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정부와 여당의 공감대를 얻으며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지난 8월,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학생의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학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법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교육 목적이나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부도 해당 법안의 필요성에 동의하며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이 정신건강과 인지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SNS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전면 보급되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디지털 과몰입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이 필요한 이유로 언급됐다.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약 125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7.7%가 스마트폰 및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에 속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사용해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는 청소년의 약 36.7%가 자기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통계는 스마트폰 중독이 청소년 문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교사들의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 단체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며 스마트폰 사용 제한 법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美·유럽 등 해외서도 규제 추세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확산 중이다.
프랑스는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확대 시행 중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법제화했다. 영국도 올해 초 스마트폰 없는 학교를 목표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프랑스의 교육부 관계자는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국가적 책무”라며 스마트폰 사용 제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해외 사례를 통해 스마트폰 과의존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도 많은 학교가 교칙을 통해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율성 침해 논란도…”법적 근거 마련해야”
그러나 법으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청소년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교내 규칙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안이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며, 구체적인 제한 사항과 처벌은 각 학교에서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법안은 예외 조항을 마련해 장애 학생 등의 경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교육부는 이번 법안이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근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며 법적 규제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법안을 추진하는 만큼 앞으로 교내 스마트폰 사용 규제가 법제화될 가능성은 크다. 다만, 과거 게임 셧다운제처럼 자칫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