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아시아 도서국인 싱가포르에 다방면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를 국제시장의 교두보로 삼아 국제시장에서의 ‘가치사슬 확장’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 싱가포르서 신차 판매 ‘두 배’ 이상 증가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차 판매가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혁신 거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한 이후 현지에서 자동차 판매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싱가포르 국토교통청는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차 등록 대수(1557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756대)과 비교해 106% 증가했다”며 “현대차는 신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 상반기(333대)보다 182.6% 늘어난 941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에서 단순히 차량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충전 사업자 17곳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현지 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 ‘다이나맥 홀딩스’ 지분 공개매수가 인상
한화그룹은 싱가포르 부유식 해양 설비 전문 제조업체인 ‘다이나맥 홀딩스’ 지분에 대한 공개 매수 가격을 S$0.67(싱가포르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애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지난 9월 11일부터 싱가포르 현지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1주당 S$0.60으로 다이나맥 지분에 대한 공개 매수를 추진해 왔다.
한화그룹은 원활한 공개 매수 추진과 경영권 확보 작업 성공을 위해, 공개 매수 추진 한 달여 만에 매수가를 S$0.07만큼 추가 인상, S$0.67로 변경했으며, 향후 추가로 가격 인상하지 않겠다는 점도 같이 공시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은 이미 1158억 원을 투자해 다이나맥의 지분 24.0%를 확보한 상태다. 다이나맥 경영권을 확보할 시 한화오션은 해양 사업 분야 생산 기지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싱가포르서 8400억 수주 성공한 ‘대한전선’
대한전선은 싱가포르에서 초고압 전력망 수주 기록을 경신했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초 싱가포르 전력청과 총 8400억 원에 달하는 400kV 초고압 전력망 공급 및 설치에 대한 계약 2건을 체결했다.
특히 대한전선의 2건 계약 중 NDC373 프로젝트는 계약 금액이 약 5000억 원으로 초고압 교류 송전망 수출로 국내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및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급증하고 있는 전력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싱가포르 전력청이 상당 기간 준비해 온 핵심 사업이다.
대한전선은 싱가포르에서 지난 2016년과 2022년에 진행된 400kV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데 이어, 이번 계약까지 성사하면서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모든 400kV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쾌거를 이뤘다.
◆싱가포르 국책 에너지 사업에 도전하는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국책 에너지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8일 현대건설은 현지 최대 공공사업 기술자문 업체인 서바나 주롱과 차세대 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관한 기술 교류 협약을 맺었다.
서바나 주롱은 도시 기반 시설 구축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싱가포르 국책 사업과 연관이 깊다. 현대건설과 서바나 주롱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차세대 발전과 수소·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탄소 포집·저장, 건설 자동화·로봇 분야에서 주로 협력한다.
현재 싱가포르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넷제로) 목표를 세워두고 각종 국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주요 국책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K기업들만? J기업들도 주목하는 ‘싱가포르’
한편, 싱가포르를 국제시장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업계 행보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본 업계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기술 분야 인재 채용 플랫폼 솔루션을 제공하는 ‘테크 재팬’은 최근 싱가포르에 ‘탤런디 홀딩스’를 설립했다. ‘탤런디’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조직 및 시스템 개발을 위한 전략적 디자인, 플랫폼을 사용한 채용 지원을 돕는 솔루션이다.
테크 재팬 측은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을 도모한 목적은 싱가포르, 대만, 한국에 구체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해 다양한 인재 네트워크를 통해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