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유색인종·이슬람계 유권자에 지지 호소
트럼프는 하루 만에 3개 경합주 강행군하며 유세
미국 대선 투표일 전 마지막 일요일이었던 지난 3일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후보들은 경합주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유색 인종과 종교에 초점을 맞춘 반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반적인 유권자들과의 만남에 집중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북서쪽에 대형 흑인 교회를 방문해 “단 이틀 후면 우리는 우리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고 세대에 영향을 미칠 힘을 갖게 된다”며 자신에게 투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행동이 필요하다”며 “그저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고 투표장으로 향할 것을 촉구했다.
해리스는 이날 저녁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지역인 ‘대학도시’ 이스트랜싱으로 이동해 미시간 주립대학 캠퍼스에서 유세를 열었다. 수천 명의 군중 앞에서 해리스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낙태권)’ 보장을 외쳐 박수를 받았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해리스는 가자 지구에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슬람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발언이다.
미시간에는 약 24만 명의 이슬람계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때 미시간에서 근소한 격차로 공화당 트럼프에 승리할 수 있었던 한 요인으로는 이들의 압도적 지지가 거론된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 해리스는 이슬람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충분히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군소 정당인 녹색당 소속의 질 스타인 후보가 당초 해리스에 돌아가야 했을 이슬람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일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공개 연설 외에도 현지 이슬람계 지도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일정은 흑인 기독교인, 이슬람계 무슬림 양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 엿보였다.
트럼프, 경합주 3곳 순회 유세하며 즉석 연설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일요일 하루 동안 7개 경합주 중 3곳인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를 모두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첫 방문지였던 펜실베이니아 리티츠에서 트럼프는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해리스가 실수를 했고 우리가 그것을 고칠 것이라는 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현 집권당인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현직 부통령인 해리스가 수년간의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 증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국경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바 있으나, 그녀의 재임 기간 미국은 불법 이민자가 급증했다. 2020년 1020만 명이었던 불법 이민자 수는 2023년 1680만 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1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이러한 해리스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미국은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기존 발언을 되풀이하며 “내가 (백악관을) 떠나지 말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주 킨스턴과 조지아주 메이컨에서도 유세를 가졌으며 종종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 대신 즉석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성별·인종으로 나뉜 지지율, 여론조사에선 치열한 경합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두 후보의 경합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루고 있다.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들, 특히 남성들 사이에서 상승했다.
경합주의 경우 해리스는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앞서지만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에서 앞선다. 네바다는 동률이다. 그러나 격차는 대부분 지역에서 1%포인트 안팎으로 근소하다.
배정된 선거인단 숫자를 보면, 펜실베이니아가 19명으로 가장 많고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가 각각 16명, 미시간 15명, 애리조나 11명, 위스콘신 10명, 네바다 6명으로 모두 93명이다.
미국 대선은 50개 주에 인구 비율 등에 따라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270명 이상)을 차지하면 승리하는 독특한 구조다. 이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가 거의 고정된 43개 주를 제외한 7개 경합주 결과가 승부를 좌우한다.
선거 분석가들에 따르면, 해리스는 7개 경합주에서 선거인단 45명을 확보하면 승리한다. 트럼프는 51명을 가져가야 이길 수 있다.
이는 지난 3일 트럼프가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하루 만에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3개 경합주를 모두 순회한 이유를 설명한다. 경합주 선거인단 상위 3개 주인 이곳 선거인단을 모두 합친 숫자가 51명이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선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대선에서는 유권자 7600만 명이 사전투표했다. 이는 2020년 대선 총투표자 1억 6000만 명의 절반에 해당한다.
한편, 11월 5일 선거 때는 대통령 외에도 미국 상원(100석) 3분의 1인 34석, 하원(435석) 전체를 새로 선출한다.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원은 민주당이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난 10년간 어느 한쪽이 상하 양원을 모두 차지하지 못해 각 당과 대통령이 주요 법안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