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빨간색 자선냄비가 상징인 구세군이 한국 땅에서 복음을 전한 지는 110년을 넘었다. 서울시 중구 정동 1-23번지에 자리한 고색창연한 벽돌 건물은 1928년 완공된 구(舊) 구세군사관학교다. 현존하는 최고(最古) 개신교 신학교 건물로 꼽힌다. 1926년 미국 구세군이 한반도에서 구세군 사관(士官·목회자)을 양성하려고 모금한 돈으로 건립됐다. 교사(校舍)로 쓰이던 건물은 1955년부터 1981년까지는 구세군 대한본영으로 함께 사용돼 ‘구세군중앙회관’으로도 불렸다. 2019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돼 ‘정동 1928 아트센터’로 거듭났다.
정동 1928 아트센터 좌측 동(棟)에는 구세군역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구세군이 1908년부터 한국에서 펼쳐온 사랑과 봉사, 섬김과 나눔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구세군(救世軍·The Salvation Army)은 1865년 영국 런던에서 창설됐다. 세상의 구세를 위한 군대라는 의미를 지닌 구세군 정신은 ‘3S’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수프(Soup)’이다. 가난한 신자들을 찾아가 따뜻한 수프로 배를 채워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프(Soap)’이다. 비누로 가난, 무지를 씻겨 삶을 거듭나게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샐베이션(Salvation)’이다. ‘성화(聖化·Sanctification)’라고도 하는데 정신과 육신의 총체적 변화와 구원을 의미한다.
창립자 윌리엄 부스·캐서린 부스 부부는 선교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거리에서 복음을 전했다. 복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찾아가는 교회를 지향했다. 성공회가 대영제국 국교회이던 시절엔 각 교구(敎區) 중심으로 종교 사역이 이뤄졌다. 그 중심에는 고딕 양식의 ‘교회당’이 있었다. 구세군은 이를 탈피하여 극장, 묘지, 퍼브(Pub·영국 선술집) 등을 찾아가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그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세속적 공간을 성스러운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오늘날 영국 런던 구세군 국제본부도 원래 대형 당구장이었다.
구세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군대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구세군은 중앙 집권식 조직을 갖추었다. 영국 런던에 국제본부(IHQ)를 두고 전 세계를 5개 부(Zone)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구세군한국군국’은 아시아·태평양부에 속한다. 국제본부에는 수장(首長)인 ‘대장(General)’이 있고, 1인의 ‘참모총장(Chief of the Staff)’이 있다. 각 부(部)엔 국가를 관장하는 ‘부장(Commissioner)’을 두고 있다. 각 지역 교회·성당에 해당하는 것이 ‘영문(營門·Corps)’이고 한국 전체를 관장하는 한국군국(韓國軍國) 산하에 대한본영과 각 지방본영이 있다.
구세군 목회자는 통칭해서 ‘사관(Officer)’이라고 한다.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목회신학과 졸업 후 부위(Lieutenant)로 임관(목사 안수)한다. 이후 만 5년 사역하면 정위(Captain)로 승진한다. 그러다 다시 만 10년이 지나면 참령(Major)으로 진급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구세군 사관의 97% 정도가 참령에서 은퇴하며 정년은 65세이다. 그 외에 특별한 직책을 맡을 경우 부정령(Lieutenant-Colonel), 정령(Colonel)으로 진급하기도 한다. 가톨릭교회에 비유하자면 세계 구세군 대장은 교황, 참모총장은 교황청 국무원장 추기경, 부장은 추기경, 정령은 대주교, 부정령은 주교나 몬시뇰(Monsignor·명예 고위성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