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한국인이라면 북한 인권에 관심 가져야” 팀 피터스 HHK 대표

최창근
2024년 10월 17일 오전 11:26 업데이트: 2024년 10월 17일 오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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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북한 주민 돕기 헌신한 벽안의 기독교 활동가
북한 인권은 처참한 수준…한국 비롯 국제사회 관심 필요

지난 9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제7회 북한인권상 및 북한인권법률문서 등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사단법인 북한인권과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 주관한 행사에는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북한인권단체 사단법인 북한인권이 수여하는 제7회 북한인권상 수상자로 팀 피터스(Tim Peters) 헬핑핸즈코리아(Helping Hands Korea·HHK) 대표가 선정됐다. 외국인으로서는 첫 수상자인 팀 피터스 씨는 1996년 HHK를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북한 주민에 대한 실용적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인도주의 인권 사업을 지휘해 왔다. HHK는 중국에 억류된 북한이탈주민의 대피 지원, 북한 내 식량 및 기초 의료 지원, 탈북 여성의 고아 자녀에게 중국 내 위탁 양육 또는 생활비 지원, 그리고 학계, 국회 및 거리 시위를 통한 북한 인권 옹호 활동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팀 피터스 씨가 구출에 관여한 중국 내 탈북민은 지난 28년 동안 2천여 명에 달한다. 팀 피터스 씨는 미국 국무부가 지난 6월 북한을 22년 연속으로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평가한 것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HHK의 중국 내 탈북자 보호 활동은 인권 전반, 특히 종교와 신념의 자유를 증진하는 데 이바지한 탁월한 공헌을 인정받아 노르웨이 2008년 스테파누스(성 스테판)상을 서훈받았다. 비정부기구(NGO) 활동과 함께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대한적십자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서 연설문 작성자·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과 중국 북한 국경 지역에서의 활동 전에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미국령 사모아, 일본, 미국 등지에서 기독교 운동가로 활동했다. 1982년 미시건주립대 다학제 사회과학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우등으로 졸업했다.

북한 인권 현황은 어떠한가요?

북한 인권 실태를 묻는 질문에 팀 피터스 씨는 “영어 어휘 ‘어비즈멀(abysmal)’의 의미를 아나요?”라고 반문했다. “‘어비즈멀’은 ‘최악의’ 혹은 ‘최저의’ 뜻을 담았습니다. 오늘날 북한 인권 실태를 설명해 주는 어휘라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인권 실태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반론하기도 하지만 ‘권리’를 가진 것은 김정은 일가뿐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 일부에게 개별적·선택적으로 주어지는 ‘특권’으로서 인권을 일부 향유하기는 않지만 천부(天賦) 인권을 향유하거나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할 수 있습니다. 서양식 표현을 빌리자면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즉 북한 주민의 일생은 모든 것이 자신이 아닌 김정은 일가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천부 권리인 언론·출판·집회·이동의 자유를 제한합니다. 달리 말하여 북한 주민은 다방면에서 인권의 기초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팀 피터스 씨는 북한의 출신 성분 차별도 언급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북한에는 이른바 출신 성분 구별이 존재합니다. 이는 거주지, 진학 가능한 학교, 군 복무 기간, 직업 선택 등 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류법입니다. 혈연적 배경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지능이나 능력과는 관계가 없죠. 이도 보편적 인권 침해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나요?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죠?

“북한에 한 번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저의 북한 관련 정보는 이에 기반하지만은 않습니다.” 팀 피터스 씨는 자신의 유일한 북한 방문 경험을 이야기했다. “1988년 단기 일정으로 함경북도의 한 제빵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밀가루, 고깃가루 등을 전달하기 위해서요. 아내가 동행했죠. 2박 3일 일정이었는데 일정도 짧고 행동 반경에도 제한받았습니다. 북한 북동부 지역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일정을 소화했죠. ‘안내원’이라는 직책의 북한 조선노동당 관계자가 동행하고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안내원은 중간 수준의 호텔에 투숙하게 했고요. 일정 중 멋진 풍광의 다른 지역으로 데려가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습니다. 그곳에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미시건주 출신이라 생선, 새우, 로브스터 등은 즐기지 않은 편이에요. 안내원은 자신이 좋아하는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죠. 비용은 우리 부부에게 내게 했고요. 저는 해산물 자체를 즐기지 않는데 값비싼 요리 비용을 청구해서 속상했지만 북한에서는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안내원에게 어떤 말을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의 생활 수준이 높지 않은 듯해서 저는 비싼 해산물 요리를 주문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배 부르게 먹고 남은 음식은 가족을 위해 포장해 가라.’고도 했죠. ‘주변에 굶주린 아이들도 많다.’며 ‘그릇의 밥을 남김 없이 비우라.’고도 했습니다.”

북한 인권 실태 백서가 다수 발간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간하는 보고서는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의 ‘표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북한 주민 인권 침해는 다양한 보고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중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는 다방면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알려서 권위를 얻었죠. 국제사회에서는 극빈층 구호기구 ‘컨선월드와이드(Concern Worldwide)’, 한국에서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오랜 역할을 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내에는 약 3만 4000명의 탈북민이 존재합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 인권 실태 정보는 정확한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단체 사단법인 북한인권이 수여하는 제7회 북한인권상 수상자 팀 피터스(우)와 사단법인 북한인권 대표 김태훈 변호사.

1998년 북한 방문 이후 고찰한 북한 인권 변화 실태는 어떠한가요?

“올해 7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연설했습니다. 한 청중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고요.” 팀 피터스는 북한 인권 개선은 매우 더디다며 말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아시나요? 빙하는 거대한 얼음 조각입니다. 1년에 1인치 혹은 1인치 정도 움직이고 있어요. 북한 인권 문제는 빙하와 같습니다.”

좀 더 설명해 준다면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연례 보고서를 작성하고, 북한에 인권 실태 개선 관련 문제를 제기하고 하면 ‘약간’의 개선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늘날 북한 인권 실태는 더 나빠질 수 없는 지경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인권 분야에서 일부 개선이 있었습니다. 큰 진전이라 할 수는 없고요. 일부 영역은 악화일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종교 분야가 대표적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종교인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지만 불제자(佛弟子)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북한 내 불교 관련 정보는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것이죠. 북한 내 기독교 모임에 대한 압박은 김정은 체제하에서 극심해졌습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에게 충성심 표시를 강요하고 있죠. 김정은 체제의 행태는 편집증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과 공조 속에서 북한 인권은 일부 영역에서 아주 조금 개선됐지만 일부 영역은 악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신에 의하면 북한에서 최근 중학생들을 집단 처형했다고 합니다.

“지난 김일성-김정일 통치기부터 북한에서는 처형이 자행되어 왔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중학생 33명 정도가 처형됐다는 것이에요. 김정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통치기에는 자제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끔찍한 일이고요, 학생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다는 이유로 총살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한편으로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행정부, 타국 정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등의 활동 등 외교적 방법으로 북한 체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보편적 정례검토(UPR·Universal Periodical Review)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유엔은 ‘정례 검토’를 통해 북한을 비롯한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발표합니다. 개선 사안을 권고하기도 하고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제재’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제한하도록 유도하고요. 제 관점에서 핵무기 개발 제한은 인권이 아닌 군사·안보 문제에 가깝습니다. 국제사회는 제재와 유인 제공 등 ‘외교적 수단’을 사용하고 있지만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에는 효과적이지 않다고도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고요. 미국 행정부처럼 ‘북한 인권법’을 통과 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요.”

외교적 수단이 북한 인권 개선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인가요?

“북한의 현재 상황, 북한 주민 인권 침해, 그 속에서 불행한 개개인의 삶을 보면서 외교적 수단이 실제 북한 주민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물론 일부 정책, 제재, 처벌이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팀 피터스 씨는 “북한 주민의 삶이 어떻게 개선됐는지를 알고 싶다.”며 말했다. “저를 비롯한 헬핑핸즈코리아(Helping Hands Korea·HHK) 구성원들이 북한에 씨앗 보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북한 주민은 더 많은 식량을 얻게 됐습니다. 대홍수 발생 후 북한 수질은 악화하여 수인성 전염병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에 도움이 되는 의약품을 보내는 것도 북한 주민의 실질적 삶 개선에 미약하지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각국 정부는 북한 인권 보고서를 작성하고 관련 회의나 세미나를 개최하며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도 물론 의미가 있고요. 저는 ‘씨앗 포장’ 등 여러분이 직접 참여하는 작은 활동이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네요.”

이야기는 탈북민 문제로 이어졌다.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은 탈북민의 ‘경유지’이지만 위험이 도사린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 등을 명분으로 중국 내 탈북민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 피터스 씨는 탈북민 지원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중국의 탈북민 강제 송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에 1951년 서명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협약에 서명했다는 사실 자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요. 문제는 협약에 의거하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관계자가 북한 중국 국경에서 탈북민을 인터뷰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불법 입국자’로만 간주하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나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와의 접촉을 막고 있습니다.” 팀 피터스의 중국 정부 행태 지적은 이어졌다. “유엔 회원국이자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서명국인 중국은 탈북민 처리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거부합니다. 난민 지위 부여에 관해서도 유엔 원칙을 따르지 않고요.”

탈북민 강제 송환 후 북한에서 처벌 문제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탈북민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존 탈북 경험이 있을 경우 가중 처벌을 받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하죠. 여성 문제도 있습니다. 중국인 아기를 갖게 된 여성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북한은 ‘민족의 순수성을 해쳤다.’는 등의 명분을 들어 강제 낙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난민 관련 규정을 원용하자면 강제 송환 후 위험에 처해질 가능성이 존재하면 절대 송환해서는 안 됩니다.”

제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미국과 중국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입니다. 중국의 대미국 무역 의존도도 높고요. 중국이 탈북민 강제 송환을 중단하지 않는 한 중국산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제재를 실시하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제재 조치를 취하면 강제 북송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은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탈북민 북송과 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를 연계하는 것에 국제 사회도 소극적이고요.” 팀 피터스 씨는 중국 제재에 소극적인 것에는 자신의 조국 미국도 예외는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한국 등 민주공화정 체제 정부나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 정부 모두 ‘탈북민 강제 북송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탈북민의 고통은 지속될 것입니다. 강제 북송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고요.” 그는 2000년대 국제 인권단체 주최 행사에서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하기도 했다. 중국 내 탈북민 강제 송환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중국 정부 문제를 언급했나요?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송환 정책을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북한 인권 개선에 가장 큰 문제라고도 했고요, 2015년 영국 옥스퍼드출판사에서 출간된 레그넘 에든버러 100주년 시리즈 28권에 북한의 종교 박해 역사 사례 연구 글을 수록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각종 ‘북한 주민 개인을 돕는 것에 관심 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팀 피터스 씨는 중국이 탈북민 강제 송환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견해를 제시했다. “중국 정부는 강제 송환을 중단할 경우 탈북민이 대량 발생하여 중국 사회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 우려합니다. 탈북민 대량 발생은 북한 체제 안정 문제와도 직결되고요. 중국은 자국의 사회 불안 문제 방지, 북한 정권 붕괴 방지를 위해 탈북민 강제 북송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실태를 지켜보는 심정은 어떠한가요?

“주민 억압과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상은 바뀌지 않고 있죠. 이를 지켜보고 강제 북송되는 이들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권위주의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를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 권위주의가 확산하고 있는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팀 피터스 씨는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 사건을 언급했다. 1994년생인 오토 웜비어는 2015년 미국 버지니아대 재학 중 북한을 방문했다. 17개월 동안 억류, 구금되었으며 이후 심한 고문을 받은 끝에 식물인간 상태로 귀국했다. 2017년 6월 13일 미국으로 송환됐으나 식물인간이 되어 더 이상 보기 괴로웠던 가족의 동의하에 연명 치료가 중단되고 엿새 후인 6월 19일 사망했다.

“미국인의 북한 여행은 타국이나 타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우리는 한 미국 청년이 북한 방문 중 구금되고 고문받아 사망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북한은 안전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다수 사람은 북한 인권 문제가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토 웜비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제 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북한 인권 문제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요?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대만은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중국, 북한,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요.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일이 타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팀 피터스 씨는 홍콩 문제를 들었다. “주권 반환 이전 홍콩은 아시아의 ‘민주주의 섬’이었습니다. 홍콩 사례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징 정부는 홍콩 통치를 위해 점점 더 권위적인 조치를 주민에게 취할 것이고요. 러시아는 ‘원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였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북한도 한국에 영향력을 투사하려 들지만 강력하지는 못합니다. 북한 체제하에서 인권이 촛불이라면 자유와 인권은 그 불을 피우는 것과 같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꺼뜨리려 들 것이고요.”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듯합니다.

“카타콤을 운영하는 동안 북한 이탈 주민, 미국인, 한국인, 심지어 한국 고등학생까지 이곳에 와서 교류하고 소통합니다.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요. 한국 청년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적습니다. 그들은 각종 시험에 합격하고 어떤 대학에 진학하여 어떤 성적을 받을지 등 현실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죠. 와중에 매주 화요일 카타콤에서 열리는 씨앗 포장 활동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된다고 봅니다. 저는 참여자들과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대화하려 하는데 한국은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 인권 문제, 북한 독재 문제에 관심이 적은 것은 사실이에요. 예외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김태훈 변호사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제 조국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좌우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끼고 있습니다. 미국은 고립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자국과 자국 내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위기에는 관심이 덜하고요.”

그는 이어 말했다. “저는 공산당 압제하의 중국인에게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위주의적인 공산당 정부를 좋아하지 않을 뿐이죠. 중국인들은 1989년 6·4 톈안먼 사건을 목도했습니다. 그럼에도 자국 내 소수민족 박해, 기독교 억압, 티베트 문제에 관심이 덜합니다. 자국과 북한 인권 문제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근래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의 연설로 전 세계는 대만 국민이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반면 대만 국민은 중국인의 인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팀 피터스 씨는 자신의 발언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이었지만 자신은 ‘반중국인’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 달라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 “북한 주민이나 탈북민을 돕기 위한 저의 활동에서 핵심적인 일은 중국인이 수행합니다. 절대적이고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국인의 도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유의 대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대가를 지불할 가치를 지닙니다. 자유가 대표적입니다.”

자유를 위해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인가요?

“박해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치적·종교적 신념 때문에 차별받고 때로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자유를 쟁취하는 것을 돕기 위해 약간의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n’t free).’라는 영어 관용구를 대부분의 한국인도 알고 있습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인류는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기독교인으로 사명감이 북한 인권 문제에 헌신하게 한 것인가요?

“제 고향은 미국 미시건주입니다. 미시건주립대에 입학했고요. 신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어린시절부터 ‘성경’을 접하고 살았습니다. 사춘기이던 15세 무렵부터 교회, 성경과 멀어진 삶을 살았습니다. 이후 저는 5~6년 동안 저 자신을 실험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살았습니다. 대학 4학년이 됐을 때 저는 삶이 공허했고 목적도 잃었습니다.

그 무렵 누군가가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를 위해 돌아가셨다.’고 했었죠.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다소 부정적이었어요. 다만 제 주변 사람들이 인내하고 사랑하며 저를 위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잘은 몰랐지만 마음속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싶어졌죠. 마음속으로 ‘당신이 진짜 그리스도(구세주)라면 저의 기도 한 가지를 드릴게요. 당신이 진짜 그리스도라면 어떤 식으로든 제게 당신 모습을 보여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1~2 주쯤 지난 후 감자기 제 마음속 한편에 ‘특별한 조각’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심이라 할 수 있을까요.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성경’ 말씀은 제게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이 놀라웠고요. 10대 시절 제가 갈구하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성경’이라 생각했습니다. 심신의 평화를 얻었고요.”

대학 졸업 후 선교의 길로 나아간 것으로 압니다.

“대학 졸업 직후 제가 선교사로 활동하겠다고 하자 교수들은 ‘미쳤다.’고들 했어요.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던 제가 그 길을 택했으니까요. 부모님이나 교수님의 반응은 이해했습니다. 다만 저는 하나님을 영접한 기회가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하고 생각했고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한때 길을 잃었던 그는 신앙 고백을 한 후의 경험담을 이어갔다. “저는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증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은 이기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어요.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 자원봉사 활동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다 기독교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고요. 인생이 참 재미있다고나 할까요. 어떤 힘이 저를 변화시켰는데 예수 그리스도와 저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회심(回心)한 후 타인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저에게 있어 정말 큰 변화였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닌, 나름 긴 여정이었죠.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일은 오늘날 제가 하고 있는 북한 관련 일과도 관계있습니다. 북한은 특별한 곳입니다. 한때 기독교가 번성했던 북한은 100년 가까이 ‘성경’과 복음(福音)이 차단됐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몇 개 되지 않는 곳이죠.”

기독교 활동가에게 있어 북한은 어떤 곳인가요?

“기독교인으로 북한 주민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입니다. 다수 기독교인은 북한에 ‘성경’을 전파하는 것이 옳다고 믿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마땅한 일이지만 북한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죠. 북한에는 정부가 주민으로부터 압수한 ‘성경’으로 가득 찬 창고가 다수 존재합니다. 북한 주민에게 ‘성경’을 전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를 실천해야 하지만 선행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북한 주민에 주입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의 세뇌에 의하여 북한 주민은 ‘모든 기독교인은 사악하다. 승냥이 같은 자들이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우리는 ‘사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팀 피터스 씨는 기독교식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에게는 식량, 약품이 절실합니다. 북한을 탈출하여 안전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도 도움은 필요합니다. 교실에 앉아 ‘성경’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한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는 북한은 기독교 선교사로서 자신의 삶의 전기가 됐다고도 했다.

“선교사로서 남태평양 사모아, 남미에서 사역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약 7년 체류하며 활동했고요. 북한 주민과의 소통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눈과 귀가 닫힌 그들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지를요. 고민 끝에 북한 주민에게 도움을 주면 자연 그들이 우리의 말을 들어 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나름의 전략도 수립했습니다.”

한자 사랑 ()’ 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기독교적 사랑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에요.

“한자 사랑 ‘애(愛)’ 자는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의미에 가깝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에로스(Eros)’가 아닌 ‘아가페(Agape)’입니다. 신성하고 거룩하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죠. 에로스와 별개의 ‘하나님의,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에 대한 사랑’입니다. 유사 한자어로 자비(慈悲)나 연민(憐愍) 혹은 자애(慈愛)를 들 수 있고요.” 아가페의 의미를 설명한 팀 피터스 씨는 자신의 지난 시절을 이야기 했다. “젊은 시절 제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는 이야기해서 알 겁니다. 아가페, 즉 하나님의 사랑은 인류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인류 구원을 위해 스스로 몸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가 그 완벽한 예이고요. 기독교인은 비록 박해받더라도 타인, 인류를 향한 이타적인 사랑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합니다. 중국에서도 기독교인은 공산 정권하에서 고통을 겪었습니다. 파룬궁 수련인, 티베트 불교 신자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요. 기독교인인 저는 티베트 불교 신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을 위해서도 헌신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더불어 특정 종교가 해악을 끼치지 않는 이상 모든 신앙은 자유롭게 보장받아야 한다고도 믿고요.”

* 정향매 기자가 기사 작성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