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미군 포로·실종자 인식의 날’ 행사…“반드시 가족 품으로”

제1회 한미연합 한국전쟁 미군 포로·실종자 인식의 날

2024년 09월 21일 오후 11:16

9월 2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특별한 추모 행사가 열렸다. ‘제1회 한미연합 미군 포로·실종자 인식의 날(1ST THE ROK-US KOREAN WAR US POW/MIA RECOGNITION DAY)’ 행사다.

미국에선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매년 9월 셋째 주 금요일을 ‘전쟁포로·실종자 인식의 날’로 지정한 이후 매년 이날을 기리는 행사가 미국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이 속엔 6·25 전쟁 포로와 실종자 7000여 명도 포함돼 있는데, 이 행사가 한국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단체 ‘리멤버투게더 7697’이 마련한 이 행사는 6·25 전쟁 때 포로로 잡혔거나 실종돼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미군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리멤버투게더(remember together)는 ‘함께 기억하자’는 뜻이고, 7697은 6·25 전쟁 발발 이후 이 단체가 만들어진 2018년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실종된 6·25 참전 미군 병사 숫자다. 최근 미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6년 사이에 232명의 유해가 가족 품에 안겼지만, 746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그중 5300명은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민단체 ‘리멤버투게더 7697’ 한정윤 회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행사에 참여한 수백 명의 시민들은 각자 입장할 때 받은 실종 미군 100명의 이름을 한 명씩 큰 소리로 호명하며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이날 실종 미군 7465명의 이름이 서울 용산에 울려퍼졌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행사 참가자들이 미군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고 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이날 6·25 유엔 참전국 전사자 명비가 있는 전쟁기념관 복도에는 전우를 위한 식탁이 차려졌다. 실종된 전우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촛불을 켜고 다 같이 묵념했다.

전우의 식탁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흰색 테이블 천은 나라의 부름을 받은 군인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헌신했다는 것을, 붉은 장미는 미군들의 생명을 상징한다. 노란 리본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전우를 기다리며 끝까지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접시 위 레몬 한 조각은 전우의 아픔과 쓰라린 운명을, 소금은 가족과 친구들의 눈물을, 거꾸로 세워진 와인잔은 전우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상징한다. 의자는 ‘주인이 없다’는 뜻으로 기울여 세웠다.

추모 기도에 나선 마틴 조 미 육군 군종장교는 “조국은 결코 여러분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전우회 황일웅 부회장은 POW/MIA(미군포로·실종자가족연맹) 총재가 보낸 편지를 대독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그들은 인정받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자유와 정의의 이상을 위해 싸웠다. 비록 그들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영혼은 우리 두 국가의 동맹이라는 옷감의 씨실과 날실이 됐고, 그들의 희생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번영의 토대가 됐다.”

주한미군전우회 황일웅 부회장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한국 대표로 참여한 한국방위산업학회 채우석 회장은 “미군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잿더미가 된 나라를 일으키고 자유민주주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며 주한 미군 측에 신간 ‘대한민국 방위산업 50년 그리고 미래’를 증정했다. 채 회장은 “한국 방산의 역사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소총 한 자루 없었던 한국이 자주포, 탱크, 잠수함 등을 수출할 정도로 성장한 과정을 보면 자신들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책 선물의 취지를 설명했다.

미군 측은 감사의 의미로 삼각형으로 접은 성조기를 전달했다. 하나는 한정윤 회장에게,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며 채우석 회장에게 전달했다.

미군 측이 한정윤 리멤버투게더 회장에 이어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에게 성조기를 전달하고 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행사는 참여한 시민들이 참전 용사 명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행사 참가자들이 6·25 전쟁 참전 용사 명비에 헌화하고 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