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리핀, 공산 중국 겨냥한 대규모 합동 훈련…한국도 참가

강우찬
2024년 10월 16일 오전 11:45 업데이트: 2024년 10월 16일 오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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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 하루만인 15일부터 연례 합동 훈련
미국 주도로 동맹국 한·일·영·프 참가…中 군사적 팽창 견제

미국과 필리핀 등 6개국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15일부터 시작했다. 훈련 장소는 필리핀을 둘러싼 여러 해역이며, 대만과 남중국해와 가까운 곳도 포함됐다.

오는 25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이번 연례 ‘카만닥 훈련’은 미국과 필리핀 해병대가 우방국과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해오고 있는 훈련이다.

필리핀 해병대와 미군 외에도 한국, 일본, 영국, 호주, 프랑스에서 총 병력 2300여 명이 참가하며, 태국과 인도네시아 해병대가 훈련 기간 동안 참관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해병대의 아르투로 로하스 사령관은 훈련 개막 연설에서 “이번 합동훈련은 필리핀과 동맹 간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준다”며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병대 동남아 순환군의 스튜어트 글렌 중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지역을 위협하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안보 환경에 맞서 지역 안보에 대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 훈련은 중국 공산당이 산하 인민해방군 육·해·공·로켓군을 동원해 지난 14일 대만 포위 훈련을 마친 지 하루 만에 시작돼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대만 포위 훈련이 대만 총통의 연례 정기 연설을 겨냥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당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관련 성명에서 “미국은 대만해협과 대만 주변에서 진행 중인 인민해방군 합동 군사 훈련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앞서 10일 대만 라이칭더 총통은 국경절 기념 연설에서 “대만해협 양안은 서로 종속적이지 않으며 대만은 중국의 병합 시도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은 1951년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후 수십 년간 합동 훈련을 해왔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현재 대만을 지배 중인 중화민국 정부를 상대로 군사적 위협을 확대하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주변국에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대만은 중국 공산당의 영유권 주장이 역사적으로도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청나라는 청일전쟁에 패배하면서 1895년 일본에 대만섬을 할양했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 패전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빼앗은 모든 영토의 지배권을 포기했다.

중화민국(현 대만 정부)은 승전국으로서 미국과 영국의 동의하에 대만을 통치해왔다.

현재 중국을 지배 중인 중국 공산당은 지금까지 대만을 통치한 적이 한 번도 없으나,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이기 때문에 영토를 수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 이 지역에서의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과 이해관계가 깊은 일본, 호주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필리핀과 지난해 9월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은 필리핀을 침략한 역사적 사실이 있지만, 필리핀과 활발한 협력 관계에 있다. 특히 필리핀은 중국 공산당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과 일본 양국은 지난 2022년 4월 외교·국방 2+2회의를 열고 중국 공산당에 맞서기 위한 방위 협력 의사를 확인했으며, 올해 7월에는 서로 파병을 쉽게 하기 위한 상호접근협정(RAA)을 체결했다.

한국 역시 이러한 동남아시아의 세력 균형 재편에 대처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은 필리핀과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아직 군사적 협력 관계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진 않았다. 다만,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맞설 수 있도록 필리핀을 도와줄 것을 다른 동맹국들에게 요청하고 있어 한-필리핀 간 군사적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

한편, 필리핀은 지난달에도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해 손발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