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양책에도 안 풀리는 소비 심리, 외국 맥주·화장품 매출 감소

강우찬
2024년 11월 05일 오전 11:35 업데이트: 2024년 11월 05일 오후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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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자국 내수 시장 침체에 고심하는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서방 소비재 대기업들이 매출 부진에 경고음을 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타임스(FT)에 따르면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와 미국 화장품 업체 에스티 로더, 벨기에 맥주 기업 AB 인베브는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도 실적 악화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칼스버그 최고 경영자(CEO) 야콥 아룹-안데르센은 “(저울의) 바늘이 움직이지 않았다”며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내수 시장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월 중국은 이례적인 금융 당국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인하를 발표했으며, 이후 은행 자금을 투입한 주식시장 부양 등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불가능한 정책을 동원하며 시중 통화량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아룹-앤더슨 CEO는 중국 내수가 내년에 회복될지에 관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미국의 화장품 제조 대기업인 에스티 로더는 이달 초 중국 시장 매출 급감을 발표하면서 배당금을 삭감하고 수익 예측을 포기했다. 이 여파로 에스티 로더 주가는 한때 20% 이상 하락했다.

중국은 이달 4일 수도 베이징에서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를 시작했다.

8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 회복을 발목 잡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지방정부의 거액 부채와 관련해 대규모 부채 탕감을 논의할 전망이다.

또한 소식통에 따르면 주거용 부동산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신규 채권 발행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추가 대책은 지난 2개월간 중국 정부가 쏟아낸 대책들에 중국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가시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버드와이저를 소유한 세계 최대 맥주 업체인 AB인베브의 최고 재무책임자(CFO)인 페르난도 테넨바움은 FT에 “(중국 시장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전히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덧붙였다.

테넌바움 CFO는 “중국 소비자들이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외출을 줄이면서 (중국의) 밤문화에 초점을 둔 AB 인베브의 맥주 포트폴리오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고 평가했다. 3분기 AB인베브의 중국 매출은 14.2% 감소했다.

칼스버그의 아룹-앤더슨 CEO 역시 “중국의 소비자 심리가 크게 악화돼 3분기 중국 시장에서 칼스버그의 판매량이 6% 감소했다”고 밝혔다.

에스티 로더와 경쟁 중인 화장품 업체 로레알은 중국 ‘따이공’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속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받아 “향후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이공은 중국과 외국 면세점을 오가며 면세 한도만큼 구매해 중국에서 파는 보따리 상인이다.

구찌를 소유한 프랑스의 사치품 업체인 케링은 지난 3분기 중국 매출이 35% 감소했다고 밝혔고, 프랑스의 최대 사치품 제조사 LVMH 역시 중국 경기 둔화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9월에 발표된 통화 정책이 기업의 생산량 증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소비 회복에는 직접적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 경제기관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급여 삭감으로 위축된 중국 소비심리를 회복하려면 중국 정부가 향후 3년간 최대 10조 위안(약 1940조원)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GDP 성장률 목표를 약 5%로 설정했는데,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목표치다.

지난 10월에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하며 목표치를 하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