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보 심장’ 뉴욕서 대규모 유세…뉴욕포스트는 지지 선언

강우찬
2024년 10월 28일 오후 3:01 업데이트: 2024년 10월 28일 오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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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진보 진영의 상징적 도시인 뉴욕 한복판에서 대규모 유세를 진행하며 막판 상승세를 과시했다.

27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의 매디슨스퀘어 가든 경기장은 수용 인원(2만명)을 넘어서는 2만5천 명(주최측 추산)의 지지자들로 가득 찬 가운데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저는 여러분께 다시 우리 나라의 미래에 대해 흥분해 달라고 요청드린다. 다시 큰 꿈을 꾸시길 요청드린다”며 새로운 선거 슬로건인 ‘다시 큰 꿈을 꾸자(Dream Big Again)’를 공개했다.

트럼프는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연설을) 시작하고 싶다. 4년 전보다 지금이 더 나아졌나요”라고 물었고 경기장 내에는 “아니요(No)”라는 대답이 메아리 쳤다.

이날 하이라이트였던 트럼프의 연설에 앞서 트럼프 군단 ‘수퍼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오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폭스뉴스 앵커 출신의 보수 논객 터커 칼슨, UFC 회장인 데이나 화이트, ‘닥터 필’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TV진행자 겸 심리학 박사 필 맥그로,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 20여 명의 유명 인사들이 왜 트럼프를 뽑아야 하는지 힘주어 말했다.

지지 연사에는 지난 대선 이후 부정선거 소송전을 이끌었다가 변호사 자격이 박탈되는 등 트럼프와 불화설이 불거졌던 루디 줄리아나 전 뉴욕 시장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의 가족들도 무대에 올라 청중에게 인사했다. 아들인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며느리 라라 트럼프뿐만 아니라 대선 기간 은둔 행보를 보였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도 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 전, 역사적 경기장서 ‘올스타전’…승부수 될까?

이번 뉴욕 유세는 오는 11월 5일을 불과 9일 앞두고 주요 경합주 일정만으로도 빠듯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개최됐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경합주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진보 진영의 심장 맨해튼을 방문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비롯해 여러 자리에서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유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NBA농구팀 뉴욕 닉스의 홈구장이기도 한 이 경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장”으로 불린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핵심에서 유세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일찌감치 뉴욕을 찾아 자리를 잡고 입장을 기다렸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다는 한 남성은 “앞쪽에 앉으려 이틀 전에 도착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하루 전날 행사장 바깥에서 다른 동료 지지자들과 입장 대기줄을 지키고 있던 이 남성은 “선거 전 기념비적 행사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올스타전을 열고 목소리를 내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종합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동률을 이루고 있다. 다만, 최근 몇 주간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측은 강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뉴욕에서도 이기고 싶다는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 23일 조지아주의 한 행사에서 “가능하다면 뉴욕에서 이기고 싶다”며 “이민자들이 뉴욕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밀려든 불법 이민자들을 가장 많이 수용한 도시 중 하나다. 지난 6월 뉴욕시 당국 집계에 따르면, 6월까지 뉴욕시로 수송된 불법 이민자는 4만 5천 명에 달했고 거리 노숙자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치안 불안과 거주환경 악화는 민주당 철통 지역인 뉴욕시 민심을 흔들고 있다. 지난 5월 트럼프의 브롱크스 집회에는 캠프가 예상했던 3500명보다 훨씬 많은 8천~1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 인종도 많았다.

뉴욕 민심이 한 번에 트럼프로 돌아서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의 뉴욕 유세가 뉴욕을 비롯해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연방하원 선거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들의 지지율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공화당의 계산이다.

트럼프 캠프 수석 고문 제이슨 밀러는 매디슨스퀘어 가든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했다. 밀러 고문은 보도자료에서 이곳이 1971년 무하마드 알리 대 조 프레이저 간 해비급 챔피언 복싱 경기가 열린 “세기의 대결” 경기장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뉴욕 출신 트럼프, 고향으로 귀환…현지선 엇갈린 반응

뉴욕은 트럼프의 고향이다. 독일계 이민자 가정의 3세인 트럼프는 1946년 6월 14일 뉴욕주 뉴욕시 퀸즈에서 태어났다.

또한 뉴욕은 트럼프가 경제적 명성을 얻는 본거지이기도 하다. 뉴욕을 기반으로 부동산 개발로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은 트럼프는 공화당 아웃사이더 시절이었던 2016년 깜짝 대선후보로 등장해 압도적 열세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뉴욕은 트럼프에게 영욕의 도시이기도 했다. 뉴욕은 그에게 번영을 일궈낼 기회의 장이됐지만 2020년 재선에서 실패한 이후 뉴욕의 사업가와 동료들, 시민들은 트럼프에게서 등을 돌렸다. 트럼프에 대한 형사 재판이 열린 곳도 뉴욕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유세 집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사미라 부아우/에포크타임스

이번 유세를 앞두고도 뉴욕에서는 환영과 비난이 엇갈렸다. 8번가와 33번가 교차로는 미 전역에서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붉은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쓰고 유세 시작을 기다리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 같은 8번가 한쪽에서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트럼프는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손팻말을 들었고 노골적 욕설을 쏟아냈다. 다만, 경찰의 강력한 질서 유지와 양측 시위대의 협조로 험악한 분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엇갈린 반응은 뉴욕에 기반을 둔 주요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뉴욕 포스트는 지난 25일 편집국 사설을 통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지지한다”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명확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또한 이번 대선이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일”이라며 그 영향이 수십 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진보 매체 뉴욕 타임스(NYT)가 ‘유일한 애국적 대통령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NYT는 장문의 사설에서 “(해리스가) 모든 유권자에게 완벽한 후보는 아닐 수 있다. 특히 실패한 우리 정부(바이든 행정부)에 좌절하고 화가 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면서도 트럼프와 비교하면 “대안 그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캠프는 뉴욕이 트럼프의 고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행사 전 보도자료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 도시 중심부에서 열리는 이 장대한 행사는 그가 유세 막판 마련한 역사적 정치 운동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의 도널드 트럼프 캠프 담당 재니스 히슬을 비롯해 미국 본사 기자들이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