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이 고사성어는 ‘여러 산이 겹치고 겹친 산속’이란 뜻으로 소위 ‘어려움이 더해졌을 때’ 사용된다. 그리고 이 단어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상황과도 궤를 같이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직장’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포브스는 지난 8일 ‘세계 최고의 직장’ 평가를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이 평가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부터 4년 연속 1위에 올랐으나 이번 조사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1위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직장 1위에서 밀려난 데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그중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 사업에서만 15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또 성과급에 대한 불만 등으로 지난 7월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196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점도 재조명됐다.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시장 기대치에 밑도는 성적표를 내며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인 사과 메시지를 낸 점도 여파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본사의 연결 기준으로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1조 원의 2024년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실적의 경우 전기 대비 매출은 6.6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 내 영업이익은 당초 증권과 컨센서스보다 15%가량 낮은 수치다.
◆ 위기 직면한 삼성전자, 대대적 조직개편 착수
삼성전자도 현재 자신들이 마주한 위기를 인지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 회복을 핵심으로 한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조직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에서의 임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 등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임원 수’가 감축 추진의 이유로 지목됐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주요 사업부의 수장 역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