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부채 급증…가계·기업 뺀 나라빚만 1경3천조원

강우찬
2024년 09월 17일 오후 2:00 업데이트: 2024년 09월 17일 오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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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무원 ‘2023 정부 부채 보고서’ 발표
“숨은 채무 제외…빚 증가, 세수보다 빨라”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정부 부채가 77조7700억 위안(약 1경 4580조원)으로 공식 집계됐다. 지방정부 부채가 중앙정부 부채보다 많았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중국 국무원의 ‘2023년 정부 부채 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중앙정부) 채무액은 30조300억 위안, 지방 채무액은 40조 7400억 위안이었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의 정부(중앙·지방 포함)부채 비율은 56.1%였다. 이는 올해 초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이 집계한 55.9%보다 0.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같은 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5.2%이었다.

그러나 정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이른바 ‘숨겨진 채무’를 더하면 이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 숨겨진 채무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의 부채다.

LGFV는 중국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이다. 지방정부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정부의 상한선을 피해 재정 차입을 위해 설립했다.

지난해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지방정부들이 LGFV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2019년 40조 위안에서 2022년 말 기준 66조 위안(약 1경 2380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3년 사이 빚이 1.5배 이상 불어났다는 것이다.

같은 해 7월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중국 금융기관에 관한 보고서에서 LGFV 등 숨겨진 부채를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 채무 총액이 약 23조 달러(약 3경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보고서가 나온 후 파문이 일자, 한 달 뒤 중국 흥업은행은 “지방정부의 LGFV 조달 자금은 307억 달러(약 40조원)”라는 해명성 자료를 공개했다. 골드만 삭스 추산치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중국 경제 성장 이끈 ‘인프라 투자’…성장 둔화된 지금은 ‘덫’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규제를 무릅쓰고 별도 기구까지 설립해 인프라 투자를 지속한 것은, 이러한 방식으로 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손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방식은 고속 성장 시절에는 문제가 안 됐지만, 성장이 둔화된 지금은 경제의 건전성을 해치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RFA에 따르면 대만 국가정책연구소의 천원자(陳文甲) 수석 자문가는 “중국 공산당은 인프라 투자를 주된 경제 성장 촉진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방정부가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재정 차입을 규제하고, 지방정부는 이러한 정부 규제를 피해 LGFV로 빚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이 견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 지방정부 모두 부채로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천원자의 지적이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이나 그 밖의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했을 때마다 경제 성장을 유지하려 재정 지출을 늘렸고 그 결과 나라빚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천원자는 “중국 경제가 취약하고 정부 재정 수입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만큼 빠르지 않아 부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중 무역 마찰과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 경제 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빚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린야링(林雅鈴) 연구원은 “지방정부가 부채를 은폐하고 재정 현황을 허위로 보고하고 있다”며 “과거 지방정부의 주요 수입원은 토지 사용권 매각과 각종 투자·개발산업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세수가 감소한 데다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출이 늘면서 재정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린야링 연구원은 “부채를 해결하려면 경제가 되살아나야 하고 정부는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지난 7월 공산당 3중전회에서도 소비세 개혁과 지방정부 세금 배분 확대 등이 논의됐지만 실제 실행 여부는 실질적 정책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