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군 3천명 러시아서 실전 투입 준비중”…러 “韓 개입 말아야”

최창근
2024년 10월 24일 오후 3:53 업데이트: 2024년 10월 24일 오후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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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다. 아울러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0월 23일, 존 커비(John Kirby) 미국 국가안보실 전략소통보좌관은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10월 초중반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군이 선박으로 북한 원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후 북한군은 러시아 동부 소재 다수 러시아군 훈련 시설로 이동했으며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보좌관은 “미국 행정부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임할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이는 분명 매우 우려되는 가능성이다. 북한군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1진으로 파병한 병력 3000명이 러시아 내 훈련소 3곳에서 기본 전투 훈련을 받으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존 커비 보좌관은 “북한군 존재가 우크라이나 전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북한군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영향을 평가하기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될 경우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리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북한군을 어디에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판단하기 이르다.”고 답변했다.

그는 “만약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하는 전투에 배치된다면 그들은 ‘정당한 사냥감’ ‘정당한 표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듯이 북한군을 상대로 자신을 방어할 것이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북한군이 실전 투입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공격은 정당하다는 취지이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다가 죽거나 다치는 북한군이 발생할 가능성은 틀림없다.”고도 했다.

미국 해군 제독 출신의 존 커비 보좌관은 전략적 문제도 추가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언어 장벽, 지휘통제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파병 배경에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서 무엇을 받게 되는지 모른다.”고 전제하며 “북한군 파병이 우크라이나전쟁에 미칠 영향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域內)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행정부가 파악한 내용을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유했으며 다른 동맹국·협력국과 대응 방식 등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국 러시아 정부는 북한군 파병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군 파병설에 대응할 경우 강력한 맞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월 23일, 러시아 정부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Maria Zakharova) 러시아 외무부 정보보도국장(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해 파병했다는 보도와 관련하여 “허위 과장보도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언론이 해당 보도를 퍼뜨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미국 국방부 장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북한군 위치는 평양에 물어보라.”고 반박했다.

제임스 오스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처음 신중한 태도를 취하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미국 행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북한군 파병에 대해 대응을 고심 중인 상황과 관련해서 “러시아는 조국과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다.”라며 “이러한 조치는 가시적일 수 있다.”고 실질적인 외교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 당국의 신중함, 상식적 판단을 희망한다.”며 한국 정부의 자제도 촉구했다. 북한군 파병 보도 이후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 지원은 물론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는 안도 고려 중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한국의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외교적 발언으로서는 수위가 높은 경고성 발언을 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 확인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려는 상황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한국 당국이 키이우 정권(우크라이나)과 함께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한국-러시아 관계도 거론했다. “한국은 러시아와 정치적 이견을 보이고 있음에도 그동안 적극 교류해왔다.”며 자하로바 대변인은 ”군사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의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은 국제법을 준수하고 위반하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 자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