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쓰임새 있는 실용정치 할 것”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이윤정
2024년 10월 25일 오후 7:21 업데이트: 2024년 10월 25일 오후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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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국민의 나무’ 되고파”
‘AI 디지털 바이오 육성법’ 추진…신약 개발 지원
“이념·정쟁에 매몰된 국회…정치인, 더 도덕적이어야”

과학자, 기업인, 공무원, 교수. 한 가지도 제대로 해 내기 어려운 분야를 두루 거치며 종횡무진 활약한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국회의원’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백도, 줄도 없이 느닷없이 정치에 입문해 이념과 정쟁에 매몰된 정치 현실과 마주하면서 멘붕이 오기도 했지만, 30여 년간 역경을 헤치며 쌓은 내공은 국민에게 쓰임새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소명 의식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바로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다.

최 의원은 경희대 화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대웅제약 연구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제약업계 최초로 ‘최연소·최초 여성 임원’ 자리에 올랐다. 그는 국내 항산화 열풍의 주역이었던 ‘코엔자임 Q10(코큐텐)’ 원료를 개발해 대웅제약을 국내 제약 원료 수출 1위 기업에 올려놓은 주역이기도 하다.

대웅제약 연구본부장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 PD, 산업통상자원부 전략기획단 MD(매니징디렉터), OCI 바이오사업부 부사장, (주)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를 지냈고, 한국공학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과학기술계 인재’로 영입돼 정치권에 입문, 22대 총선에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에 입성해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23일, “국민을 위해 쓰이는 실용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 의원을 만나 정치 철학과 포부를 듣고 이야기를 나눴다.

-정치인으로 보내신 지난 6개월은 어떠셨는지 소회를 말씀해 주세요.

“백도, 줄도 하나 없이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소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으로는 아직 초년생이지만, 그동안 알고 지낸 다양한 연구원, 교수, 언론 기자, 정부 공무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국회 들어와서도 다양한 외부 행사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고, 국회 연구회를 통해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일하고 있어요.”

최 의원은 국회 내 정책 연구 모임 3곳에서 활동 중이다. AI 기술 육성과 발전을 통해 삶을 개선하고, 산업 육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회 AI와 우리의 미래’ 포럼을 비롯해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임 ▲국회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등이다.

“그동안 연구 현장과 국가 R&D 지원 사업, 벤처기업 활동,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일들을 해왔었는데 국회에 들어와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미래핵심산업 분야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필수인 만큼, 다양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법안들을 만들고, 연구 창업 활성화를 비롯해 각종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몇 안 되는 기업인 출신인 최 의원은 산업계 지원을 위한 입법 활동뿐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풍부한 경험에 기반한 법안 발의에 앞장서고 있다. 당 수석대변인을 지내면서 정치 현안에 대해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최 의원은 “주요 정책과 현안들을 알리고,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야당의 언론·방송 장악 프레임에 맞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현안들을 챙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국회를 직접 경험해보니 생각과는 사뭇 달랐다고도 했다. “국회가 너무 권위주의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걸 깨자, 무조건 겸손은 기본이고 누가 오든 문을 열어주자고 했습니다. 이런 마음, 선한 에너지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에) 씨앗 뿌리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 의원은 22대 첫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이 특히 체감할 수 있는 통신요금 인하, 스팸 및 스미싱 문제 해결 등을 비롯해 구글 인앱결제 피해, 원전산업 지원, 이공계와 국가 출연연구기관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방안,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최 의원은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전문성·소통능력·도덕성을 꼽았다. | 의원실 제공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실용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겸손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을 위해 쓰임받는 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정치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것이 저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 출신으로 연구실에서 한평생을 보냈기 때문에 ‘과학’이라는 인식의 틀에서 정치를 바라보고 실천하고 있어요.”

최 의원은 과거 “정치력은 4류, 기업 경쟁력은 2류”라고 했던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지금) 정치는 5류로 가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이유를 묻자 “도덕성이 결여돼서 그렇다”면서 국회에 처음 들어와서 느낀 ‘문화적 충격’을 털어놨다.

“국회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만 몰두하는, 소위 ‘자기 정치’를 하는 모습에 너무 화가 나서 멘붕이 올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야’ ‘너’는 기본이고 막 소리 지르고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를 포함해 국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품위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이념과 정쟁에 매몰돼 있는 국회에서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D 예산 확대 3법’을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정부의 R&D(연구개발) 지원 방식과 틀을 바꿔 연구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AI, 바이오 등 미래산업 경쟁을 위해 각국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미래 핵심 산업들은 전통적인 자본과 기술력 중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창의와 혁신을 중심으로 한 비약적인 발전이 필요합니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는 과거의 지원 방식에 갇혀 도전적 연구과제에 대해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근시안적인 경제성 평가와 2년 가까운 평가시스템 때문에 국가 R&D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R&D 30조, 국가 R&D 100조 원 시대를 맞아 정부예산 지원을 통한 지원 방식은 한계에 달했습니다. 또한 정부가 기초연구·실험 수준의 R&D에 집중하고 민간은 실용화 이후의 사업화에 집중하고 있어서, 영세한 중소기업이 필요한 비즈니스모델 개발 단계에 대한 R&D 자원 지원의 공백이라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최 의원은 의정활동을 시작한 지 열흘 만인 지난 6월 10일, 1호 법안으로 ‘R&D 예산 확대를 위한 패키지 3법’을 대표 발의했다. 3법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중소기업 기술혁신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기초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R&D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를 추진하고, 중소기업을 위해 융자형 R&D를 도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융자형 R&D 지원 방식은 기업에 R&D를 위한 자금을 대출의 형태로 제공하고 향후 기업이 해당 대출을 상환하는 자금 지원 방식으로, 자금이 대출과 회수의 과정을 거쳐 예산과 자금의 선순환이 지속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선진국들도 융자 방식의 지원을 통해 민간의 자금이 연구 자금으로 조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 예산 지원 방식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벤처와 대기업이 융합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구체적 복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벤처부터 대기업까지 근무해 본 최 의원은 대기업의 상생 협력 의지에 대해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과 제조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중소기업들의 상생 방안을 고민하다가 대기업이 기금이나 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구상해 봤습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하면 양사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는 ‘윈윈’ 구조를 도입하는 거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정치권에서는 규제 완화로 이들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대기업에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최 의원은 “대기업에서 벤처나 중소기업들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베네핏(혜택)을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복잡한 예산 지원 과정을 간소화해 자유롭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부처별 블록펀드를 운영해 R&D 재량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제약·바이오 전문가 출신으로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으신지요.

“제약·바이오 업계, 정부 기관, 학계에서 쌓은 30여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AI와 바이오 기술의 융합을 통한 신약 개발 촉진 및 R&D 투자 확대에 중점을 두고 ‘AI 디지털 바이오 육성법’ 제정을 통해 바이오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할 계획입니다.”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최 의원은 지난 9월 26일 국회에서 ‘제약·바이오산업 AI 대전환 토론회’를 열고 AI 신약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AI 디지털 바이오 육성법’의 발의를 준비 중인 최 의원은 “오는 11월 말쯤 AI 바이오 디지털 포럼을 공식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바이오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합니다. 정부와 민간, 학계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국회에서 몇 안 되는 기업인 출신인 최 의원은 산업계 지원을 위한 입법 활동뿐 아니라 과학기술계의 풍부한 경험에 기반한 법안 발의에 앞장서고 있다. | 의원실 제공

-첨단 핵심 기술 유출 피해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유럽 중심으로 중국의 인재·기술 탈취에 대한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상황은 어떻다고 보시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한국도 기술 유출 피해가 심각합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피해가 큽니다. 외국처럼 네거티브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쉽게 말해 ‘걸리면 죽는다’ 이거죠. 자율성을 주되 그만큼 도덕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 유출의 대부분은 내부자에 의해 발생하므로 연구 보안 체계 강화와 보안 교육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97건의 해외 기술 유출 시도가 발생해 약 23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제약 근무 시절 코엔자임 큐텐을 개발하면서 똑같은 일을 당해봐서 잘 안다는 최 의원은 “‘브로커’도 정식 등록 절차를 마련하고,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나 혹은 등록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외부로 기술을 유출할 경우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이미 발의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예전에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을 전면 수정해서 재발의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브로커’에 대해서도 민·형사적 대처를 강화하고, 신고포상금제도 도입 및 손해액 산정을 위한 공식 평가기관 지정을 추가했죠.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전략·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 대상 기술 보호 컨설팅 및 법정교육 제공, 정보보호책임자 외에 산업보안책임자(CSO) 신설 등을 담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점과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갈등과 반목이 유례없이 심합니다. 국민 간 통합과 화합은 고사하고 정치가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상황이죠. 내 편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고 내 생각과 다르면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정치 리더십 부재,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리더들의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고요. 극심한 팬덤 정치가 국민의 올바른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심지어 정치 리더들이 이를 악용해 정쟁의 소용돌이에 국민을 내몰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 의원은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물리학자 출신이지만, 16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정책을 통해 독일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경제를 살려냈다”며 “정치인들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 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발 팩트에 근거해서 발언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면 좋겠습니다. 극심한 팬덤 정치로 인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정치에 더욱 무관심해지고 있어요. 연예인도 아닌데 정치를 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정치인들이 소리 지르고 막말하면 유튜브에 나오고 화젯거리가 되죠. 쇼츠의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자꾸만 양극화된 정치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치의 리더십이 없다는 점도 아쉽고 걱정됩니다. 정치인들이 국회 밖에서도 훨씬 더 도덕적인 행실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질은 무엇일까요?

최 의원은 우선 ‘정책 전문성과 비전 제시’를 꼽았다.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가지고,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과의 소통 능력을 갖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에 대한 정책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직성, 도덕성은 기본적인 시민으로서의 소양이지만, 국회의원에게는 더욱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무엇이며,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국민의 나무가 되겠습니다. 국민들에게 소신 있는 모습으로 필요한 정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소신 있는 정치인, 일관성 있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최 의원은 지금까지의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질 줄 아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바이오 전문가로서, 과학기술인으로서 발의한 법안들이 꼭 통과할 수 있길 희망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지금까지 한평생을 늘 새로운 분야와 영역에 도전해 왔고, 합리적인 접근 방법과 소통의 자세로 살아왔다”는 최 의원은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간 해왔던 일들의 대상이 국민으로, 직장이 국회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정치를 통해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