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 출신, 라틴계 표심 몰이에 기여했다는 평가
- 대표적 대중 강경파, 트럼프와 정치적 입장 같아
- 공산주의 중국 견제 법안 발의…연구 보고서도 발표
- 中 공산당 약점 정확히 노린 고효율·초강력 정책 예상
미국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에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유력해지면서, 트럼프 집권 2기 대외 정책에 관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1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새 행정부 국무장관에 루비오 의원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에포크타임스 취재진에 확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고 루비오 의원 사무실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발탁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집권 1기 때 마련한 정책들이 2020년 재선 실패로 단절됐던 트럼프 당선인은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전광석화처럼 외교 및 국가안보 분야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직무대행이었던 톰 호먼을 ‘국경 차르’로 지명하고, 유엔 미국 대사에는 공화당 엘리스 스태파닉 하원의원(뉴욕)을 낙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공화당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발탁했다.
왈츠 의원은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대중 강경파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 의원까지 국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외교·국가안보 분야 핵심 관료 2명이 대중 강경파로 채워지게 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지만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면 관세·무역 전쟁으로 요약되는 대중 강경책이다.
아직은 개연성 높은 시나리오에 가깝지만, 트럼프 집권 2기는 더욱 막강하고 효율적인 대중 강경책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바로 루비오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중국 공산당 견제 3법’의 존재다.
“루비오 의원, 트럼프와 정치적 입장 일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요한 특징은 트럼프에 매우 충성스러운 정치인, 기업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공화당과 정부 내부 반발로 주요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던 1기와 다르게 상하원을 장악하고 충성파로 꽉 채운 2기 행정부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틴계(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 의원 역시 상원 내 대표적인 충성파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으나, 지원 역할에 충실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라틴계 표심에 힘입어 승리하는 데에는 루비오 의원의 공도 컸다는 평가다.
루비오 의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문제에 관해서는 탈퇴를 주장한 트럼프와 견해차를 보인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이 독단으로 나토에서 탈퇴할 수 없도록, 상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민주당 의원과 공동 발의,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대다수 문제에서는 트럼프와 정치적 입장이 정확히 일치한다. 국방비 지출 증대,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으로 초래됐다는 관점에 대한 반대, 국경 강화 찬성, 불법 이민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 반대, 낙태 반대, 법인세 인하, 기업 규제 철폐 등이다.
플로리다 지역 신문 ‘썬 센티널’은 2021년 6월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의 모든 말과 행동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아킬레스건’…인권탄압 집중 조명
루비오 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21년 5월 시사지 ‘미국의 전망(The American Prospect)’ 기고문에서 “월가는 공산주의 중국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 공산당의 지정학적 위협과 이에 대한 월가의 방조를 경고했다.
따라서 루비오 의원이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미국의 대중 외교·안보 정책 역시 1기 때보다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루비오 의원은 이미 입법 활동을 통해서도 중국, 특히 중국 공산당에 대한 강한 압박을 추진 해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 7월 말 ‘공산주의 중국 견제 3법’이다.
이 3개 법안은 ‘파룬궁 보호법(Falun Gong Protection Act)’, ‘중국 공산당 저지 법안(STOP CCP Act)’, ‘유엔 특별보고관 자금 금지 법안(UN Special Rapporteur funding prohibition Act)’으로 미국과 동맹국, 우호국의 이익을 수호하고 개인의 신앙을 보호하도록 공산주의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공산주의 중국은 광범위한 악행을 자행해 왔다. 종교 단체와 민족을 상대로 한 집단학살과 강제 불임수술, 낙태를 저질렀으며 주요 광물과 기술을 통제하고 여러 지역 파트너 국가의 주권을 침해했다.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파룬궁 보호 법안’에 관해서는 “이 법안은 비자발(강제)적인 장기 적출에 책임이 있거나 공모한 자, 특히 파룬궁 수련자를 표적으로 삼은 자에 대한 제재를 (정부에) 요구하고, 국무장관에게는 중국의 장기 이식 정책과 관행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유력 국무장관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법안을 고안한 당사자인 만큼, 장관에 임명될 경우 입법 취지를 살린 철저한 실행이 예상된다.
‘파룬궁 보호 법안’은 하원 구두표결을 만장일치로 통과해 현재 상원에 계류돼 있다. 이번 회기 내에 처리되지 않더라도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다음 회기에 다시 발의되면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연구에 기반한 대중 강경론자
파룬궁은 1990년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가 금지돼 지금까지 20년 이상 탄압을 받는 심신 수련법이다. 혹은 수련자들, 수련단체를 가리키는 통칭으로도 쓰인다.
진선인(眞善忍 진실, 선량, 인내)를 원칙으로 삼았지만, 수련자가 많고 공산주의 무신론 이념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심각한 탄압을 받았다. 탄압 방식 중에는 강제 장기적출이라는 끔찍한 형태의 살인도 포함됐다. 수련자들은 각종 고문과 괴롭힘에 시달리다 장기를 적출당해 죽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 의원이 공산주의 중국을 견제하기 방법으로 ‘파룬궁 보호’, ‘강제 장기적출 차단’ 카드를 들고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루비오 의원이 다른 대중 강경파와 다른 점은 중국과 중국 공산당에 관한 철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9월 중국의 경제적 성공에 관한 포괄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거친 6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중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China Made)’를 발표했다(PDF 링크).
그는 보고서 머리말에서 “공산주의 중국은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중에 가장 강한 적”이라며 “우리는 종종 나치 독일, 구소련 등 과거의 적들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작았다는 점을 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기반을 통제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보조금과 마구 훔친 기술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과거에 비해 입지가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해당 보고서는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을 분석하고 이를 뿌리칠 방안을 제시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루비오 의원이 조사와 분석에 근거해 대중 강경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룬궁은 중국 공산당이 ‘텐안먼 학살’, 최고 지도자 개인사 등과 함께 가장 언급을 꺼리고 자국 내부에서 검열이 엄중한 사안으로 꼽힌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로부터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를 지키려면, 이 사안을 정면으로 거론하고 수련자들을 보호하며 강제 장기적출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향후 미국 외교 사령탑 역할을 수행할 그의 대중, 대중공(중국 공산당) 정책을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이자 중국과 지정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대한민국은 더욱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한편, 루비오 의원은 국무장관에 지명될 경우 공화당의 상원 장악이 확정된 다음 회기에서 무난하게 인준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 존 패터슨 의원은 “민주당 동료 의원들도 그의 인준에 투표하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SNS에 밝혔다.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 이 기사는 에바 푸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