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전국 순회 기자회견 나선 시민단체…“공자학원 추방하라”

이윤정
2024년 10월 09일 오후 9:03 업데이트: 2024년 10월 09일 오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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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대표 한민호, 이하 공실본)’와 ‘CCP(중국 공산당) 아웃!’이 공자학원 추방 촉구를 위한 세 번째 전국 순회 기자회견에 나섰다.

두 단체는 지난 10월 7일 전북 원광대·우석대, 전남 세한대를 시작으로 이튿날 광주 호남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자학원 폐쇄를 요구했다. 해당 대학은 교내에 공자학원이 설립돼 운영 중인 곳들이다.

원광대(전북 익산)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우석대(전북 완주)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세한대(전남 영암)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특히 지난 8일엔 광주광역시 내 4곳을 돌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먼저 광주 남구청 청사 앞에서 ‘정율성로 개명 및 정율성 우상화 시설물 철거’를 요구했고, 주광주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광주에서의 통일전선공작 중단’을 촉구했다. 광주시청 앞에서는 ‘공산주의자 정율성 공원조성 철폐 범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광주시가 정율성 우상화를 폐기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어서 오후에는 호남대 앞에서 공자학원 즉각 폐쇄를 요구하며 공자학원연합회 측에 공자학원의 정체에 대해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10월 8일 광주시청 앞에서 ‘공산주의자 정율성 공원조성 철폐 범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 공실본 제공
광주광역시 남구청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중국 정부는 2004년 ‘중국어 교육 및 중국문화 확산과 대외 협력을 위한 학술기관’으로 선전하며 전 세계에 공자학원을 설립해 왔다. 하지만 ‘공자’를 내세운 이름과 달리 공자학원에선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가치관을 중시하며 도덕과 윤리로 사람들을 교화한 공자의 사상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공자를 재물과 권력을 탐(貪)한 소인배로 가르치고, 모택동이야말로 위인이라고 학생들을 세뇌한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에 힘입어 2020년 말 기준 162개국 540여 개로 불어났다. 그러나 차츰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의 조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을 확대하는 선전·첩보 공작기관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공자학원 퇴출 운동이 시작됐다.

미국만 해도 한때 118개에 달했던 공자학원이 2023년 10월 기준 10개 이내로 줄었고, 독일, 프랑스, 호주, 캐나다, 스웨덴을 비롯해 서방 각국도 공자학원을 추방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에서도 두 개의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이 속에서 한국만 요지부동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으로,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인 서울공자아카데미(강남구 역삼동)를 비롯해 총 23개 공자학원(대학 내 22곳)과 16개의 공자학당(초·중·고)이 있다. △강원대 △계명대 △경희대 △국립제주대 △대진대 △동서대 △동아대 △세명대 △세한대 △순천향대 △안동대 △연세대 △우석대 △우송대 △인천대 △원광대 △제주 한라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외대 △한양대 △호남대 등에 설립·운영 중이며 이 중 5곳은 국립대학이다.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인 서울공자아카데미(강남구 역삼동)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한민호 공실본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는 국회가 나서서 공자학원의 정체를 폭로하는 보고서도 발표하고 공자학원 추방을 위한 법률도 제정하는데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학과 교수들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월 7일 한민호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 대표가 우석대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실본 제공

한편, 공자학원 설립계획이 취소된 사례가 처음으로 나와 눈길을 끈다. 공실본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충남 공주영명고등학교는 “공자학당 설립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순천향대(충남 아산)와 공주영명고는 지난 8월 신규 공자학당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소식을 접한 공실본과 중공아웃은 영명고 측에 공자학원의 실체에 관한 설명자료와 관련된 기사 등을 제공하고, 10월 8일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임을 고지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영명고 측이 회의를 거쳐 공자학당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그 사실을 공실본에 알렸다”고 전했다.

주광주 중국총영사관 앞 기자회견 | 공실본 제공

이들 시민단체는 2021년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대한민국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 공자학원이 설치된 22개 대학 및 16개 중·고등학교에 공자학원 폐쇄를 요구해 왔다.

3년 전 9월 첫 전국 순회 기자 회견을 시작한 이들은 작년 4~5월에도 전국 22개 대학교 소재 공자학원을 일일이 순회하며 “공자학원 추방”을 외쳤다. 특히 작년 5월엔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공자학원을 방치해 중국 공산당의 침투를 방관하는 교육부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앞(5월 31일), 부산 동서대와 동아대 앞(10월 4일)에서도 동일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수시로 전국 각지를 돌며 공자학원 퇴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오는 15일엔 충청권을 순회한다”며 “이달 중으로 전국 22개 공자학원 소재 대학을 모두 방문해 공자학원 폐쇄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