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후보 당선·낙선은 물론 선거 시스템 불신 유도
“선거 끝난 후에도 미국사회 분열 심화 공작 우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하원 및 상원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자국에 도움 되는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비판적 견해를 밝힌 후보를 낙선시키는 활동에 들어갔다고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통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7일(현지시각) 밝혔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일에는 연방 하원(임기 2년) 전체 435석, 상원(임기 6년) 전체 100석 중 34석을 뽑는 의회 선거도 같이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양당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 하원 다수당이 단 몇 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현재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까지 얻어낸다면, 향후 정국이 불리하게 펼쳐질 수 있다.
반면, 트럼프가 승리하고 상하원을 전부 가져간다면 2016년 행정부 때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번 양원 선거 역시 대선 못지 않게 향후 미국 국가적 방향성을 결정 지을 중대 이벤트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가정보국 국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친우크라이나 성향 의원들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선거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 외에도 허위 정보, 쟁점이 되는 이슈에 대한 선동,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광고 등 특정 후보에 관한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콘텐츠의 확산이 포함됐다.
또한 현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이나 경제, 재난 대응 등을 비판하며 유권자 간 극한 대립을 촉발하고, 미국의 정치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투표율을 낮추려는 공작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선거 개입 시도는 인종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미국 내 인종 갈등을 부추기고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공작을 통해 특정 후보를 폄하한다.
국가정보국장은 이러한 외국의 적대 세력이 미국인으로 위장하거나 아예 실존하는 미국인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화상 브리핑에서는 이러한 선거 개입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공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의 선거 시스템 자체, 더 나아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브리핑에서 정보당국 관계자는 “(외국 세력은) 투표가 끝난 후에도 선거 결과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는 공작을 계속할 것”이라며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를 훼손함으로써, 미국인 사이의 분열을 더 심화시키는 등의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외세의 선거 개입은 상하원 연방의회 선거뿐만 아니라 주정부 선출직 등 지방정부 선거까지 표적이 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밖에도 쿠바와 이란도 각자의 이익에 따라 선거 개입을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사이버 보안 당국은 외세의 개입이 발생하더라도 전반적인 선거 결과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젠 이스터리 사이버보안및인프라보안국(CISA) 국장은 지난 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악의적인 행위자들이 노력하더라도, 선거 결과에 실질적으로 바꿀 만큼 큰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주정부와 지방당국이 투표와 집계 등 선거 시스템 보안에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스터리 국장의 발언은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선거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한 의심이 여전하다는 수백만 명 유권자들의 견해와는 대조적이라고 AP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중국, 이란, 쿠바는 미국의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