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사각지대 파헤치기] ② ‘마약’에 노출된 대한민국…軍마저 스며들다

이상준 객원기자
2024년 10월 16일 오후 9:30 업데이트: 2024년 10월 16일 오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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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건복지 분야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22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구마 줄기’처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시급한 사안은 복지 현장에서 이용자들이 마주할 의료기기가 노후화를 겪고 있는 점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사회적 흐름에서 의료기기 노후화는 국민 건강성 제고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국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사회가 ‘마약 청정지대’라는 간판을 떼야 할 처지가 됐다. 처벌이 불가능한 신종 마약으로부터 법적 보호망이 얕다는 지적과 함께, 군 내에서 마약 관련 징계 사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군 내 마약 관련 징계 3년 만에 3배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군 내 마약사범들을 제대 후에도 관리할 수 있는 범부처 간 협업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서영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마약 관련 징계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총 30명의 군인이 마약과 관련해 징계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 간부들의 적발 건수가 적지 않은 가운데 강등과 감봉 처분이 각각 17%로 가장 많았고, 군기교육(13%)·휴가단축(13%), 파면(10%) 등의 순으로 많았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우리나라 육·해·공군을 통틀어 입대 후 전체 병사의 30% 이내 인원에 대해 1년에 1회 이상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입영 판정 당시 마약류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병사 또는 군 간부들을 다음 마약류 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체계적인 마약류 검사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영석 의원은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재범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방부가 입영 대상자 및 현역병을 대상으로 마약류 간이 검사를 해 양성판정 여부에만 치중할 뿐 재발 방지 및 예방 등 사후 관리에 대한 세부 지침이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군복무 후 사회에 복귀하면 마약범죄에 더 쉽게 노출되는 만큼, 군 내 마약뿐만 아니라 군복무를 마친 뒤에도 마약에 노출되지 않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방부 등이 범부처 차원에서 마약 예방 및 사후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잡아도 처벌 불가”…유럽산 신종 마약, 한국선 무방비

2023년도 유럽연합마약청(EUDA)에 보고된 신종향정물질 26종 중 7종(27%)이 (임시)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마약류 관리에 빈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를 통해 제출받은 ‘2023년도 유럽연합마약청(EUDA) 신종향정물질’ 자료에 따르면, 26종의 신종향정물질 중 7종(27%)이 (임시)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물질을 소지하거나 매매해도 처벌하지 못해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Iso-3-MMC’는 2023년 2월15일 오스트리아에서 보고된 3-MMC와 분자식이 동일한 물질이다. 3-MMC는 합성 카티논으로 암페타민이나 엑스터시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연합마약청의 ‘2022년 유럽연합 신종향정물질 압수 현황’에 따르면 3-MMC가 9.3%를 차지하고 있어 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대검찰청의 ‘2023년 마약류별 단속 현황’에 따르면 마약류로 단속받은 2만7611명 중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단속받은 인원이 70.8%(1만9556명)로 가장 많았으며, 대마 14.8%(4085명), 마약 14.4%(3970명) 순으로 나타났다.

남인순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신종 마약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고, 대마, 마약보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단속되는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식약처가 마약류대책협의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만큼, 신종향정물질에 대한 보다 선제적인 대응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지능화하는 마약 범죄…신분위장수사 도입해야”

마약 사각지대의 구멍이 넓어지자, 신분위장수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갈수록 지능화되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 수사에 신분 위장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태 의원은 “살인사건, 성범죄, 마약사범, 촉법소년 범죄 등이 일제히 증가세에 있고 이에 비해 처벌은 미약하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범죄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최근 2년 만에 마약사범이 67% 증가했고, 압수된 마약량이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며 “마약 공급체계 대부분이 비대면 구조로 돼 있고, 제조나 공급하는 조직들이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마약 수사에 신분 위장 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6일 마약범죄 대응을 위해 신분 비공개 및 위장 수사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