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자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을 대독한 것이다. 여당에선 친한계(친한동훈계)가, 야당에선 친명계(친이재명계)가 각각 목소리를 높였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국무총리가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이 매년 시정연설에 나서는 관행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부터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무총리가 시정연설에 나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 통화 내용 ▲김건희 여사 사법리스크 등을 놓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데 대해 주목했다. 시정연설이 정쟁에 활용될 것이란 우려가 깔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진행된 국회 개원식에도 비슷한 연유로 불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오셔야 했다. 최근의 각종 논란이 불편하고 혹여 본회의장 내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새해 나라 살림 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에 당당하게 참여하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현진 의원은 또 “거듭,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과 그를 설득하지 못하는 무력한 당의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 속을 날카롭게 긁어낸다”며 “이제라도 우리 정부와 당은 국민 앞에 겸허하게 엎드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친명계 좌장 격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이 같은 날 SNS 계정에 “뭐 이런 대통령이 있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에 오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어 “군사독재 시절의 대통령으로 돌아가 국민과 그들의 대표 기구인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며 “그런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본색을 드러내 2013년 이후 관행이 된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했다”고 부연했다.
정성호 의원은 그러면서 “배우자(김건희 여사)를 위해서는 돌이라도 맞고 간다더니, 국회에 나와 의원들에게 내년 나라 살림을 설명할 용기도 책임감도 없는 이 무능무대책인 대통령과 참모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