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대 제약 카르텔 손본다…보건복지부 장관에 케네디 주니어 지명

남창희
2024년 11월 15일 오후 2:50 업데이트: 2024년 11월 15일 오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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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민주당 출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지명했다.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미국인들은 너무 오랫동안 공중 보건에 관한 속임수,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에 연루된 산업 식품 복합체와 제약 회사들에 짓밟혀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차기 행정부의) 보건복지부는 미국의 압도적인 건강 위기를 불러온 유해 화학 물질, 오염 물질, 살충제, 의약품, 식품 첨가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케네디 주니어는 이들 기관을 최고 기준 과학 연구의 전통과 투명성을 갖춘 길잡이로 회복시켜 만성 질환 확산을 종식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경선에 도전했으나, 민주당 전국위원회(통치기구)가 예비선거를 조작하면서 또 다른 예비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경쟁을 방해한다면서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만성 질환 퇴치, 어린이 건강 개선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번 대선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가 3%포인트 내외 팽팽한 접전을 보이는 가운데, 유권자 5% 지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대선을 석 달 앞둔 8월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철회했다. 그는 만성 질환 퇴치와 어린이 건강 개선을 위해서라면 어느 당과도 협력할 준비가 됐었지만, 민주당은 1년 반 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세를 방해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트럼프 측으로 차기 행정부에서 의료·건강 분야 총괄 직책을 제안받았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트럼프의 연락을 받았다”며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당시 에포크타임스에 만성 질환 전염병으로부터 미국인을 구한다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케네디 주니어 “FDA 직원들, 짐 싸라…서류는 그대로 두고”

보건복지부는 미국 보건·의료 분야 13개 주요 기관을 총괄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국(FDA), 미 국립보건원(NIH) 등이며 이 중 몇 개 기관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여러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미 국립보건원은 코로나19 발병 기원지로 지목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고, 식품의약국은 백신 긴급 승인 과정에서 허술한 임상시험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된 바 있다.

환경 변호사로 활동해 온 케네디 주니어는 그동안 미국의 공중 보건 및 의료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지난 10월에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FDA가 (그동안) 공중 보건을 상대로 벌여온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대선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전쟁’에 관해 “환각제, 펩타이드, 줄기세포, 생우유(raw milk), 고압 (산소) 치료, 킬레이트 화합물, 이버멕틴(구충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비타민, 청정 식품, 햇빛, 운동, 건강기능식품 및 인류의 건강을 증진하지만 제약사 특허가 인정되지 않는 모든 것에 대한 공격적인 억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만 제약사에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유익한 물질이나 치료법을 FDA가 짓누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케네디 주니어는 또한 “FDA에서 근무하며 부패한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린 여러분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며 “하나, 기록을 (폐기하지 말고) 보존하고, 둘, 짐을 싸라”고 했다. FDA를 부패한 집단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사실상 선전 포고를 한 셈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 York Du/The Epoch Times

인선 발표 소문 돌자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사 주가 하락

공식 발표 전,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투자자들은 제약사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14일 오후 모더나는 주가가 6% 하락했고, 노바백스, 바이오엔텍은 각각 7%, 화이자는 3% 하락했다.

아직 장관에 공식 임명되지 않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케네디 주니어의 보건복지부 장관 부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장관 임명은 상원의 인준이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 전체 100석 중 53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인준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번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는 트럼프와 거리가 있는 온건파 존 튠 의원이 선출되는 등 아직 공화당 내부에 트럼프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다만, 트럼프의 기세에 힘입어 상원을 탈환한 공화당이 새 행정부 출범 초반 주요 인선에 제동을 걸 가능성은 낮다.

현재 미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주당 하원의원 출신의 자비에 베세라 전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이다. 그는 보건 분야 경력이 전무했지만 지난 2021년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 인준을 통과해, 바이든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금까지 재직 중이다.

민주당은 케네디 주니어를 “반과학적”이라고 비판해왔지만, 케네디 주니어는 현 보건복지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법조계 출신이자 환경 운동가인 자신이 제약사의 부패와 감독 기관의 방임을 더욱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는 대선 유세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건강한 자녀와 더 건강한 나라를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이는 우리가 공유하는 깊은 관심사”라며 “2년 안에 만성 질환에 대한 부담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난 6일 새벽 연설에서 케네디 주니어를 가리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는 훌륭한 사람이다. 정말로 몇 가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그가 그렇게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오스틴 알론조, 제프 라우더백이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