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구조적 해결 필요한데 돈 붓기만 반복…효과 없어” 英 가디언

강우찬
2024년 10월 18일 오후 12:01 업데이트: 2024년 10월 18일 오후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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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Insanity)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차이나센터 연구원이자 UBS 투자 은행 선임경제 고문을 역임한 경제학자 조지 매그너스가 최근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경제 정책을 평가하면서 인용한 말이다.

매그너스는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가 2008년과 2015년, 2021년에 이어 “네 번째 성장률 둔화에 겁을 먹고 경제 회복을 위해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채택했다”며 “(당시에도)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고 최근 발표된 ‘바주카’ 대책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바주카(bazooka)는 대전차 공격에 사용되는 휴대용 로켓 발사기를 가리키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 즉 대대적인 ‘돈 풀기’를 가리킨다.

매그너스는 “이런 부양책이 과거에 실패한 이유는 정부가 주로 경기순환 또는 단기 전망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문제는 구조적 또는 뿌리부터 가지까지의 경제 개혁을 필요로 하며, 레닌주의 정부가 가장 혐오하는 정치 개혁을 필요로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겪고 있는 높은 청년 실업률, 부동산 경기 침체, 산업 생산성 저하, 디플레이션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 개혁이 필요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기존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기 부양책만을 반복해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는 최근 롤러코스터 타듯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중국 증시를 들었다.

중국 증시는 2021년 초부터 올해 9월까지 40%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다가 9월 말 증시 부양, 유동성 확대, 주택 규제 완화 등의 대책에 힘입어 10월 초 정권수립기념일 연휴 전까지 약 30% 급등했다.

투자 심리는 금방 냉각됐다. 연휴가 끝나고 지난 9일 상하이 증시 CSI300 지수는 7.1% 폭락하며 11일간의 상승을 마감했다. 하락폭은 4년 만에 최대였다. 홍콩 항셍지수도 하락했다.

주가 급등의 핵심은 8천억 위안(약 153조원)의 금융 지원책이었다. 그러나 이 자금은 상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금융회사의 주식 매입 자금으로 사용됐다. 주가만 끌어올렸을 뿐,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업이 장기적으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입되지 않았다.

시장에 대한 밝은 전망도 중요하지만, 당장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자산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주택 가격이 하락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주식 시장 개입과 통화 완화는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뿌리 깊은 경제적 결함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매그너스는 평했다.

그는 “당국이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주식 시장의 상승세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가계가) 소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려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 소득 증가, 고용 시장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말(지난 12일)에 급히 소집된 재무부 기자 회견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는 내년도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예산 정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이나 수치가 발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재무부의 ‘긴급’ 기자회견은 역효과만 낸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재무부의 재정정책 발표가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시장이 기대했던 내용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경제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현재 시장은 이달 말 예정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를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인 재정정책 방안이 발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의 결정 사항을 추인만 하는 ‘거수기 의회’라는 비판을 받는 전인대가 세부 사항은 빼놓고 기존 정책을 포장만 바꿔 되풀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