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블루 월’서 트럼프와 동률…해리스 캠프 총력전

강우찬
2024년 10월 16일 오전 10:09 업데이트: 2024년 10월 16일 오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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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6곳 중 3곳, 실질적으로 민주당 우세 ‘블루 월’
이번 선거에선 예상 밖 ‘초박빙’…해리스 캠프, 집중 공세

미국 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우세 지역 단속에 집중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향후 6일간 미시간에서 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2일, 위스콘신에서 하루를 보내며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미 의회전문 매체 ‘더 힐’이 최근 보도했다.

블루 월은 민주당의 전통적 우세 지역인 18개 주와 워싱턴DC(컬럼비아 특별구)를 가리킨다. 미국 지도에서 보면 마치 벽을 쌓은 것처럼 일렬로 붙어 있어, 민주당 색깔인 파란색을 따라 ‘푸른 벽(블루 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난 1992년부터 2020년까지 28년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한 블루 월에 균열이 갔던 것은 딱 한 번뿐이다. 공화당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출마한 2016년 대선 때다.

당시 경합주 가운데 블루 월에 속하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3개 주가 트럼프에게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압도적인 열세’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뒤엎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 승리하며 대권을 쥐었다.

2020년 대선 때, 이들 3개 주는 조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결과가 나오면서 민주당에 돌아온 듯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이상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트럼프 지지율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 힐’이 여론조사기관 ‘디시즌 데스크 HQ’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16일 기준, 블루 월 3개 경합주에서는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해리스가 0.7%포인트 앞섰지만,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는 각각 0.8%포인트, 0.1%포인트 트럼프가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대선은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된다. 승자가 해당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다. 전체 선거인단은 각 주의 연방하원의석 수(인구 비례) 연방상원의석 수(주당 2석)를 합쳐 538명이다. 과반인 270명 이상 가져가는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

블루 월 소속 경합주 3곳 가운데 선거인단 수는 펜실베이니아가 19명으로 가장 많지만 남은 2개 주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도 숫자가 적지 않다.

해리스 캠프로서는 이들 3개 주 가운데 한 곳만 잃어도 뼈 아프다. 대선 막바지에 이곳저곳 다닐 곳이 많은 분주한 상황에서도 텃밭 지키기에 나선 이유다.

선거 전문가들은 해리스 캠프가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이 했던 실수, 민주당 텃밭이라며 안심했던 경합주 3곳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통치기구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전 관계자인 이반 자피엔은 이번 3개 주 투어를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통해 마련한 선거 전략”이라고 더 힐에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힐러리 캠프의 2016년 선거 전략에서 부족했던 점이 인구통계학적으로만 접근하고 직접 해당 주에서 발로 뛰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투표한 아랍계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실망하고 있는 것도 해리스에게 여파를 미치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해리스 역시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면서 아랍계 미국인이 많은 미시간주를 비롯해 오대호 연안 지역에서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알 모투르는 특히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의 표심을 우려했다. 그는 “해리스가 약간 앞서고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반반이라고 생각한다”며 언제든 판세가 바뀔 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블루 월의 3개 경합주는 미국의 중공업 중심 지역인 ‘러스트 벨트’에도 속한다. 이곳은 역대로 선거에 있어 노조의 입김이 강한 곳이지만,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노동계 지지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리스는 전미자동차노조(UAW·조합원 40만명)와 미국교사연맹(AFT·180만명) 등의 지지를 얻었으나, 미국 최대 운송 노조인 팀스터스(130만명), 국제소방관협회(IAFF·35만명) 등은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중립을 선언했다.

중립을 선언하긴 했지만 팀스터스와 국제소방관협회는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바이든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트럼프를 지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6개 경합주 가운데 블루 월 소속인 3곳을 제외한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에서는 트럼프가 앞선다는 게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 결과다.

아직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지만, 이들 3개 주는 지난 수십 년간 주로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는 점에서 해리스가 뒤집기는 어렵다고 선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리스로서는 블루 월 3개 주에 사활을 걸려 있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 5일과 9일 펜실베이니아를 찾은 데 이어14일에도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타운홀 미팅(지역 주민과 대화)을 통해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며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