臺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 되지 않아” 유엔 총회 기간 양안 충돌

최창근
2024년 09월 30일 오후 5:18 업데이트: 2024년 09월 30일 오후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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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국제연합(UN·유엔) 총회가 개최 중이다. 총회장에서는 중국 대만 양안(兩岸) 간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당정(黨政) 외교 수장인 왕이(王毅) 국무원 외교부장은 유엔총회에서 ‘유엔 결의 2758호’에 의거하여 “대만을 포함한 중국 대표권 문제는 완전히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대만은 “국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며 강력 반발했다. 왕이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을 겸한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9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참석했다. 왕이 부장은 연설에서 “53년 전 제26차 유엔총회는 결의 2758호를 채택해 유엔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를 유엔에서 유일한 합법적 대표로 인정하고 즉시 유엔과 산하 기관에서 대만 대표를 추방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을 포함한 중국 전체의 유엔 대표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으로 ‘두 개의 중국’은 존재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대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원칙에는 회색지대나 모호한 공간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반드시 완전 통일을 실현하고 대만을 조국의 품으로 회귀시킬 것”이라면서 “이것은 어떤 사람도, 어떤 세력도 막을 수 없는 역사의 대세이다.”라고 했다.

대만 일간지 ‘자유시보(自由時報)’ 9월 29일 보도에 의하면 이날 대만 행정원 외교부는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만해협 양안의 객관적 현황이며 국제사회가 공인한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유엔 결의 2758호 내용은 대만을 언급하고 있지 않고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도 아니다. 결의안은 대만과 무관하며 대만의 유엔 대표권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만 외교부는 “중국은 국제적 시각을 오도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이 유엔 결의 2758호를 왜곡해 대만해협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를 위한 법리적 기반을 조성하려는 악의적 의도를 국제 사회가 직시하고, 대만 평화와 안정·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수호를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달라.”고 밝혔다.

같은 날 행정원 대륙위원회도 의견서를 발표했다. 의견서에서 “중국 공산당 당국이 의도적으로 결의를 왜곡하고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부당하게 연결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으며 대만 국민 역시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륙위원회는 대중국 문제 전담 부처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유엔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권리의 회복’ 제목의 유엔 결의 제 2758호(XXVI)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엔총회는 유엔 헌장의 여러 원칙을 상기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유엔 헌장의 보장 및 유엔 헌장의 준수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가 유엔에서 중국을 대표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임을 승인함과 함께 중화인민공화국이 가지는 여러 권리를 회복시킨다.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임을 인정하며 유엔 및 관련 조직을 불법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장제스 정권 대표를 즉시 추방하기로 결정한다.”

대만 통치자 장제스는 삼국시대 촉한(蜀漢) 재상 제갈량(諸葛亮)의 ‘후출사표(後出師表)’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며 이른바 “한적불양립(漢賊不兩立)”을 주장했다. 중국의 정통을 계승한 중화민국(中華民國)과 공비(共匪·공산 비적)에 불과한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은 양립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장제스가 인용한 후출사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선제(유비)께서는 ‘한(漢)나라와 역적(조조)은 서로 양립할 수 없으며 황업(皇業)은 천하의 한 귀퉁이로만 안주할 수 없다.’ 하시며 신(제갈량)에게 역적 토벌을 당부하셨나이다(先帝慮 漢賊不兩立 王業不偏安 故託臣以討賊也).”

결의 내용 중 ‘추방’의 의미를 두고 해석 논란이 일었다. 회원국 가입·탈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인데 2758호 결의를 뒷받침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방’의 의미가 ‘중국’ 대표로서의 권리만을 경질하는 것인지, 회원국 자격까지 모두 박탈하는 것인지 명시돼 있지 않았다. 미국 등 자유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었으나 중화민국이 자진해서 유엔을 탈퇴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다.

또 다른 논란도 있다. 결의에는 ‘유엔에서 합법적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담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만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표현은 없다고 맞서왔다. 결의는 유엔에서의 중국 대표권 문제만을 다루고 있어 대만이 언급되지 않았으며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거나 중국이 유엔 시스템에서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만은 중국이 이를 ‘하나의 중국 원칙’과 부당하게 연결해 대만이 유엔과 그 산하 기관에 참가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를 억압하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대만 외교부 조약법률국장을 지낸 량광중(梁光中) 주한국타이베이대표부 대표는 9월 27일 자 국내 일간지 기고문에서 “유엔총회 제2758호 결의는 단지 중국의 유엔 내 대표권에 관한 결정일 뿐이며, 결의문 어디에도 대만이 언급되지 않았다.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라는 내용도 없으며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엔에서 대만을 대표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적도 없다. 결의는 대만과 관련이 없다. 중화민국(대만)은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로서 중화인민공화국과 상호 종속 관계가 아니다. 대만을 국제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만 정부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을 한 번도 지배한 적이 없다.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며 이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