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기술직 노조원 수백 명, 대선일 하루 앞두고 파업

남창희
2024년 11월 05일 오후 3:07 업데이트: 2024년 11월 05일 오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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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합리적 절차 없이 해고, 인종차별·성차별까지”
뉴욕타임스 “이 시기에 불필요한 파업…실망스럽다”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매체인 뉴욕타임스가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노조 파업을 맞게 됐다.

뉴욕타임스 기술직 노조인 ‘뉴욕타임스 테크 길드’는 4일(현지시각)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기술 분야 직원 600여 명이 가입한 테크 길드는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과 동시에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뉴욕 맨해튼의 뉴욕타임스 본사 앞에서 매일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크 길드 노조원들은 신문사의 디지털 운영을 지원하는 백엔드(서버 관리) 시스템을 비롯해 엔지니어링, 제품 생산, 디자인, 데이터 및 프로젝트 관리 부서 등 여러 분야에 소속돼 있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미국 3대 전국구 신문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의 대선 및 상하원 선거 결과 보도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결성된 테크 길드는 이듬해 3월부터 신문사 경영진과 임금 및 근무 조건 협상을 진행해왔다.

노조는 ▲합리적인 절차가 없는 직원 해고 금지 ▲원격 근무 보장 ▲하도급 제한 ▲인종·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종차별, 성차별 금지 등 진보적 이념 확산에 선두 주자였던 뉴욕타임스가 정작 내부 직원들에게는 차별을 가해왔다는 노조 측 주장은 신문의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위원장인 캐시 장은 성명에서 “(회사는) 숙련된 근로자들이 우려하는 주요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우리 노조원과 교섭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파업을 피하려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영진은 공정한 합의에 동의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선거 보도에 있어서 위험을 감수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우리는 파업과 피켓 시위를 통해 노동자의 힘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경영진은 파업 전날인 3일까지 협상에 임했지만 여러 쟁점에서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이미 기술직 근로자들에게 넉넉한 급여와 혜택을 약속하는 강력한 제안을 했다”고 해명했다.

테크 길드는 지난 9월 초 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으며 이후 노사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선거 기간에 파업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선거 기간, 신문사의 트래픽이 급증할 때 기술직 노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뉴욕타임스 노조 소속인 수석 개발자의 발언을 인용해 “선거는 웹사이트 트래픽을 급격히 증가시켜 시스템에 부담을 준다”며 “갑작스러운 추가 트래픽 급증을 처리할 숙련된 엔지니어가 없다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대변인 다니엘 로즈-하는 보수매체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파업 결정과 관련 “실망했다”고 논평했다.

대변인은 “해당 노조원들은 이미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이라며 “회사는 노조의 파업권을 존중하지만, 이런 시기에 동료들이 파업을 한다는 사실이 실망스럽다. 불필요하고 우리의 사명을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테크 길드는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뉴욕타임스 경영진이 파업을 막으려 비열한 일을 저질렀으며, 이 중에는 계약 업체에 코드를 제공해 노조를 파괴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 대변인은 이러한 폭로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