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인상안’ 주민투표서 부결 유력

2024년 11월 15일 오후 3:54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11월 5일 대통령 선거와 상하원, 주지사 선거뿐만 아니라 주민 발의안에 대한 투표가 함께 치러졌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1344만 표가 개표된 지난 14일(현지시각) 기준, 최저임금 인상안은 찬성 674만6천 표(48.9%), 반대 720만1천 표(51.1%)로 반대가 2% 포인트 이상 앞섰다.

현재 개표되지 않고 남은 표는 170만 표이며 특정 지역 개표가 끝나고 다른 지역 개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선거구에서 고르게 개표가 진행되고 있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안(주민 발의안 제32호)은 현재 시간당 16달러(약 2만2천원)인 최저임금을 내년 1월 1일부터 18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단, 26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만 적용한다. 2026년 이후부터는 최저임금을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자동적으로 인상하도록 했다.

발의안을 소개하는 정부 공식 홈페이지의 찬성 의견은 서비스업 종사자와 싱글맘이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임금 인상이 필수라며 기업들이 상품 가격을 급격히 올려 2000년 이후 이윤이 100%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장 근로자, 소매점 직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 배달 기사 등 200만 명 이상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임금 인상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측은 최저임금 인상안이 주민 1명의 단독 발의로 상정됐으며, 이 주민이 억만장자로 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물가 인상만 부추겨 생활비 부담을 가중하고 일자리를 없애며 주 정부 예산을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거일 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는 에포크타임스에 자신이 농기계 분야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할 수는 없다”며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더 비싸질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유권자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생활비 부담이 높아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저숙련 노동자 고용이 줄어 문제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 중앙부 센트럴 밸리의 한 서비스 업종 종사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소노마 카운티의 한 유권자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더 많이 벌어야 할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상식적 조치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반대한다는 게 놀랍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유권자들의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비당파적 연구기관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지난 2023년 연구에서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며 저소득층의 물가 상승 대응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저임금 근로자와 고임금 근로자 간 소득 격차(임금 불평등)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입법분석국은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놨다. 분석국은 주민 발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은 광범위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면 다른 임금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금 인상으로 높아진 기업의 비용 부담이 일부 소비자에게 전가되더라도 물가 상승에 미칠 영향은 0.5% 미만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기업 이윤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도 발생할 것이라며 재정적 변동 규모를 연간 총 수억 달러(수천 억원) 규모로 예상했다.

시민단체들도 임금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 전국 규모 단체인 여성 유권자 연맹(LWW)은 웹사이트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수백만 캘리포니아 근로자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임금 인상으로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 시급을 2달러 인상하는 안이 부결되더라도 캘리포니아 전체 일자리의 최저 시급이 16달러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최저 시금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16~23달러로 다양하다.

캘리포니아는 올해 4월 대규모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전국에 60개 이상의 매장을 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는 근로자에게 최저 시급 20달러를 줘야 한다. 기존 16 달러에서 무려 25% 한꺼번에 올린 금액이다.

의료 분야 최저 시급은 올해 10월 발효된 법률에 따라 18달러 이상으로 일괄 인상됐다.

한편, 이번 선거에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포함 10여 개 주민 발의안이 함께 표결됐다. 이 가운데 한인들이 크게 관심을 가졌던 절도범 처벌 강화 방안은 현재 찬성 68.8%, 반대 31.2%로 가결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