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올랐네’…9년 만에 최대 낙폭 기록한 中 8월 주택 가격

강우찬
2024년 10월 16일 오후 6:02 업데이트: 2024년 10월 16일 오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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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개 도시 중 상하이·난징만 올라…中 언론들 “바닥친 것”
中 인플루언서 “고가 주택 헐값 거래 때문, 일반 구매자 착각 말아야”

중국의 8월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상하이만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을 두고 ‘주택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칭화대 석사 출신으로 구독자 140만 명을 거느린 경제 인플루언서 ‘지칭커모(吉·青珂莫)’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같은 1선 도시라도 상하이와 다른 도시들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매월 전국 70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을 신규(신축) 주택과 중고(구축) 주택으로 나눠 가격 변동을 전월과 비교하거나(環比), 전년 동월과 비교해(同比) 공개하고 있다.

자료가 발표되면 중국의 경제 신문과 전문가들은 1~4급으로 나뉜 중국의 도시 등급에 따라 분석하기도 한다.

1급(1선)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곳만 있으며 모두 경제가 발달한 연안 지역의 대도시다. 2급 도시는 지방 대도시, 3급 도시는 중소 도시다. 그보다 더 규모가 작은 4급 도시도 있다.

국가통계국의 8월 부동산 가격 자료에 따르면, 전국 70개 도시 가운데 신축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한 곳은 67곳이었다. 가격이 오른 곳은 상하이, 난징 단 2곳으로 각각 0.6%, 0.3% 상승했다. 시안은 보합세를 보였다.

도시 규모별로는 1급 도시가 전월 대비 0.3%, 하락했고 2급과 3급 도시는 각각 0.7%, 0.8% 내려갔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급 도시가 4.2% 하락했고 2급과 3급 도시는 각각 5.3%, 6.2% 하락했다.

2024년 8월 중국의 70개 주요도시 주택 가격 변동 현황 | 중국 국가통계국

로이터통신은 중국 70개 도시 전체의 8월 신축 주택 가격을 종합하면 전년 동월 대비 평균 5.2% 하락했다며 14개월 연속 하락이자 9년 만에 최대 낙폭이라고 전했다.

중고 주택(구축) 가격은 70개 도시 중 지린성(0.1% 상승)만 빼고 69곳에서 하락했다.

1급 도시는 전월 대비 0.9% 하락하며 하락폭이 7월보다 0.4%포인트 확대됐다. 2급과 3급 도시는 1.0%, 0.9% 하락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선 도시가 9.4% 급락했고 2선과 3선 도시 역시 각각 8.6%, 8.5% 낙폭을 보였다.

베이징 신경보 등 중국 언론들은 정부의 부동산 경기 회복 지원책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상하이의 상승세에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상하이사회과학원 산하 부동산 전문 조사기관인 ‘이쥐(易居)연구소’의 연구총괄 옌웨진(嚴躍進)은 “상하이가 6개월 연속 주택 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것은 현재 부동산 시장 회복의 이정표 도시가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옌웨진 연구총괄은 또한 “전년 동월 대비 15개월 연속 하락세였던 난징이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이는 일부 지방 대도시 주택 가격이 조정을 마쳤으며 상승으로 반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들이 긍정적이며 효과를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경제 인플루언서 지징커모는 “가격은 내려가고 있으며 조정은 아직 멀다”고 반박했다.

그는 “신축이든 구축이든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전월이 아니라 전년 동월 대비”라고 강조했다.

지칭커모는 “신축을 보면 1급 도시 중 베이징, 광저우, 선전은 각각 전년 동월과 비교해 3.6%, 10.1%, 8.2% 하락했는데 상하이만 4.9% 올랐다”며 “상하이만 4.9% 상승”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축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모두 하락했다. 각각 8.5%, 5.8%, 12.5%, 10.8%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지칭커모는 “상하이만 보면, 신축은 4.9% 올랐는데 구축은 5.8% 내려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하이의 신축 주택이 일반 소비자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따졌다.

부동산 경기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 상하이 신축 주택 거래는 일반적인 구매 형태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상하이 주택 가격이 시장에서 일종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국가통계국의 8월 자료가 주택을 구매하게 만들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음모의 주체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칭커모는 상하이 주택 거래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일반 주택 시장의 추세와는 구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 사례로 1억800만 위안(약 206억원)에 나온 상하이 고급 주택가인 황푸강변의 한 저택이 약 40% 할인된 6800만 위안(약 129억원)에 최근 거래된 일을 제시했다.

지칭커모는 “6800만 위안을 주고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며 “상하이 고급 주택들이 3천만 위안(약 57억원)씩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사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푸강변 주변 구축들은 1제곱미터당 20만 위안(약 38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17만 위안(약 3250만원)으로는 떨어져야 거래가 잘 된다”며 상하이 주택 가격의 상승은 팔리지 않던 고급 주택이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