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석달 만에 또 일본인 피습, 초등생 사망…“언론 통제 정황”

중국에서 일본인 초등학생이 흉기 습격을 받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언론 보도를 통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소리(VOA) 중문판은 19일(현지시각) “중국 공산당 당국은 관련 뉴스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일본과 중국 당국에 따르면, 전날(18일) 오전 8시께 광둥성 선전에서 일본인 초등학생(10)이 일본인 학교에 등교하던 도중 중국인 남성(44)이 휘두른 날카로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아이는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 새벽 1시 36분께 숨졌다.
선전시 공안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는 뚜렷한 직업이 없는 중(鐘)모씨로 범행 후 현장 인근을 돌아다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으며 경찰에 “소란을 피우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목격자인 피해 소년 어머니의 친구에 따르면, 아이는 약 30m 뒤에서 엄마를 따라가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남성은 범행 후 목격자 앞으로 달려왔으며 피해 소년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사건 후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내 일본인의 안전 확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극히 비열한 범행”이라며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이번 범행이 정부와는 무관한 개인의 일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개별 사건이 중국과 일본 간의 교류와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안전 조치에 관한 일본 언론 질문에는 “중국(정부)은 중국 내 모든 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현지에는 언론의 전반적인 침묵 속에서 사건을 접한 중국인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애도하는 대조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중국 언론은 일본 소년의 사망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웨이보에 애도를 표하고 공격을 규탄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중국 주요 언론들은 이 사건을 다루지 않고 있으며, 인터넷 매체에서 사건 경위를 전하는 정도에만 그친다”며 “공산당 당국의 보도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판 구글인 검색포털 바이두에서 이번 사건을 검색하면 외교부 정례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기사들만 검색될 뿐이다. 그마저도 온라인 매체에 국한되고 관영매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주요 경제매체 차이신에는 이 사건을 다룬 기사가 실렸지만 곧 삭제됐다.
이번 사건을 전하는 대다수 중국 언론 기사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도 있다. 현지 취재를 삼가고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는 점이다. 해당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일본 언론들만 이번 사건을 거론했다. 마치 일본 측의 주장에서만 사건이 존재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전한다.
이번 사건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한 기사도 있었다. 텅쉰왕(qq.com 큐큐닷컴)에 게재된 온라인 매체 징바오(晶報)는 “선전의 한 일본인 학생이 한 건달이 휘두른 흉기에 다쳤고 결국 구조에 실패해 19일 오전 사망했다”고 전했다.
다만, 징바오 기사에서도 피해자보다는 “우발적 범행”이라는 현지 공안 발표, 사건 발생 후 현지 지방정부의 신속한 대응, 중국 외교부의 애도 표명과 외국인 보호 방침을 전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한편, 지난 6월에도 남동부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중국인 남성이 일본인 모자 등 3명을 습격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일본인 모자가 흉기에 찔려 다쳤고, 통학버스 안내원이던 중국인 여성이 이들을 보호하려다가 중상을 입고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