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물론 국제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에 대한 추적과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미국의소리 중국어판은 대만 민주주의연구소(Doublethink Lab)와 공동으로 첨단 빅데이터 분석 기업을 통해 중국의 사이버 공작, 특히 미국 대선에 관한 허위 정보 유포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실제 혹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사진·동영상을 이용해 양측의 극렬한 대립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특정 후보 지지자로 위장,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어 가 영향력을 키우고 정치적 분열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보뿐만 아니라 상원과 하원의원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작이 이뤄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동조사에서는 정치적 이슈가 가장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중국 관련 계정 201개를 추적했다.
VOA는 “조사 결과, 중국의 사이버 영향력 공작은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약화하고,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 이슈를 증폭하며 대중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국내 이슈들로는 동성애자 권리, 낙태, 이민, 인종, 총기, 마약, 범죄율 등을 나열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이자 강점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사회는 의견이 다르면 바로 적으로 간주되는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논란에 불지르는 역할…목적은 여론의 극한 대립
신문은 갈등을 부추기는 허위 계정의 한 사례로 사용자명 ‘총총(congcong)’이라는 X 계정을 소개했다.
총총은 자신을 ‘인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긍정적 에너지를 공유하는 소녀’라고 설명하면서 미국 대선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이스라엘 문제에 관한 자극적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생산했다.
지난 13일에는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이라는 제목과 함께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쥔 손의 이미지를 올렸다. 손과 총, 소음기에는 각각 이스라엘, 미국, 유럽연합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게시물은 현지 시각 기준 새벽 3시 50분에 게재됐고 40여 개의 다른 계정에 공유됐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과 미국 간 청년층 복지 혜택을 비교하거나,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는 깃대를 배경으로 한 노숙자가 거리에서 미국 성조기 문양이 들어간 자루를 베고 누운 사진을 올렸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둘러싸고 찬반 대립 중인 유권자들의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특정 후보 지지자로 위장해, 유권자 네트워크에 침투
총 25개 계정을 거느린 네트워크도 발견됐다. 해당 네트워크에 속한 계정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꾸며,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 파고들려고 했다.
이러한 계정들은 지난 7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이후 트럼프를 찬양하는 게시물을 쏟아내고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들 계정은 미국인의 사진과 실명을 도용해, 미국인인 것처럼 위장했다.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사용해 애국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러 계정을 활용해 한 가지 이슈를 한쪽에서는 반대하고 다른 쪽에서는 침묵·외면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현재 해당 계정들은 VOA의 보고를 받은 엑스 측에 의해 삭제됐다.
중국 사이버 공작부대의 여론 갈라치기는 이미 국내 연구진에 의해서도 일부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윤민우 교수 연구팀은 앞서 석 달치(9~11월) 네이버 뉴스 댓글을 빅데이터 분석기법으로 확인한 결과, 조직적인 댓글 활동으로 의심되는 활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런 댓글은 중국이 우월하다고 내세우고 한국을 비하했다. 또한 한미관계나 한일관계를 비판했으며 한국 여론의 갈등을 조장하는 특징을 보였다.
또한 특정 지역을 비하하고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글도 대량 확인됐다. 이런 댓글 중에는 여론공작원들이 아닌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했다고 보여지는 글도 있었지만, 중국 공산당의 댓글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윤민우 교수 연구팀이 실제 사례로 소개한 댓글 중에는 한국어로 작성됐지만 어법이 미묘하게 어긋나거나 한국인이라면 사용하지 않을 단어를 구사했다. ‘친일파’, ‘한심’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다른 이용자들의 거친 반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한편, VOA는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중국 정책, 특히 인권이나 종교 자유, 경제 분야에서 날카로운 발언을 하는 상하원 의원들도 중국 사이버 공작부대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에는 상원과 하원 선거도 동시에 치러진다. 하원(임기 2년)은 435석 전석을, 상원(임기 6년) 100석 중 33석을 다시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