프 당선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공산당의 판단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수출경제의 내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극심한 빈부 격차로 소비력을 갖춘 인구는 2억 명 미만이고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어 관세 장벽에 맞설 수단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