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사각지대 파헤치기] ③ 10년 내내 지적해도…‘주류 광고’ 위법 활개

이상준 객원기자
2024년 10월 17일 오후 8:46 업데이트: 2024년 10월 17일 오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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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건복지 분야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22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마다 ‘주류 광고’ 관련 위법 사항에 대해 정치권이 지적 및 시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실정이다. 잘못된 주류 광고는 청소년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단 지적이 뒤따른다. 국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주류 광고의 국민건강증진법 위반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위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OB맥주가 압도적인 위반 횟수를 기록해 법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류 광고 위반, 매년 증가세…인스타그램 최다, OB맥주 압도적 1위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건강증진법 위반 주류 광고 적발 건수(2020~2023)’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한 주류 광고는 총 2547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통신매체가 9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구체적으로는 인스타그램 1532건(60%), 페이스북 643(25%), 유튜브 등 각종 온라인 광고 203건(8%) 순이었다.

위반 유형별로는 국민건강증진법 제8조의2 제2항의 1호 위반인 ‘경품 제공’이 1000건(32.4%)으로 가장 많았다. 음주자에게 주류의 품명·종류 및 특징을 알리는 것 외에 주류의 판매 촉진을 위하여 경품 및 금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는 4호 위반인 ‘경고 문구 표시’가 979건(31.7%)이었으며, 2호 위반인 ‘음주 권장 또는 유도’가 847건(27.4%)으로 뒤를 이었다. 경고 문구를 광고와 주류의 용기에 표기하여 광고해야 하며,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음주를 권장 또는 유도해서는 안 된다.

위반 유형별 현황은 한 건의 광고가 여러 조항을 위반할 경우 중복으로 표기했다. 최근 5년간(2019~2024.8)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한 주류회사 상위 20곳 위반 건수를 취합하여 집계했을 때, OB맥주가 684건으로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GS리테일(386건)이 뒤를 이었다. OB맥주의 경우 2022년, 2023년 모두 가장 많은 위반 건수를 기록했다.

남인순 의원은 “술과 담배 모두 1급 발암물질이지만, 담배와 달리 술은 여전히 광고가 허용되고 있다”며 “국민건강증진법은 주류 광고가 기준에 맞게 이루어지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주류 회사들이 법을 위반하면서 음주를 조장하고 미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그러면서 “음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얻기 위해, 주류 광고의 법 위반이 반복될 경우 단순 시정 조치가 아닌 금지를 명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음주’ 부추기는 캐릭터 활용 마케팅…‘쿵야’가 왜 맥주 광고에?

최근 급증한 친근한 캐릭터 등을 이용해 직·간접적으로 음주를 권장, 유도, 미화하는 주류회사의 마케팅이 청소년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정치권 관계자들 발언을 종합할 때 주류 광고는 직, 간접적으로 음주를 권장하거나 미화, 유도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민건강증진법 주류 광고 준수 사항에도 적시된 사안이다. 그러나 법령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으로 해석되어 캐릭터 등을 이용한 지금의 주류 광고 방식은 처벌 및 규제 대상이 되지 않으며, 다른 상품과의 협업 마케팅도 규제가 미비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민주당 의원실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주류 광고 규제 위반 건수는 2019년 572건에서 2023년 3088건으로 약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희 의원은 “귀여운 두꺼비와 곰돌이, 만화 캐릭터들을 얼굴로 내세워 광고하고 있는 온갖 주류가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일상에 친숙하게 파고들고 있다”며 “귀여운 만화 캐릭터가 행복한 표정으로 주류를 들고 있는 모습은 마치 우리 모두에게 술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 연장선에서 지난 4월 환경부 홍보대사로 위촉됐던 캐릭터 ‘쿵야’는 맥주 광고에도 같이 사용되고 있다.

김 의원은 “환경부 마스코트, 카카오톡 이모티콘 10대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한 캐릭터를 내세워 광고하는 주류 제품은 청소년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며 “청소년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는 주류 제품에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넣는 것은 기업의 도덕적 책임감 부재”라고 비판했다.

◆10년 전에도 ‘주류 광고’에 청소년 무방비 노출 비판 쇄도

주류 광고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은 약 10년 전인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서용교 의원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방송에서 금지되고 있는 성형외과, 주류 광고(17도 이상)들이 영화 상영전 실시하는 광고심의에서 ‘전체관람가’로 등급 분류돼 청소년들에게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영화 전후에 상영되는 광고는 영화 및 비디오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광고영화’로 표현되며, 영등위에서 사전 심의하고 있는데, 영등위는 영비법 29조 2항에 따라 ‘전체관람가’에 한해서만 등급 분류를 하고 있다. 영등위는 지난 2014년만 해도 25건에 해당하는 주류 광고를 ‘전체관람가’로 등급 분류해 심사한 적이 있다.

서 전 의원은 “대부분의 흥행작이 15세 이상 관람가인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한 성형외과, 주류 광고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극장용 광고는 영화가 아닌 일반 상업광고로 판단하고 매체의 특수성을 감안해 보다 전문적인 광고 심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