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엔비디아가 ‘호재’를 맞이한 가운데, 국내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이 도마에 올랐다. 반도체 관련 국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국내 기업의 경우엔 경직된 근로시간 규제가 걸림돌이 됐단 우려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는 ‘주 52시간 제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팽창하고 있다. ‘엔비디아 신화’를 일군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의 기업 환경처럼, 근로 유연성을 보장해 우수한 인재들에게 탄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산업 특성에 맞게 근로 유연성을 실현했다. 미국의 경우,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운영하고 있으나, 연장근로 시간 제한을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추가 근로에 대해선 최소 1.5배 임금을 보장한다. 나아가 ‘화이트 칼라 면제’라는 특수 제도를 통해 ‘고위 관리직 및 전문직’ 등 고소득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 제외’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미국의 ‘화이트 칼라 면제’ 제도와 유사한 근로 제도를 시행한다. 연 1075만 엔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근로시간 규제 대상 제외’를 실행하는 것이다.
더욱이 ‘반도체 신화’를 쓴 엔비디아는 ‘고강도 업무 및 파격 보상’이라는 근로제도를 실현했다. 집중해서 일하고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직원들은 수시로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미국의 유연성을 강조한 근로 제도가 한몫했다. 유연 근로를 실행한 결과, 엔비디아는 오는 8일부터 다우지수에 공식 편입되며 세계 경제를 볼 수 있는 한 축으로 성장했다. 다우지수는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량기업 주식 30개 종목, 일명 ‘블루칩’을 기준으로 해 산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다.
선진국의 이러한 근로제도는 우리 근로제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일주일간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해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이다. 정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을 경우엔 ‘1년에 90일까지 12시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그래선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지난 8월 ‘수출기업의 노동생산성 둔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한 인력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근로시간 획일적인 규제 개선’을 제언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업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업계는 연구개발(R&D)이 생명”이라며 “연구개발에 최적화된 근무 환경을 갖춘다면 주요 선진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효과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