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김정은 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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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4년 11월 09일 오후 2:08 업데이트: 2024년 11월 09일 오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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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김정은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답변_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고려대에서 학사·석사, 건국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평화담당관, 미국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 전경련 남북경제교류특별 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18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러-우 전쟁에 파병한 사실을 깜짝 공개하면서 “병력은 이미 러시아로 이동한 3000여 명을 포함하여 연말까지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후 온·오프 라인에는 국정원이 AI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확인한 북한 군인 사진을 비롯해 파병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다양한 영상물과 문서들이 계속 업로드되고 있는데요. 미국도 10월 23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브리핑 등을 통해 공식 확인해 주고 있으며, 파병을 줄곧 부인하던 북한과 러시아도 10월 24일부터 태도를 바꿔 ‘러-북 조약에는 상호 군사 원조 관련 조항이 있다. 이 조항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다(푸틴 대통령)’,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다(김정규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 등의 발언을 통해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규탄과 제재 강화가 불을 보듯 뻔한 파병을 결정한 것은 김정은과 푸틴의 이해관계가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가장 먼저 파병의 모태가 된 건 지난 6월 19일 푸틴이 평양을 방문해 체결한, 이른바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의 제4조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규정입니다.”

“무엇보다 푸틴의 절박한 처지가 제1 핵심 동인(動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특수군사작전(단기 속결전)’으로 명명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어느덧 2년 10개월의 긴 시간이 지나면서 외교적 고립과 탄약·병력 부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군의 누적 사상자 수가 61만 5000명(전사 11만 5000명)에 이른다고 분석했고요. 따라서 강제징집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으로 용병에 상당히 의지해오고 있는 푸틴으로서는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북한군의 도움을 받아 승기를 빠르게 잡아나가는 것이 내년 1월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될 휴전회담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겁니다.”

“김정은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집권 이후 올인하고 있는 핵·미사일 개발 노선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당분간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릴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곤경에 직면해 있죠.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남북한 간 격차와 경제난이 한층 더 심화하고 주민들 사이에 대남 동경심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할 필요성(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의 핵심 배경)이 커지고 있어 모험적인 배팅을 시도한 겁니다.”

-러시아 파병이 김정은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김정은의 러시아 파병은 긍정·부정 두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먼저 긍정적 면으로는 북-러 관계가 혈맹 수준으로 발전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북한판 한-미동맹’, 다시 말해 김정은 체제의 현재 및 미래에 있어 큰 안전판 역할을 할 겁니다. 푸틴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김정은이 도움의 손길을 줬기에 종전 이후에도 양국 간 전방위적인 협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또 장기간의 대북 제재로 외화난·경제난에 시달려온 김정은에게 천문학적 통치 자금과 식량·생필품을 챙길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점입니다. 각종 휴민트를 종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병 대가는 1년간 1만 2000명에게 약 7200억 원 정도입니다. 앞으로 파병 규모가 3만~1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하니 그 액수도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의 통 큰 지원을 받은 푸틴은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정찰위성, 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의 지원을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탱크·전투기를 비롯해 70~80년대 이전 보급된 북한군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6·25 전쟁 이후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한 북한군이 드론(무인기) 전투 등 현대 정규전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도 북한엔 큰 보상이죠. 전통적 후원국 중국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북-중 교역액의 경우 27억 2110만 달러로 전체 교역 규모의 98.3% 수준)를 감소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부정적 측면은 어떻습니까?

“우선 김정은의 파병 결정은 명분이 없고 당당하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북한군이 러시아 군복을 입고, 러시아제 총과 신분증을 지니고 싸우는 계획을 수립했을까요? 야합, 돈을 노린 용병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 또한 주요 문제점이겠죠. 물론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했겠지만, 사회 전반의 내핍은 더욱 강요될 것입니다. “

“아울러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해 체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러-우 전쟁은 베트남 전쟁과 같은 게릴라전이 아니라 정규전이며 드론, 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 공격으로 사상자 수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죠. 하루 평균 14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사망하고 있는데, 북한군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병력 추가 파견 수요 발생 또는 푸틴이 더 많은 군사 지원을 요구할 경우, 북한은 군수품과 파병의 규모와 속도를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야말로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체제 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죠.”

“전장에서의 대규모 탈영 또는 포로가 발생할 경우 북한 체제의 참상이 외부에 알려지고 궁극적으로는 북한 내로 소식이 유입됨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불안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파병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북한 당국이 파병 가족들의 동요나 집단 반발을 우려해 ‘병사들이 훈련하러 간다고 거짓 설명하고 이들을 모처로 이주·격리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합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만약 러시아가 패전할 경우 북한도 공동 교전국으로서 ‘전쟁 피해 보상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올해 초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창한 김정은의 또 다른 승부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긍정 요인 극대화를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해 나갈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냉철한 판단과 국익에 기초한 전방위 실리외교를 전개해야 합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돈’을 노린 파병이라는 단선적 평가는 접어두어야 합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복잡한 셈법, 그리고 세계 각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고차방정식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북-러 관계가 혈맹 수준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틀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3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2006년 1718호 결의안에 의해 설립)’의 활동 시한 연장이 무산된 것을 똑똑히 목격한 바 있죠. 이제부터 러시아가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 편에 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북한 핵·재래식 전력의 증강과 실전 경험 축적은 고스란히 우리의 안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내 급변 사태가 발생하거나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이 생겼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 포인트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지금 21세기는 무한속도의 변화 물결과 국익 경쟁의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시민단체 상당수 인사들은 여전히 40여 년 전 사고에 갇혀 당리당략·진영논리로 국민들을 선동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어 정말 안타깝습니다.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속이는 행위)’을 중단하고 그 손가락과 입을 주범 김정은으로 돌려야 합니다.”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과 파병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반민족·반인륜·반평화적 행보이자 국가안보 지형을 크게 뒤흔드는 초대형 악재입니다. 국민 모두는 이념과 진영을 떠나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으고, 정부는 우크라이나·미국·나토 등 우방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능동적으로 위기를 관리해야 합니다. 올해 들어 북한과 미묘한 갈등관계에 있는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도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 선진통일한국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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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통권3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