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코앞 후보 자격 두고 공방…손쉬운 외국인 국적 변경 지적도
-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는 정치적 판단 필요한 사안에 소극적 태도
- 국내 방첩당국 관계자는 중국 공산당의 국내 화교사회 침투 주시
제23대 한성화교협회(漢城華僑協會) 회장·감사장 선거가 막바지이다. 11월 10일 투표를 앞두고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현 협회 감사장인 기호 1번 사영성(謝永成) 후보는 손육서(孫毓緖) 현 한성화교협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조직력’과 ‘안정성’을 내세웠다. 기호 2번 이중한(李中漢) 회장 후보는 유명 요리사 여경래(呂敬來) 씨를 러닝메이트 감사장 후보로 내세워 ‘대중적 인기’를 무기로 내세웠다. 실제 선거 판세도 조직력에서는 사영성·이용전(李庸銓) 후보, 대중성에서는 이중한·여경래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열 선거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각 후보 진영에서는 상대 후보의 ‘자격’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사영성·이용전(李庸銓) 후보 측에서는 상대 후보가 인척 관계인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 두 사람은 처남(이중한)-매부(여경래) 사이이다. 이를 두고서 반대 진영에서는 “인척 관계의 두 사람이 회장·감사장에 당선될 경우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반면 이중한·여경래 후보 측은 “인척 관계인 것은 화교사회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선거 관련 규정 위반 사안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여경래 감사장 후보는 한 인터뷰에서 “세상 일을 부정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이중한 회장 후보는 다년간 경험해 화교협회의 문제점을 잘 안다. 관리감독 역할을 제 이름을 걸고 엄격하게 채찍질해가면서 할 것이다. 공약 이행도 책임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후보 자격 문제 논란의 핵심에는 사영성 회장 후보의 국적 문제가 자리한다. 선거전 본격화 후 페이스북 페이지 ‘화교의 목소리’ ‘나는 한국화교(我是韓國華僑)’ 등 한국 화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영성 후보는 중화인민공화국(PRC) 국적자이기 때문에 중화민국(ROC)계 한국 화교 사회를 대표하는 한성화교협회장 회장 출마 자격이 없다.”는 요지의 비판 글이 확산했다. 해당 글 게시자들은 사영성 후보가 현직 감사장으로 재직 중인 사단법인 한성화교협회 법원 등기부 등본 사진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인터넷상에 공개된 협회 임원 인적 정보란에는 ‘이사 중화인민공화국인 사영성(HSHIER YUNG CHENG)’이라고 기재돼 있다. 게시된 등본이 위조되지 않았을 경우 사영성 후보는 출마 자격 자체가 문제가 되는 셈이다. 관련 규정인 ‘한성화교협회 선거규약(漢城華僑協會選舉章程)’ 제3조에는 “회장·감사장 후보 요건으로 중화민국 여권 및 외국인등록증(F-1, F-2, F-4, F-5 혹은 F-6 체류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이중한 후보 측은 한국 내 대만정부 대표기구인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에 탄원하고 중재를 요청했다.
사영성 후보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 이중한 후보 측의 진정에 주한국타이베이표부는 지난 11월 1일 “양측 후보 소집”을 결정했다. 량광중(梁光中)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대표(대사)의 결정하에 회의 소집을 양측 후보 진영에 유선 통보했다. 11월 1일 자로 “11월 5일 오후 3시까지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 6층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에 출석하여 국적 논란을 소명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공식 발송했다.
11월 5일 오후 개회한 회의는 량광중 대표를 비롯하여 장자샹(江嘉祥) 행정조장(총무팀장), 린지룽(林季蓉) 교무조장(화교업무팀장) 등 대표부 관계자가 배석했다.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번춘명(樊春明) 선거관리위원회 주임위원, 당사자 사영성 후보는 불참했다.
당사자 궐석하에 개최된 중재 회의에서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는 “당사자에게 여권, 외국인등록증 등 관계 자료를 구비하여 출석하여 해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불출석으로 당사자의 소명을 듣지는 못했다. 관련 자료, 모국인 대만의 ‘양안인민관계조례’ 등 관련 법규를 종합 검토한 결과 후보 자격에 법적 흠결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공정하고 신뢰성이 담보되는 선거가 되도록 한성화교협회 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사자의 직접 소명도 듣지 못했고 출마 자격에 법적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한성화교협회 내부 사정이니 대표부는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였다. 회의 결과는 대표부 공식 문서로 작성되어 각 후보 진영에 전달됐다.
논란의 당사자 사영성 후보는 반박했다. “자신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국적자가 아닌 중화민국(대만) 국적자임이 분명하며 국적을 문제 삼는 것은 상대 후보 측의 비방전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그는 자신의 중화민국(대만) 여권 사본, ‘대만’으로 국적 기재된 11월 6일 발급 한국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명의 ‘외국인 등록 사실증명서’를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사영성 후보가 제시한 사실증명서에 국적은 ‘China(Taiwan)’, 체류 자격으로는 ‘영주(F-5)’로 표기돼 있다.
이중한 후보 측은 외국인 등록 사실증명서 발급 날짜를 문제 삼았다. “회장 후보 등록일인 10월 23일 기준으로 국적이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인지 ’대만(중화민국)‘인지 알 수 없다.”는 취지이다. 사영성 후보는 “발급 서류는 원본이며 여권, 증명서가 증명하듯이 본인의 국적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에포크타임스 취재 결과 사영성 씨는 현재 중화민국(대만)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해당 증명서를 발급한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사영성 후보가 외국인등록증을 공개하면 종식될 논란에 정면 대응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거듭되는 논란 속에 사영성 후보를 직접 만나 입장을 들었다. 11월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선거사무소에서 에포크타임스 기자를 만난 사영성 씨는 논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한국 태생 화교이다 ▲중화민국(대만) 국적자로서 중화민국(대만)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 ▲영주 자격(F5) 비자를 발급받았다 ▲한국 체류 중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여권을 발급받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 여권을 이용하여 중국을 다수 방문했다 ▲중국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한 것은 현재 한국화교가 소지한 중화민국 명의의 이른바 ‘깡통여권’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제3국 방문 시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 ▲중국 방문 목적은 사업상의 이유이지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과 관련 없다 ▲중국 여권은 추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등이다.
특히 국적 논란의 핵심이었던 한성화교협회 법인 등기부 등본에 ‘중화인민공화국인’으로 기재된 것에 대해서는 “중국 여권 사용 후 출입국 기록에 의해서 국적이 ‘대만’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추후 한국 법무부에 정정 요청했고 현재 ‘대만’으로 수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본인이 중국 여권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중국 국적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중국은 해외화교에게는 자국민과 다른 여권을 발급한다 ▲해외화교에서 발급되는 여권은 ‘복수 여행증’ 개념으로 봐야 한다 ▲적지 않은 한국화교가 중국 여권(복수 여행증)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이유는 이른바 대만이 발급한 ‘깡통여권’에 따른 불편함 차원이다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한국 관계부처에서도 본인의 국적, 여권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 국적 문제 관련 문의 결과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해당 업무 책임자로부터 ‘문제없다’ 취지의 회신을 받았으며 관련 연락 기록을 공개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본인은 이른바 반공(反共)교육 세대이다 ▲‘중국’과 ‘중국공산당’은 분리해서 접근한다 ▲전직 한성화교협회장을 비롯하여 한국화교 사회 주요 인사 중에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과 관련된 공식 직책을 부여받은 사례가 있다 ▲중국 통일전선공작 관련 기구 직함을 받은 이들은 상대 후보 캠프에 있다 ▲11월 5일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회의에 불참한 이유는 출석 공식 통보(공문)를 11월 4일에 받았기 때문이다.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것이지 고의로 불참한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영성 후보는 11월 7일,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측에 본인의 여권 사본, 외국인 등록 사실증명서를 제출했다. 다만 후보 자격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사영성 후보의 국적, 한성화교협회장 출마 자격 논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사영성 후보는 중화민국(대만) 국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여권을 소지했다
▲중국 여권을 사용하여 중국을 출입국했다
▲보유한 중화민국 여권, 사용했던 중화인민공화국 여권 이른바 ‘깡통여권’ 내지는 ‘반쪽여권’으로 대만이나 중국에서 온전히 자국민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한국화교가 편의상의 이유로 중국 여권을 보유하고 사용해 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양안인민관계조례’ ‘여권법’ 등 대만 관계 법령에 의거할 때 중화민국(대만) 국적자가 중국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며 국적 박탈 등 제재가 따른다
▲온전한 대만 국민으로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이른바 ‘깡통여권’을 소지하여 명목상 조국인 대만을 출입국 할 때에도 사실상 외국인 취급을 받는 사영성 씨를 비롯한 한국화교에게 대만 관계 법령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영성 후보의 ‘국적’ 문제를 둘러싸고 각 후보 진영 간 공방은 가열되고 있다.
사영성 후보 측은 “여권, 외국인 등록 사실증명서 등 관련 서류로 현재 국적이 중화민국(대만)임을 입증했다.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중한 후보 측은 “입후보 등록일 기준 여권,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하지 않았다. 추후에 국적을 수정하여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외국인 등록 사실증명서를 공개했지만 ‘외국인등록증’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반론을 폈다.
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점점 가열되는 논란을 보면서 한성화교협회 고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화민국(대만) 국적 화교인 사영성 후보가 중국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만 관련법상 분명 문제가 된다. 더하여 일반 화교도 아닌 협회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서 추후 국적 변경을 하여 출마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본다. 후보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최대 화교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은 한국 정부로도 파급됐다. 외국인 등록·관리 제도의 허술함을 드러낸 것이다. 외국인 등록 관련 서류에서 사영성 후보의 국적은 ‘대만→중국→대만’으로 수정됐다. 이에 한성화교협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한 사람의 국적이 그리 쉽게 수정이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사증(비자) 발급도 일정 기한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엄밀한 심사 과정을 거친다. 일반적인 행정 절차, 방법 등을 고려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며 한국 법무부의 행정 절차 처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외국인이 여권을 제시하며 해당 여권에 기재된 국적으로 외국인 등록 서류 발급을 요구한다 하여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발급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동일인이 어제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여권을 제시하면서 ‘중국인’으로 등록 변경을 했다가 다음 날 대만(중화민국) 여권을 제시하며 ‘대만인’으로 변경을 요구하면 수정해 주는 격이다.”고도 했다.
다른 화교는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에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적·외교적 판단을 내려야 할 사안을 법률적 판단을 내리며 소극 대응했다는 취지이다. 그는 “1992년 단교 이후 비록 공식 외교공관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는 대만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임은 분명하다. 화교협회의 감독 기관이기도 하다. 이번 화교협회장 선거 논란 중재에 나선 량광중 대표(대사)는 한 회장 후보의 후보 자격에 중대 결격 사유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법률적 판단’만을 내려서 개입과 중재를 포기했다. 관료주의적이고 보신주의적인 행태이다. 명목상 자국민인 대만(중화민국)계 한국화교를 방기(放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두고서 량광중 대표의 개인 성향, 이력이 종합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량광중 대표는 대만 국립중흥대 법학과 출신으로서 대만 외교부 조약법률국에서 과장, 부국장, 국장을 역임했다.
한성화교협회 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을 수면 위로 드러낸 형국이다. 첫째, 한성화교협회 선거 관리상의 문제이다. 협회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회장·감사장 입후보 시 국적, 외국인 등록상 관련 서류 등을 확인해야 했음에도 이에 소홀했다. 둘째, 한국 법무부의 외국인 등록, 국적 변경 절차의 허점을 노출했다. 셋째,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의 문제이다. 대표부는 명목상 자국(自國) 국적 한국 거주 교민 협회장 선거 과정상에서 특정 후보의 중대 결격 사유를 인지했다. 정치적 판단을 내리며 적극 대응해야 할 문제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내리며 소극 대응했다. 넷째, 대만 관계법령 해석상의 문제이다. ‘양안인민관계조례’ ‘여권법’ 등을 원용하여 한국화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대만 측의 명확한 입장이 없다.
한성화교협회장 후보자의 국적 논란, 자격 논란을 지켜보면서 한국 방첩기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과 주한국중국대사관의 적극적 행보에 비해 대만과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의 소극적 행보가 비교된다. 대만 측이 한국화교사회와 반목을 지속하고 친중국화를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상대적 소수의 구화교 사회도 중국 편에 넘어간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대한국 침투 공작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우려되는 대목이다.”
11월 10일 한성화교협회 선거가 대만, 중국, 한국 사이의 갈림길에 선 한국화교 구성원들이 상처를 봉합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기회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