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남은 美 대선…해리스-트럼프, 히스패닉 유권자 표심 공략

강우찬
2024년 10월 23일 오전 10:33 업데이트: 2024년 10월 23일 오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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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경제 이슈를 내세워 히스패닉 표심 잡기에 나섰다.

여론 조사에서 어느 한쪽의 압도적 지지세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각 후보 진영은 경합주 승리를 위해서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히스패닉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지만, 마음을 놓기는 어려운 처지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 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주요 경합주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높은 56%의 지지율을 얻었으나 역대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2016년, 68%)과 조 바이든(2020년, 62%)보다는 지지율이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공화당 트럼프는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은 28%에 그쳤으나 2020년 36%, 올해는 37%로 상승세에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22일 오후 스페인어 방송인 텔레문도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생중계가 아닌 녹화된 영상으로 일부는 이날 저녁, 전체는 23일 저녁 7시 방송될 예정이다.

AP 통신은 이날 해리스가 자신의 경제 정책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해당 정책은 ▲4년제 대학 학위가 없어도 연방정부 일자리(공직)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학위 요건 폐지 및 민간 기업으로 확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상환 의무가 없어지는 2만 달러 소기업 대출이다. 즉 연방 정부 공무원에 고졸 채용을 늘리고, 소기업 업주에게 보조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학위 제한 폐지는 이미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중산층 일자리 공약의 일부다. 또한 2만 달러 소기업 대출 역시 지난 14일 발표한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의 하나다.

해리스 부통령은 스페인어 채널을 통해 흑인·중산층을 위한 기존 공약이 히스패닉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일했던 시기 미국의 경제적 번영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22일에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교외 지역의 자기 소유 골프 클럽에서 히스패닉계 유력 인사 및 유권자들과 타운홀 미팅(시민과의 대면 만남)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에 히스패닉 일자리와 임금, 주택 소유율이 어떻게 증가했는지를 설명하면서 재선에 성공하면 히스패닉 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고 일자리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날 미팅 시간의 상당 부분을 바이든-해리스 행정부 비판에 할애했다. 경제뿐만 아니라 국경 정책과 불법 이민자 폭증 사태를 겨냥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해리스의 전략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또한 해리스가 이날 유세 대신 스페인어 채널과의 인터뷰를 포함한 2건의 언론 인터뷰를 가진 것을 두고 “지독하게 게으르다”고도 꼬집었다. 해리스 캠프는 이날부터 대중 유세를 줄이고 언론 인터뷰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히스패닉 계열 고위 공직자와 기업가들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경제가 좋았다며 트럼프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행사가 끝난 후에는 히스패닉 종교 지도자들이 트럼프를 위해 기도했다. 한 대형 교회 책임 목사는 “그는 이 나라에서 마무리해야 할 더 숭고한 임무가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한편, 선거 전문가들은 7대 경합주 가운데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네바다에서 민주당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대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미국 주요 선거에서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는 2010년 5050만 명에서 2022년 6360만 명으로 증가하며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했다. 오는 2025년에는 6800만 명을 넘어 인구 20%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