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미국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대중 관세 인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중국의 대응 전략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 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실행할 경우, 중국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50% 이상 떨어뜨려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전 국제금융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로빈 루크스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 경제의 변화를 달러-위안화 가치 변동 측면에서 예측했다.
루크스 연구원은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그 효과를 상쇄하는 형태로 대응해왔다면서, 향후 트럼프가 대중 관세를 인상하면 역시 같은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이유로 중국산 수입품 상당량에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은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10% 떨어지면서 관세 인상으로 인한 대미 수출품의 가격 상승분이 거의 상쇄됐다.
그 결과 미국 시장에서 수입품 가격에는 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즉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이 발생하지 않았다.
브룩스 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차기 행정부에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면,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 대비 50% 떨어뜨려야 현재의 가격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항하더라도 전례 없는 수준의 위안화 평가 절하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또한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 시장에서는 지난주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강세를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거래가 촉발됐다. 대표적인 거래가 위안화와 유로화에 대한 미국 달러 콜 옵션(가격 상승을 예측한 거래)이다.
미국에서 금융거래 안정성을 책임지는 기관인 증권예탁결제원(DTCC) 자료에 따르면, 유로화/달러화(EUR/USD), 달러화/위안화(USD/CNY) 등 두 통화쌍에 대한 옵션 계약, 특히 콜 옵션 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시장에서는 통화를 거래할 때 두 국가의 통화를 나란히 묶어서 서로의 가치를 비교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로화/달러화 통화쌍은 1유로화를 몇 달러에 매도 혹은 매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유로화의 가치를 달러화로 나타내는 식이다.
달러화/위안화 통화쌍 거래는 콜 옵션이 명목가치 최소 1억 달러(약 1400억원) 규모로 풋 옵션 대비 1.5배 많았다. 투자자들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JP 모건 체이스 싱가포르 지점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 니라즈 아타벨레는 “미국 대선 이후 아시아 지역 시간대에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옵션 거래를 고려하고 있다”며 “달러화, 유로화, 엔화, 역외 위안화 등 통화쌍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는 유리하지만 대규모 자금 이탈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15, 2016년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발생해 막대한 자금이 이탈하자 당시 중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1조 달러(약 1400조원)의 외화보유액을 소모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UBS, JP 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 6곳 예측을 종합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1.5% 하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화권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 촉발된 2018년 당시에 비해 현재 중국 경제의 체질이 약화된 점을 들어 위안화 하락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