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으로 천국을 구현한 화가, 안드레아 포초

마이클 윙(Michael Wing)
2024년 10월 10일 오후 8:00 업데이트: 2024년 10월 11일 오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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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산티냐시오 성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성당 내부의 붉은 별이 새겨진 곳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우주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눈앞에 펼쳐진 듯 신성함을 느낄 수 있다.

‘산티냐시오의 승리’

산티냐시오 성당 | Fiat 500e / CC BY 4.0, (삽화) 화가 안드레아 포초의 자화상 | 퍼블릭 도메인

산티냐시오 성당의 본당 중앙의 천장에는 완벽한 원근법이 구현된 거대한 프레스코화가 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예술가 안드레아 포초(1642~1709)의 천부적 재능으로 탄생했다. 그는 콰드라투라(quadratura/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에서 주로 돔에 천장화를 그리기 위해 쓰인 원근법에 의한 작품)의 대가로 원근법 구현에 대한 피나는 연구를 통해 환상적인 작품을 다수 남겼다.

‘산티냐시오의 승리’(1685), 안드레아 포초 | 퍼블릭 도메인

산티냐시오 성당의 천장을 장식한 ‘산티냐시오의 승리’는 바로크 시대의 걸작 중 하나이자 안드레아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산티냐시오 성당은 예수회 설립자로 1622년 시성(諡聖)된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에게 봉헌한 성당이다. 건축물이 완성된 후, 내부를 꾸밀 적임자로 안드레아가 발탁됐고 그는 뛰어난 기교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산티냐시오의 승리’의 세부(1685), 안드레아 포초 | 퍼블릭 도메인

성당의 천장은 큐폴라(돔)가 아닌 평면이다. 하지만 안드레아는 평면에 입체감을 불어넣어 돔처럼 보이도록 그림을 그렸다. 그는 돔에 그림을 그리듯 선형 원근법(한 지점에 수렴하는 선을 사용해 깊이를 만드는 기법)을 바탕으로 평평한 천장에 확장성을 부여했다. 바로크 시대에 유행했던 기법의 하나인 트롱프뢰유(trompe L’oeil), 즉 눈속임 기법으로 현실의 공간과 그림 속 환상의 공간을 매끄럽게 연결했다.

그의 작품으로 인해 층고가 다소 낮았던 천장은 세 배 높이로 솟아오른 듯 보였고, 신성한 빛으로 뒤덮인 기둥과 아치로 장식됐다완벽한 원근법으로 인해 어디부터가 그림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천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림 속에 배치된 파스텔 색조의 구름과 천상의 인물만이 이 광경이 허구임을 드러낸다.

신성을 표현하다

이 작품은 안드레아가 소속된 이탈리아 예수회의 선교활동을 주제로 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각기 신성과 종교, 지구의 인물들을 대변한다.

‘산티냐시오의 승리’의 세부(1685), 안드레아 포초 | 퍼블릭 도메인

그림의 중앙에는 십자가를 진 예수가 공중에 떠 있다. 그의 옆구리 상처에서 한 줄이 빛이 발산돼 신을 영접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성인(聖人)을 끌어당긴다. 신성함을 상징하는 이 빛줄기는 성인의 몸에 부딪혀 굴절되며 작품 전체의 네 모서리로 향한다. 이는 세계 4대륙을 상징한다.

‘산티냐시오의 승리’ 속 유럽, 아시아, 미국, 아프리카 (시계방향) | 퍼블릭 도메인

작품의 각 모서리에는 그 지역을 상징하는 여인의 모습이 있다. 낙타를 타고 손을 들어 빛을 받으려는 아시아의 여인과 악어를 타고 있는 어두운 피부색의 여인 등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바로크의 종합 예술

‘산티냐시오의 승리’가 위대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작품만으로 바로크 시대 예술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다. 당시의 ‘종합 예술’은 건축, 조각, 회화가 결합한 것으로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관객이 특정한 위치에서 바라보아야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작품의 가운데에서 감상해야만 완벽한 원근법에 입체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관객이 점점 가장자리로 갈수록 왜곡된 비율로 보이게 된다. 그래서 성당 바닥에 붉은 대리석 별을 새겨 넣어 작품 감상에 최적화된 장소를 표시했다.

산티냐시오 성당 바닥의 별 모양 대리석. ‘산티냐시오의 승리’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 | Shutterstock / Kumpel

바로크 예술의 정수와 예술에 대한 안드레아의 집념을 온전히 담은 이 작품은 최적의 지점에서 감상한다면 그 속에 구현된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신성함에 매료될 수 있다.

마이클 윙은 캐나다 캘거리에서 태어나 예술 교육을 받은 작가 겸 편집자입니다. 그는 주로 문화, 사람, 트렌드 뉴스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