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40대 총리 탄생할까? 81년생 고이즈미 신지로 돌풍

최창근
2024년 09월 19일 오후 12:26 업데이트: 2024년 09월 19일 오후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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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기 총리 선거, 공식적으로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 총재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난 18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거는 3강 구도로 좁혀졌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 進次郎) 전 환경성 대신, 이시바 시게(石破茂) 전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담당 특명대신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 구도가 지속되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가 예상된다.

자민당은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탄생했다. 거대 정당이 된 자민당은 1993년 제40회 중의원 총선거를 통해 비(非)자민당 정권 탄생까지 38년 장기 집권했다. 이후 1993년 8월~1996년 1월(2년 5개월), 2009년 9월~2012년 12월(3년 3개월) 기간을 제외한 기간 동안 집권해 오고 있다. 이른바 ‘55년 체제’이다.

일본 총리는 국회 의결에 따라 국회의원 중에서 지명되지만, 자민당의 55년 장기 집권 체제 하에서 사실상 ‘자민당 총재 선거=총리 선거’로 간주되고 있다.

임기 2년의 자민당 총재는 ▲1차: 국회의원(367표)+ 당원투표(367표) ▲결선: 국회의원(367표)+ 지방표(47표)를 통해 결정된다. 선거 일정은 ▲9월 12일 고시, 후보자 등록 마감, 후보자 정견발표회 ▲9월 13일 후보자 공동기자회견 ▲9월 16일 자민당 청년국·여성국 주최 정책토론회 ▲9월 22일~24일 국민의 목소리 주최 정책토론회 ▲9월 26일: 당원 투표 마감 ▲9월 27일: 의원 투표, 개표 순으로 진행된다.

 

일본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투표권을 가진 국회의원(15일 기준), 당원·당우(14∼15일)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토대로 “9월 27일 열리는 1차 투표(734표)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대신,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각각 12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성 대신은 105표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문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대신,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성 대신이 경쟁하며 이 중 상위 두 사람이 결선투표를 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차기 총재로 어울리는 사람’을 질문한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9월 13∼15일)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25%로 1위를 차지했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대신이 22%로 뒤를 이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성 대신은 21%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전 간사장, 다카이치 경제안보대신이 각각 11%포인트, 7%포인트 상승한 반면 지난번 1위였던 고이즈미 전 환경성 대신은 11%포인트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의 9월 14∼15일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시바 전 간사장(26%), 고이즈미 전 환경성 대신(21%), 다카이치 경제안보대신(11%) 순이었다. 이전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성 대신이 이시바 전 간사장과 같은 21%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고이즈미 전 환경성 대신의 하락세는 동일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지지층을 보면 1위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32%로 1위고 지난번 1위였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4%로 떨어졌다.”고 해석했다.

일본 국내외에 관심이 쏠리는 인물은 단연 고이즈미 신지로이다. ‘고이즈미’라는 성(姓)에서 알 수 있듯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차남이다. 1981년생으로 올해 43세이다. 고이즈미 신지로가 총리가 되면 일본 최연소 총리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한국에서 이른바 ‘펀쿨섹좌’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환경성 대신 재직 시절 국제연합(UN·유엔) 회의에 참석하여 “기후문제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서 한국 누리꾼이 동문서답(東問西答)한다며 지어준 별칭이다.

이 발언은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담에서 나왔다. 당시 일본 환경 정책 주무 각료로 참석했던 고이즈미 신지로는 청년 세대가 탄소 저감 필요성에 공감하고, 미래를 위해 스스로 행동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미국 해군 제7함대 본부가 자리한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横須賀)시에서 태어났다. 정치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에스컬레이터식 학교’로 불리는 개신교계 일관교(一貫校·초중고 대학을 같은 학교에서 운영)인 요코하마(横浜) 간토가쿠인(關東學院) 무츠라 초·중·고등학교 졸업 후 간토가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집안 배경, 학력·경력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전 총리와 닮은꼴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세이케이대학(成蹊大學) 계열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세이케이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에 연수한 후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 晋太郎) 전 외무대신의 국회의원 비서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2008년 이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정계 은퇴 선언 후 지역구를 물려받아 고향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중의원에 당선됐다. 약관 28세였다. 이후 2012년, 2014년, 2017년 총선에서 내리 당선, 30대에 4선 중의원이 됐다. 내각에서는 2013년 내각부(內閣府) 대신 정무관(정무차관 해당)을 거쳐 38세이던 2019년 아베 내각 환경성 대신으로 입각했다. 1957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내각에서 39세에 우정성 대신으로 입각했던 나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이래 첫 30대 각료 기록을 썼다. 이후 2021년 총선에서 당선되어 40대에 5선 중의원이 됐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입각 직후부터 차기 총리감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신조 당시 총리,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현 총리 등 쟁쟁한 선배 정치인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 기염을 토했다. 2018년 자민당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모금 실적에서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아베 신조 총리,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성 대신에 이어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나이가 어린 데다 부친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한 탓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더디플로맷’은 고이즈미 신지로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나이에 비해 경험이 상당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젊은 나이를 강점으로 여긴다. 자신과 같은 나이에 백악관에 입성한 존 F. 케네디를 롤모델로 삼고 의원 사무실에 케네디 전 대통령 사진을 걸어 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