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응 미흡 비난 공세…바이든은 “허위 유포” 반발
해리스 재난 대응 책임자로 임명돼 “부통령으로선 이례적”
피해 집중된 플로리다 주지사와 해리스 간 진실 공방까지
미국 대선 투표일을 약 3주 남겨둔 가운데,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이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면서 막판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과 현직 부통령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를 ‘직무유기’로 비난하며 공세의 포문을 열었고,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동남부는 2주 사이 두 번의 허리케인이 상륙하면서 수백 명의 사상자와 수백만 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달 24~29일에는 최대 풍속이 시속 220km에 달하는 허리케인 헐린이 플로리다주에 상륙해 인근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등 총 6개 주에 걸쳐 최소 223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실종자를 발생시켰다.
이달 9일 밤에는 아직 피해 복구 중인 플로리다 지역에 재차 허리케인 밀턴이 들이닥쳤다. 밀턴은 한때 최고등급 5등급까지 세력이 커졌으나 상륙 시점에는 3등급으로 약화됐고 이후 2등급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최대 시속 170km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고 있어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 상륙 전부터 20여 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사상자를 냈으며 주택 100여 채가 파괴됐다.
이번 허리케인은 미국 대선의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 6곳 중 2곳인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를 휩쓸었다. 막판 표심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와 해리스도 이번 기회에 승기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 11일 네바다를 방문 중이던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 화상으로 참가하며 허리케인 대응에 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가 허리케인 대응에서 주요 역할을 맡게 됐다”며 “이번 행정부에서는 일반적으로 부통령이 맡지 않았던 역할”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밀튼으로 인한 피해가 500억 달러(약 67조원)로 추정된다며 정부의 대응 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가장 큰 입”이 트럼프라고 비난했다.
해리스는 트럼프를 공격하진 않았지만 ‘가격 인상을 금지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떠올리게 하는 미묘한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녀는 “이 위기를 이용해 불법으로 사기를 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회사, 개인을 주유소나 공항, 호텔 카운터 등 어디에서든지 감시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리스는 바이든에게 연설을 끊고 자신에게 말할 시간을 달라며 재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바이든은 “여기에서는 그녀가 내 상사”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는 연방정부가 허리케인에 대응할 자금이 없다며 그 이유로 불법 이민자나 외국을 지원하느라 나랏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번 재해 구호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허리케인 대응은 미국 대선의 승부를 가를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잘 대처하면 지지율이 상승하겠지만 잘못된 대처로 유권자들의 분노를 살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리스가 이번 재난 대응에서 자신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허리케인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위, 과장 발언을 한다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한편, 이번 피해가 집중된 플로리다의 주지사인 공화당 론 드산티스는 해리스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재난 대응과 관련해 전화를 ‘했느냐, 안했느냐’로 진실 공방 중이다.
드사티스 주지사는 허리케인 밀턴이 플로리다에 상륙하기 전 해리스와 대응을 논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받지 못했다며 이전에는 허리케인 대처 때 대통령(트럼프, 바이든)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해리스가 밀턴이 상륙하기 전에 드산디스 주지사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지자, 드산티스는 이 사실을 몰랐으며 보좌관도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해리스를 이번 재난 대응 책임자로 지정하며, 대선 표심 잡기에 도움이 되도록 밀어주고 있다. 재난 대응 책임자로서 해리스의 성과가 직접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10일 드산티스 주지사는 CNBC에 “해리스는 그 과정(재난 대응)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트럼프와 바이든 시절에 모두 플로리다에서 허리케인을 겪어왔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정치화하지는 않았다”고 해리스에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은 지난 7일 드산티스 주지사와 전화 통화해서 허리케인 대응에 관해 전화를 잘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