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소규모 사업체 지원 공약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발표

강우찬
2024년 10월 15일 오전 11:28 업데이트: 2024년 10월 15일 오전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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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캠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 흑인 이탈에 고심
요건 충족시 상환 안 해도 되는 2만 달러 대출 등 지원책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소규모 사업체 지원을 골자로 한 공약을 발표했다.

14일(현지시각)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opportunity’ for Black men Agenda)”라고 이름 붙인 공약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 패키지에는 소규모 사업체에 최대 2만 달러의 탕감 가능한 대출(forgivable loan)를 제공하고,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흑인 사업주들에게 새로운 산업 접근성을 확대한다는 등의 방안이 담겼다.

이번 공약 발표는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 특히 흑인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해리스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시에나대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흑인 유권자 5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78%로 힐러리 클린턴(92%), 조 바이든 대통령(90%)에 비해 뚜렷하게 떨어졌다.

특히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해리스 지지율은 70%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85%)에 크게 못 미친다. 선거 전문가들은 흑인 남성 중에서도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 그룹에 비해 민주당의 여러 정책에서 소외당한다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공약에는 흑인의 가상화폐 사업 접근성을 높이고, ‘겸상 적혈구 질환’ 같은 흑인 발병률이 높은 질병에 치료와 퇴치에 초점을 맞춘 ‘국가 건강 형평성 이니셔티브’도 포함됐다. 현재 미국의 질병 대응이 흑인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이번 공약이 흑인 남성 맞춤형이며 경제적 혜택에 집중됐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이번 공약에서 더 많은 흑인 남성이 교사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련 대출을 지원하는 연방정부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를 적극 활용해 흑인들의 자격증 취득 기회를 늘리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흑인 표심 이탈 중 한 요인으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늘어난 불법 이민자 유입이 지적된다. 이들은 흑인 일자리를 잠식해온 것으로 평가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경 문제 책임자로 임명됐던 해리스 지지율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가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흑인 청년 남성 4분의 1이 올해 대선에서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고 답했다.

흑인과 함께 불법 이민자 유입에 따른 최대 피해 그룹으로 지목되는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지지율 부진도 해리스 캠프의 걱정거리다.

이에 해리스 캠프는 스페인어로 ‘해리스를 지지하는 남성들(Hombres con Harris)’이라고 이름 붙인 단체를 결성해, 히스패닉을 포함한 유색 인종 남성 유권자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이 단체는 주요 지역에 흑인 유명인을 초청해 미식축구와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등 남성들의 취향에 맞춘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