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중용의 미덕’ 추분(秋分),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

연유선 객원기자
2024년 09월 22일 오전 8:35 업데이트: 2024년 09월 22일 오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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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열여섯 번째 절기 추분(秋分)입니다.

추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거의 같아집니다.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뜻합니다.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는데요. 또 태풍이 부는 때이기도 합니다.

추분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를 말리는 등 잡다한 가을걷이 일이 많습니다.

또 추분에는 국가에서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습니다. 노인성제는 추분에 인간의 장수를 담당한다는 ‘노인성’에게 지내는 제사를 말합니다.

《태종실록》 11년(1411) 1월 11일 기록에는 “노인성이 나타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임금이 오래 살고 자손이 번성하는 까닭에, 추분날 남쪽 교외에 나가 제사를 지낸다고 하였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은 양(陽)의 기운과 음(陰)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는 중용의 때입니다.

《철종실록》 10년(1859) 9월 6일 기록에는 “추분 뒤에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罷漏,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 세 번 치던 일)하게 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기록처럼 우리 조상들은 추분날 종 치는 일조차 중용을 생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습니다. 이날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 해 큰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으며 작은 비가 내리면 길하고 날이 개면 흉년이라고 믿었습니다.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우리도 중용과 겸손의 미덕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