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일시 중단’됐던 사법 리스크가 영구 해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장부 조작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이다.
성인물 출연 여성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하고 이를 회사의 법률 서비스 비용인 것처럼 보이도록 회계 장부 조작을 지시했다는 이른바 ‘입막음 돈 지급’ 사건과 관련해, 미국 법조계에서는 선고가 아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 당시에는 트럼프가 전직 대통령으로 사실상 민간인 신분이었으나 이제는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직무 수행을 위해 사법적, 행정적 보호를 받아야 할 확실한 명분이 생겼다고 법조계는 설명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전 성인물 출연 여성 스토니 대니얼스에게 지급한 돈을 은폐하기 위해 회사 장부 위조를 지시하는 등 뉴욕주 검찰에 의해 총 34건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5월 배심원단은 모두 유죄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선고공판은 지난 9월 18일로 예정됐으나, 11월 대선이 임박하면서 배심원 결정이 원래 취지를 벗어나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한 뉴욕주 대법원 후안 머천 판사에 의해 대선 3주 후인 이달 26일로 미뤄졌다.
당시 머천 판사는 “피고인(트럼프)가 후보자로 출마하는 대선에 이 재판이 영향을 미쳤거나 미치려 한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며 “법원은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비정치적 기관”이라고 선고 연기 사유를 밝혔었다.
CNN은 6일(현지시각) “트럼프 사례는 매우 특수하다”며 “형사 사건 피고인이 대통령직에 선출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법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기소를 주도한 잭 스미스 특검이 이번 사건을 종료할 방법에 대해 법무부 지도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트럼프 변호인단이 법원에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헌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행정부나 사법부 등에 의해 면책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주 검찰 기소는 완전히 차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법률 전문가들 역시 선고 공판이 장기간 연기되거나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판사가 선고 공판 취소를 거부하고 유죄 판결 유지를 원하더라도 트럼프 변호인단이 우선 선고 연기를 요구하고 이후 주 대법원에 현직 대통령 면책 특권 보장 등으로 소송을 걸어 재판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예 판사가 요청을 받아들여 선고 공판을 취소할 수도 있다.
설령, 판사가 선공 공판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형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이 수감된다면 국정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고, 트럼프 변호인단에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주 대법원 판사가 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재판이 수년 이상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네아마 라흐마니 전 연방검사는 “판사가 현직 대통령이나 당선인을 감옥에 가둬야 할 필요는 없다”며 “이제 트럼프가 승리했으니 그의 범죄 문제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 뉴욕주 대법원 판사인 법률 전문가 질 콘비저는 “제정신인 판사라면 당선인에게 형을 선고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머천 검사와 뉴욕주에서 15년 이상 함께 일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트럼프 측이 정부 인수인계를 이유로 법원 출석을 거부할 것이며, 형이 확정되더라고 선고를 임기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선고는 2029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주 법원 사건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셀프 사면은 가능하다. 다만, 연방법원에 제기된 2건의 형사 사건은 법무부를 통한 특검 해고 등으로 완전히 종료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