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답변_정찬권 국가안보재난연구원장
숭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겸임·초빙 교수,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을 지냈고 국가위기관리포럼 공동대표, 행정안전부 재난안전훈련평가단 부단장 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독자 핵무장 주장이 나온 배경은 어떻습니까?
“우선, 국민 불안을 가중한 북한 핵무기 위협의 현실화를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의 고도화·경량화·다종화를 넘어 발사체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고 발사 장소도 저수지, 철도 등으로 다원화, 그리고 직경 50cm 전술 핵탄두의 표준화로 호환성을 높였습니다. 여기에다 2022년 9월 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 무력정책에 대하여’를 제정해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을 명시한 점과, 올해 6월 북·러 군사동맹 복원과 밀착 행보는 국제사회와 한국의 커다란 위협으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우려하는 면도 있습니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을 희생하겠느냐는 거죠. 윤석열 정부는 북핵·미사일위협 감소·대응책으로 2023년 워싱턴선언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가동에 이어 올해 7월 한미 정상이 ‘한반도 핵억제·핵작전지침’ 서명과 핵전략 자산의 전·평시 한반도 배정, 핵·재래무기가 통합(CNI)된 일체형 확장억제를 문서화했습니다. 이러한 전례 없는 획기적 외교 성과에도 불구하고 확장억제 신뢰성 여부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는 점과 대선을 앞둔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당 정강에 북한 비핵화 문구가 지워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P5(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중심의 ‘국제 비확산 레짐’의 핵 개발 통제력 약화와 와해 가속화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컨대 ▲중·러 양국의 핵 비확산 체제(NTP) 무력화 조장·방관 ▲러시아의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비준 철회 ▲미·러 양국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중단 선언 ▲러시아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법령 서명에 이은 미국의 탈퇴 선언 등입니다. 아울러 한국이 세계 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 반도체·배터리·인터넷 강국, K-pop 문화 등 대체 불가능한 첨단기술 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의 분출도 한몫하고 있으며 세계화 진전에 따른 국가 간 상호 의존성 심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리 국민의 70%가 독자 핵무장을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핵무장 찬성 여론은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ICBM 발사, 2019년 하노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핵무장 가능성 언급 등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찬성 이유로는 ‘북한의 비핵화 추동과 7차 핵실험 저지, 미국의 대한국 외교안보정책변화를 견인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확장억제 신뢰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화, 즉 한미 상호방위조약 개정, 한미연합작전계획 반영 등을 끌어 내는 효과적인 기제가 될 수 있다’, ‘미국 핵우산 아래 또 하나의 작은 핵우산을 펴서 미국의 글로벌 확장억제 역할 기능 일부분을 떠맡아 부담을 경감시켜 주면 더욱 견고한 한미동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등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독자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비확산체제(NPT)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과 대남 제재로 경제 폭망 △정치·외교적 고립무원 자초해 최빈국 전락 가능성 △한미동맹 파탄, 주한미군 주둔 명분 희석돼 대북 억지력 약화 불가피 △역내 핵 도미노 현상 초래, 군비경쟁 촉발, 안정성 해치고 북한 비핵화 및 핵 동결 불씨마저 소멸 우려 △핵 개발 및 성공 후 과다한 유지 비용 소요로 국방 딜레마 초래 등의 부작용을 걱정합니다.”
-핵무장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회자되는 방안은 대체로 △독자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핵 잠재력 확보 △확장억제 강화 등으로 집약됩니다. 한 국가의 핵무장 추진은 국제 비확산 체제 훼손, 핵 강대국 반대, 국제사회 제재, 국내 지지와 국론 통일 등과 같은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여간 큰 게 아닙니다. 더욱이 친북좌파 정권과 그 추종 세력이 ‘평화가 안보’라는 거짓 프레임과 북한 핵 위협을 축소·왜곡한 후유증도 큰 걸림돌입니다.”
“핵무장 실현 가능성 분석평가(표 1-1)에 따르면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독자 핵무장은 핵 비확산 체제 위반, 외부 제재 불가피, 한미동맹 악영향 그리고 주변국 거센 반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NTP 위반 여부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배치(背馳) 여부 △외부 제재 △한미동맹 유지 △주변국 반대 여부 등 5개의 고려 요소를 준거 삼아 정성적 평가를 실시한 결과입니다. 대내외 리스크를 줄이며 북한 핵 위협 억제·대응을 위한 최적의 방안은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같은 핵 잠재력 확보와 통합(CNI) 확장억제 강화가 실현 가능한 선택지로 식별됐습니다. 이는 만약 한미 양국이 자체 핵무장 방안을 놓고 협상할 경우 핵무장 지지 여론이 높은 한국은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핵 비확산 원칙 붕괴와 한미 워싱턴 선언 위배, 핵 도미노 확산 등을 우려하는 미국은 협상을 결렬시키고 현상 유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독자적 핵무장 찬성 여론이 한미동맹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대가로 자체 핵 개발 억제와 한반도 비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의 독자 핵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제 비확산 체제 붕괴 우려, 핵확산 도미노 현상 촉발, 그리고 자체 핵무기 없는 동맹국이 핵을 가진 동맹국보다 통제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나 핵 억제력 보유는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의 대한 방위 역할 축소·약화 초래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핵무장한 한국은 미국에 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남-북이 공포의 핵 균형 달성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인도-태평양 전략 추동 및 대중국 전략적 견제 수단으로 활용 가능, 그리고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필요성 감소로 인한 국방비 절감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축소하고 국내 사회경제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고립주의 여론이 확산하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핵무장 찬성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한미동맹이 어느 정도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죠.
“한미 양국의 전략적 이해와 안보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 러시아의 서진(西進) 행보 저지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맹 등 이해 당사국에 대한 안보 제공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미국이 비핵국가인 한국보다 핵보유국인 한국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배경이죠. 미국이 핵을 보유한 한국과의 동맹 강화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목표 달성을 촉진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격상된 한미 핵 동맹으로 북한 핵 위협을 억제·상쇄해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상부상조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 독자적 핵 개발을 한 국가가 제재는커녕 미국의 원조를 받은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북한 등이 해당합니다. 1960년대에 핵 개발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은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은 후 미국으로부터 매년 30억 달러 지원을 받고 민감하지 않은 핵기술과 태양열 에너지 기술 협력협정까지 체결했죠. 파키스탄은 9· 11 테러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협조를 구실로 매년 20억 달러 이상을, 인도는 대중 견제 협조 대가로 대규모 투자와 원자력발전소 건설, 무기 판매 등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북한도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매년 50만 톤 중유, 경수로 등을 제공받았고요. 한국 또한 핵개발 포기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 철회, 원전 건설 지원 등을 얻어냈고, 기보유한 핵무기를 폐기한 우크라이나도 넌-루가법에 따라 16억 달러 규모를 지원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요.
“미국이 그들의 국가 이익에 따라 핵 잣대가 달라지는 이중성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미국의 암묵적 동의와 합의가 전제된다면 우리의 독자 핵무장은 한미 모두 이익이 되는 윈-윈 기제(機制)로서 유용성이 적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추후 독자 핵무장 추진을 위한 논의, 정책기획 등 초기 단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미국과의 절대적 신뢰 관계 유지는 필수 전제조건임을 상기해야 합니다.”
“파스칼은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고 갈파했죠. 국가적 위기 방지와 진정한 평화는 강력한 힘이 뒷받침될 때 가능합니다. 비핵화를 거부한 북한의 핵 무력 증강과 대남 핵 공격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독자 핵무장 제기는 필연적이고 당위성 또한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비대칭 미일안보조약 개정, 나토식 핵 공유와 핵 반입 검토 주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트럼프 집권 시 확장억제 축소와 방위비 증액 압박이 큰 만큼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 여지가 적지 않습니다. 외부의 반대에 지레 겁부터 먹고 우물쭈물하기보다는 미국과 안보 동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