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들었던 노래…브람스의 자장가

앤드루 벤슨 브라운 (Andrew Benson Brown)
2024년 10월 17일 오전 11:06 업데이트: 2024년 10월 17일 오전 11:06
P

자장가의 대명사인 이 곡은 거의 모든 사람의 귀에 익숙한 노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 곡을 언제 처음 들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 곡은 단순한 멜로디가 계단식으로 음계를 따라 움직이며, 불협화음이나 예상치 못한 긴장을 유발하지 않는다. 6/8박자의 부드러운 리듬은 흔들리는 요람을 연상시키며 마치 어머니의 품속같은 따뜻함과 안전함을 느끼게 한다. 이 곡은 느리지만 균형 잡힌 화음의 미묘한 변화로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포근한 선율은 결국 듣는 이를 행복한 잠에 빠져들게 한다.

‘요람의 노래’

이 곡은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지휘자였던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의 작품이다. ‘요람의 노래’ 또는 ‘브람스의 자장가’(작품 49, 4번)로도 알려진 이 곡은 세계에 널리 알려진 곡 중 하나다.

브람스의 천재성은 그의 다양한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곡은 복잡한 구조와 깊은 감정으로 구성된다. 그는 자장가뿐만 아니라 관현악곡, 협주곡, 레퀴엠과 같은 대작 또한 다수 탄생시켰다. 그는 대작을 통해 웅장하고 깊이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능했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하면서도 보편적인 곡도 완벽하게 완성했다.

외로운 천재

브람스는 항상 작곡에 몰두하느라 가정을 꾸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랑 대신 음악을 위해 살았던 브람스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요를 만든 작곡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음악을 들려줄 자식을 갖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번 인연을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상대 중 몇몇은 역사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베르타에게 보내는 구애

그는 20대 후반에 인생의 여인을 만났다. 그리고 그 여인은 ‘요람의 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브람스는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며 함부르크 여성 합창단을 지휘하던 중, 합창단원인 베르타를 만났다.

좋은 인연으로 관계를 이어가던 브람스와 베르타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1859년 10월 9일에 보낸 첫 번째 편지에서 브람스는 그녀를 ‘존경하는, 친애하는 친구’라고 불렀다. 이후 편지에 적힌 호칭은 친구에서 ‘존경하는 여인’으로, 그리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음악에 대한 고견과 감정을 나누며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몇 년 후 두 사람의 관계는 브람스의 잘못으로 급격히 냉각됐다. 그는 작품 활동에 몰입하던 중 일방적으로 그녀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고 소식을 끊었다. 이에 상심한 베르타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돌아가 부유한 사업가 아서 파버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게 두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은 끝이 났지만, 브람스는 그들(베르타와 그의 남편 아서)과 평생 친구로 지내며 우정의 관계를 유지했다.

‘자장가’의 영감

베르타와 아서 사이에 둘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브람스는 이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탄생을 기념하고자 ‘요람의 노래’를 작곡했다. 이 노래는 과거 베르타가 자신에게 들려준 오스트리아의 유명 곡 ‘그렇지 않아요(S’is Anderscht)’의 선율을 일부 차용해 쓴 곡이다. 1868년 8월 브람스는 노래를 선물하며 친애하는 파버 부부에게 편지를 보냈다.

“어제 제가 아이를 위해 ‘요람의 노래’를 작곡했다는 걸 알아챌 겁니다. 제가 이 곡이 당신들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듯, 당신들도 이 곡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당신이 아들을 위해 이 자장가를 부를 때면 아마 이 노래가 사랑의 노래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이 곡은 즉각적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뒀다. 이후 이 곡은 피아노부터 밴드 합주까지 거의 모든 악기를 위해 편곡돼 꾸준히 연주돼 왔다.

아이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노래

이 곡뿐만 아니라 자장가는 아이의 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장가는 아이들의 인지 발달, 창의성, 감정 표현을 향상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태중의 아기는 대략 임신 16주 차부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24주가 되면 엄마의 목소리와 언어 패턴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자장가와 같은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음악적 성취를 위해 개인적 사랑을 포기했던 브람스는 말년에 이르러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남겼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그의 자장가에서 달콤하고 포근하지만 아련한 그리움도 느낄 수 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삶에서 원했던 바를 모두 성취하진 못했지만, 브람스의 작품에 담긴 정서적 통찰력은 선율을 넘어 듣는 이의 가슴에 울려 퍼진다.

앤드루 벤슨 브라운은 미국 미주리주에 거주하는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는 음유시인 부엉이 출판사의 편집자이자 미국 혁명에 관한 서사시인 ‘자유의 전설’의 저자입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