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제일 먼저 하는 작은 마을선 3대 3 동률 이뤄
트럼프는 미시간,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서 유세 마감
미국 대선이 현지시각으로 오전 0시 미국 북동부 햄프셔주의 작은 마을 딕스빌노치를 첫 단추로 시작됐다.
이 마을은 1960년대 이래 선거 전날 자정, 즉 선거 당일 오전 0시에 투표소를 여는 전통으로 미국의 주목을 받아왔다. 마을 주민들 역시 이러한 전통에 자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마을 전체 등록 유권자는 5명, 모든 유권자의 투표가 끝나자마자 바로 시행된 개표에서는 당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5표를 모두 얻어 밝은 전망을 예고했다.
올해에는 지지 정당을 공화당이라고 밝힌 유권자 4명과 지지 정당을 공개하지 않은 유권자 2명 등 총 6명이 투표했으며, 결과는 치열한 경합을 반영하듯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3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3표로 동률을 이뤘다.
이들 6명의 유권자들은 앞서 올해 1월 공화당 경선에 모두 참여해, 트럼프와 경쟁했던 니키 헤릴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서 6명 전원 만장일치로 투표한 바 있다.
60년 이상 공화당을 지지해 왔다는 한 유권자는 이날 투표에 앞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공직이 아닌 개인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 트럼프의 방식이 “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후보 교체와 2번의 암살 시도…이변 이어진 대선
대통령과 하원 전체(435석), 상원 3분의 1(34석)을 뽑는 이번 선거는 여느 해 못잖게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사퇴하고 부통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가 추가 경선 없이 지명됐다.
공화당에서는 압도적 당내 지지로 후보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암살 위기를 모면하고 11월 5일 선거일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대선은 여론조사만으로는 예측이 쉽지 않은 선거였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43개 주에서는 우세가 확정적이었지만, 7개 경합주에서는 두 후보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사상 최다 투표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AP통신에 따르면 4일 저녁 사전투표 수는 8140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전투표자 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0년의 1억150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2012년과 2016년의 5천만 명 선보다는 확실히 많은 수치다.
현장 투표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유세 기간 각종 사건 사고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점을 고려하면 역대 대선 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급박한 국제 정세는 이번 미국 대선을 세계 각국에서 주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이란, 중국 등 여러 국가가 마주한 상황이 미국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대단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과 공산주의 중국의 구애 속에서 명분과 실리를 챙겨야 할 한국도 마찬가지다.
해리스,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마감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일 전 유권자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필라델피아 집회에서 연설했다.
해리스는 하루 남은 유세 일정을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 공략에 투자했다. 캠프 측은 주 곳곳에서 여러 행사를 열었고, 해리스는 순차적으로 자리를 옮겨 마지막에는 결국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에서 약 4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에서 마련된 마지막 유세장에는 인기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와 팝스타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인사들이 찬조 연사로 등장했다.
해리스는 선거 전망에 관해 “낙관적이고 낙관적”이라면서도 펜실베이니아가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로 최대한 투표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남은 시간이 몇 시간밖에 안 남았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전에 말했듯이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싶다”로 말했고, 객석에는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는 환호성이 수시로 터져 나왔다.
해리스는 최근 트럼프를 맹렬히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유세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언급 없이 생활비, 주택, 보육, 요양원 보호, 근로자 및 중소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 등 자신의 공약을 강조하는 데 시간을 사용했다.
또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찍고 미시간까지 방문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마지막 유세일에 펜실베이니아를 찾았다.
이날 오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유세를 시작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레딩과 피츠버그를 연달아 방문한 후 미시간주로 이동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의 유서 깊은 도시 피츠버그에서 약 1시간 45분 동안 강렬한 연설을 통해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면 전국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트럼프는 미시간으로 이동, 확실한 승리를 다지기 위해 유색인종, 특히 이슬람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미시간은 이슬람계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일요일이었던 지난 3일 해리스 역시 방문해 흑인과 이슬람계 등 유색인종에게 지지를 호소한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미시간에서 승리하며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재선에 도전한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시간을 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날 트럼프의 연설에는 특별한 스타가 합류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이 자신의 방송을 통해 트럼프 지지를 밝히며 원군으로 나섰다.
로건은 이날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와의 2시간 30분 독점 인터뷰를 방송하며 “그는 트럼프에 관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나는 모든 부분에서 그에게 동의한다”며 이날 방송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 선언이라고 밝혔다.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도 참전…바이든은 일정 없이 조용히
로건은 국내에는 생소한 인물이지만, 미국의 청년층 남성을 중심으로 수천만 명의 충성스러운 팬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팟캐스트 진행자다.
디지털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지난 3월 조 로건의 팟캐스트 구독자가 1450만 명이라며 같은 플랫폼의 2위 프로그램보다 3배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로건은 또한 유튜브에 18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트럼프와의 대담은 3시간 분량임에도 대선 전날 기준 4500만 회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이날 집회에서 로건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고 로건은 진보주의자이며 행사에 참석한 누구보다 더 좌파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이 발표한 화요일 일정에 따라 공개 행사 없이 선거일을 비공개로 보낼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사전투표소에서 여느 유권자와 다름없이 약 40분 동안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투표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집계가 완전히 끝나기까지 수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 집계가 끝나더라도 선거구에 따라 득표 차가 매우 근소할 경우 후보 측에서 재검표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선거제도 특성상 집계가 완료되더라도 각 주에서 인증을 해야 결과가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인증 일자는 주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선거일 후 며칠 이내다. 지난 2020년 대선 때는 선거일 5일 후에야 승자가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