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해리스 지원 첫 유세…“변화 원하면 트럼프 뽑아선 안 돼”
흑인 유권자, 여성 진보 지지 높아졌지만 남성은 보수 성향 짙어져
미국 대선(11월 5일)이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원 유세를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는 10일(현지시각) 펜실베니이나 피츠버그 대학교에 마련된 유세장 연단에 올라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변화를 열망하는 청년층 유권자들을 겨냥해, 변화를 원한다면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이날 오바마는 연설 시간 상당 부분을 트럼프를 비난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트럼프를 ‘음모론 유포자, 이기적인 인물’로 묘사했으며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신에게 좋은 쪽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변화를 원하는 청년 유권자들에게 해리스에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이번 유세는 그동안 해리스 지지에 다소 소극적 모습을 보이던 오바마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부여된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는 아내 미셸 여사와 함께 여전히 민주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세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사퇴하면서 후임으로 해리스를 지목한 당시, 민주당 주요 인사 중 가장 늦게 해리스 지지를 밝혀 다소 의문을 자아낸 바 있다.
이후 지난 8월 20일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 아내 미셸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해리스 띄우기에 동참하며 이런 의문을 해소했으나 직접 유세장에 나타난 것은 이번 펜실베이니아 유세가 처음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앞으로 대선 전까지 3주가량 전국 주요 지역을 돌며 해리스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미셸 여사도 해리스에 대한 더욱 확고한 지지를 보낼 전망이다.
AP통신은 이번 소식을 전하며 해리스와 오바마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초기부터 해리스가 그를 지지했으며, 오바마는 그런 해리스가 올해 대선 후보로 지목되자 자신이 데리고 있는 인재풀을 캠프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편, 또 하나의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도 해리스 지지를 위해 출격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는 13~14일 경합주 조지아주 농촌 지역에서 ‘버스 투어’ 형태로 유세하고, 이어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하며 노동자 측을 중심으로 공략에 나선다.
다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는 여전히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 가운데서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의 전직 대통령들은 트럼프 지원 사격에 나서지 않고 있으나, 청년층에 영향력이 큰 보수 팟캐스터(유튜버와 비슷)인 아딘 로스, 앤드루 테이트, 조 로건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경합주뿐만 아니라 청년층 표심도 관건이다. 올해 약 4080만 명의 Z세대(10대 중후반~20대 중반) 청년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낙태, 성 정체성 등에 이전보다 더욱 진보적 견해를 보이며 정치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반면, 젊은 남성들은 같은 이슈에 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추세는 비슷하다. 과거에 비해 트럼프의 미국 전통적 가치 옹호 정책을 지지하는 흑인 남성 비율이 늘어나면서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을 3주가량 남겨 놓고 등판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 오바마는 “여러분을 비난했던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남성의 힘의 표시라 생각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트럼프를 지지하는 흑인 남성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려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