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플레 우려 심화…소비자 물가 8개월 연속 0%대, PPI는 예상치 밑돌아

강우찬
2024년 10월 14일 오후 5:49 업데이트: 2024년 10월 14일 오후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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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매체 “소비 수요 견조”  VS 서방 매체 “생산 위축 심화”
중국 정부는 “기저효과 고려하면 예상 범위 이내”

중국 경제에 드리운 디플레이션의 그늘이 계속 짙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8개월 연속 0%대 상승에 머무른 반면 생산자물가는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3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9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전월(8월)의 전년 동월 대비 0.6%에 비하면 상승폭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6%에 못 미친 수치다.

9월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8% 하락하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2.5% 하락을 밑도는 결과다. 이로써 중국의 PPI는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다루는 서방 매체와 관영 매체의 방향성은 매우 대조적이다.

신화통신 등 중국 공산당 관영 매체들은 이번 국가통계국 자료를 “소비자들의 수요가 안정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 등 서방 매체들은 “PPI 하락폭이 더 커졌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의 물가가 8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중국 관영 매체 쪽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다.

중국 란포안 재정부장(재정부 장관)은 토요일이었던 전날(12일)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는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큰 여지를 갖고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기 부양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이 문 닫은 토요일에 경기 부양책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구체적인 숫자가 없는 방안에 실망한 투자자들로 인해 주가가 요동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최대 4조 위안(약 766조원)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런데 란포안 재정부장은 여력이 있다는 말로만 발표를 끝낸 것이다.

중국은 반년 이상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일정 수준으로 오르며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발신해야 하지만, 그 반대 신호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자산운용펀드사인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에 “중국은 내수 약세로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전날(12일)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듯, 재정정책 기조가 변경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화끈한 부양책으로 내수를 살려야 디플레이션 우려를 떨쳐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통계국 수석 통계학자인 둥리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9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에 그쳤지만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0.9% 상승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저효과를 반영한 중국의 9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예상 범위 이내라는 결론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주 동안 내수 촉진과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인 5.0% 안팎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거듭 발표해왔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일부 분석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일시적인 효과만 낼 것”이라며 “더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경제 둔화가 내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 장즈웨이는 “재정 부양책의 규모가 중요하다”며 “디플레이션 전망이 더욱 확고해지기 전에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