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뗐더니 쾅’ 中 화웨이 전기차 자율주행 사고…은폐 논란까지

2024년 09월 21일 오후 12:53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미국과 유럽이 관세 장벽으로 대항하는 가운데, 한국은 올해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이 1조 원을 돌파하며 공습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신에너지차(전기차, 하이브리드) 산업은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분야다. 경제 성장 둔화로 집권 기반이 흔들리는 공산당은 전기차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지난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하며 전월 5.1%보다 둔화됐다.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4.8%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산업 분야별로 살펴보면, 신에너지차와 로봇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5%, 20.1% 급성장했다. 침체된 제조업을 전기차 산업이 이끄는 실정이다.

문제는 중국산에 늘 붙어 다니는 품질 불량 꼬리표에서 전기차 분야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3월 기준 중국의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보급률은 48.2%를 기록했다. 그만큼 전기차 품질 이상을 나타내는 사건·사고와 이를 전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도 폭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웨이 전기차 아이토 M5를 시승했다가, 판매사원이 “자율주행 기능을 시연하겠다”며 두 손을 떼고 운전하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쳤다는 사연이 화제가 됐다.

이 사연은 중국 포털 텅쉰왕에도 기사로 보도되며 중국 전기차의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감을 증폭시켰다.

이에 따르면, 중국인 저우(周)모씨는 친구와 함께 지난달 28일 중국 후베이성 샹양(襄陽)시의 아이토(問界·AITO) 매장을 방문해 ‘아이토 M5 프리미엄’ 모델 구매 상담을 진행했다. 아이토는 화웨이가 전기차 업체 싸이리스(賽力斯·SERES)와 손잡고 만든 차량으로 중국에서 ‘화웨이 전기차’로 불린다.

저우씨는 상담 후 시승을 진행했는데, 판매사원이 운전을 맡았고 자신은 조수석에, 친구는 뒷좌석에 탑승했다.

운전 도중, 판매사원은 차량의 ‘스마트 주행(자율 주행) 시스템’ 성능에 매우 자신감을 보이며 해당 모드를 구동한 뒤 운전대에서 두 손을 뗐다.

얼마 후 100여m 전방에서 다른 차선을 달리던 버스가 좌회전하며 저우씨가 달리던 차선으로 들어왔으나, 판매사원은 자율 주행 성능을 보여주겠다며 차선을 바꾸거나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차량에 운전을 맡겼다.

하지만 차량은 그대로 질주해 버스를 들이받았고, 에어백이 가동하긴 했으나 충돌에 따른 충격으로 저우씨와 친구 모두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저우씨는 “(판매사원은) 자율 주행 모드를 켠 후, 운전대를 잡았던 손을 모두 뗐고 몇 분 후 버스가 좌회선했으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할 공안국 교통경찰이 발표한 사고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28일 낮 12시 58분께 발생했다. 차량은 사고 지점 7m를 앞두고 브레이크가 작동됐으며 속도가 시속 34km까지 떨어진 것으로 기록됐다.

저우씨는 자신이 치료받는 사이 아버지가 사고 수습을 위해 판매점에 방문했을 때, 직원들로부터 사고 수십 m 전에 브레이크가 작동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실제와 큰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판매사원의 무모함과 화웨이의 기술적 문제로 피해를 입었지만, 판매점 측은 피해 보상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대한다면 누가 당신들 제품을 사겠느냐”고 비판했다.

게시물에 글과 함께 공개된 사진을 보면, 버스 측면을 들이받은 차량 위에 자동차 커버가 덮여 있다. 이를 본 네티즌은 ‘사고 차량이 화웨이 전기차인 것을 감추기 위한 의도’라고 추측했다.

중국 화웨이 전기차 아이토가 자율주행 도중 좌회전 하던 버스를 들이받은 가운데, 아이토 차량에만 커버가 씌워져 있다. | 웨이보

현재 저우씨는 퇴원 후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아이토 판매점 측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판매점 측은 사고 경위에 관한 조사와 피해 보상에 관해서는 “회사 공지를 참조해달라”며 자세한 답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4월에는 아이토 M7 모델이 추돌 사고 후 문이 열리지 않아 일가족 3명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탑승자들은 사고 직후에도 살아 있었으나 매립식 전동 손잡이가 자동 돌출되지 않아 구조가 지체되면서 전원 사망했다.

같은 달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텅스 모델이 시승 도중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했으나 앞에서 신호를 받고 정차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 낸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