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싱하이밍 떠난 후 주한 중국대사 공석 석 달째…배경은?

최창근
2024년 10월 31일 오후 5:28 업데이트: 2024년 10월 31일 오후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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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미국 대선,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파병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주한 중국대사 공석이 장기화하고 있다. 7월, 싱하이밍 직전 대사 이임 후 3개월째 대사를 임명하고 있지 않다. 나날이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 높아지는 한반도 긴장 수위 속에서 대사 임명 시 고려 요소가 복잡해졌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2주 전 마오닝 중국 국무원 외교부 대변인도 “언제 신임 대사를 임명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공유할 정보가 없다.”고 답변하여 가까운 시일 내 신임 대사 임명은 없을 것을 시사했다. 마오닝 대변인은 “우리는 한중 관계의 건전하고 꾸준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새로운 대사 임명에 관한 소통을 유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29일 “주한 중국대사 장기 공석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이 다른 외교적 우선순위가 시급한 현안이 많은 것에 따른 것으로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른 국가 대사 부임도 늦어지는 곳이 여러 곳이다.”라고 부연했다.

중국에 있어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미국 대사 임명도 지연됐다. 셰펑 국무원 외교부 부(副)부장이 지난해 5월, 워싱턴 D.C에 부임했다. 추이톈카이 전임 대사 이임 5개월 만이었다. 주미국 대사 공석은 1979년 1월, 미중 수교 이후 가장 길었다. 주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도 올해 3월부터 약 6개월 공석이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SCMP 인터뷰에서 “복잡한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중국은 대사 선정에 보다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관계가 강화되고 남북한의 적대감이 고조되면서 한국은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중국에 대한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재흥 센터장은 “미국 대선 이후 중국이 한미 관계의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몇 달 더 지켜볼 수 있다.”며 주한 중국대사 장기 공석 가능성을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중 관계와 주한 중국 대사 공석 장기화를 연결 짓는 시각도 있지만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즈췬 미국 버크넬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사 공석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에서 있어서 한국과 한반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중국은 한국이 환영할 만한 영향력 있는 외교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한파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즈췬 교수는 이어 “최근 북한의 남한에 대한 말과 행동,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의 참여(병사 파견)는 중국이 서울에 새 대사를 임명하는 데 있어 의사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의 의견도 유사하다. “대사 공석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리대사 등이 일시적으로 대사의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는 “대사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사안이 있을 수 있지만, 양국 관계에서 대사의 임시 공석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2020년 1월 부임했던 싱하이밍은 7월 이임했다. 이임 이유로는 통상 4년인 임기 종료, 야당 대표와 대담에서의 한국에 대한 비우호적 발언, 올해 6월 발생한 경기도 화성 배터리 제조 업체 화재 현장 방문 시 고압적 언사 등이 종합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하이밍은 올해 연말 내년 연초까지 근무할 예정이었으나 한국 내 비우호적 여론 고조에 부담을 느낀 중국 정부가 ‘경질’ 카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싱하이밍 이임 후 방쿤 공사가 대리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차기 대사 인선이 장기화되는 이유로는 ‘격(格)’ 논란도 꼽힌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은 장차관급 고위직을 대사로 임명해 왔다. 김대기 신임 주중 한국대사도 장관급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반면 중국은 국장~부국장급 직업 외교관을 대사로 임명해 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형평성’ 문제를 들어 부부장 혹은 부장조리(차관보)급 대사 임명을 요구해 오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 일본 등에는 부부장급 대사를 임명하고 있다. 주한 대사 이임 후 주일 대사로 ‘영전’한 사례도 있다.

이 속에서 신임 대사를 둘러싼 하마평은 무성하다. 차기 대사로 거론되던 ‘한국통’ 외교관들의 임지도 엇갈린다.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공사참사관)를 지낸 천하이는 주미얀마 대사 역임 후 지난 7월, 주에티오피아 대사로 부임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중국 외교부 내에서 한반도 업무를 다뤄왔다.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고 한국 내 반감도 고조됐다.

한반도통 외교관 진옌광 외교부 변계해양사무사 공사참사관은 남한이 아닌 북한에 부임했다. 북한 소식통은 “10월 26일, 진옌광이 주청진 중국총영사로 부임했다.”고 보도했다. 진옌광도 김일성종합대 졸업생으로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을 지냈다. 자연 차기 대사 후보군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