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1개 지방정부, 상반기 적자 1000조원…상하이 1곳만 흑자

강우찬
2024년 09월 16일 오후 5:06 업데이트: 2024년 09월 16일 오후 5:06
P

중국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 장기간 긴축 재정을 유지해야 할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무원 산하 장관급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내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 따르면, 최근 중국 지방정부 상반기 세입·세출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1개 1급 행정단위(성·직할시·자치구) 중 30곳이 재정적자로 나타났다.

31개 지방정부 중 상반기에 흑자를 기록한 곳은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가 유일했다. 베이징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재정자립률이 50%에 미치지 못한 곳도 17개에 달했다. 일반공공예산 수입(재정수입)과 일반공공예산 지출(재정지출)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률은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다.

중국 31개 지방정부 재정자립률은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떨어졌고, 지난해와 비교해도 더 낮아졌다. 2015년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가 10% 이상 하락했다.

중국 31개 지방정부의 올해 1~7월 재정수입 및 지출 현황 | 중국 경제매체 거룽후이(格隆滙)

국가금융발전실험실은 “재정지출 증가율이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계속 높아지면서, 재정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지출 범위가 점점 작아진다”고 지적했다. 지출이 수입보다 더 빠르게 늘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악화되고 있다.

세수 증가는 둔화되는 반면 세외수입은 빠르게 늘었다.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 따르면, 상반기 세외수입을 공개한 22개 성·직할시·자치구 가운데 세외수입이 늘어난 지역은 19곳으로 모두 증가율이 세수보다 높았다.

세외수입은 주로 자산 처분이나 벌금, 몰수 등에 따른 수입이다. 세외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당장은 재정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산업 환경을 손상시켜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한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세수의 주요 부분이었던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이 급감한 지방정부가 세금과 벌금을 남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2022년 8월에는 산시성 위린시 당국이 채소 판매상에게 부과한 1천만 원 벌금이 관영 CCTV에까지 보도되며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이 판매상은 20위안(약 3700원)의 부당 이익을 거뒀다가 6만6천 위안(약 1230만원)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지난 7월 중국 재정부가 발표한 상반기 재정수입·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세수는 94억8천만 위안(약 1조7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지만 세외수입은 21억8330만 위안(약 4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이러한 세외수입의 급격한 증가를 두고 중국 온라인에서는 한때 ‘중국인 1인당 벌금이 700위안(약 13만원)’이라며 정부가 구멍 난 재정을 벌금으로 때우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벌이보다 씀씀이가 커지는 문제는 최근 정부 공식 집계자료에서도 또 한 번 확인됐다.

지난 9일 재정부 보고서에서 올해 1~7월 전국 일반공공예산 수입은 13조57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었으나 일반공공예산 지출은 15조 55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중국 신랑재경(新浪財經)에는 최근 ‘우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돈이 없다, 전국 1~7월 재정수지 5조7천억 위안 적자(약 1070조원)’라는 게시물이 발표됐다.

이 게시물에서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방만한 재정 지출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재정지출의 40%는 중국 전체 인구 5.66%인 8천만 명의 공무원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방정부 부채가 연간 수입을 넘어선다”면서 “그런데도 이자만 지급할 수 있으면 재정에 문제가 없다는 식”이라며 꼬집었다.

이 글은 논란이 촉발되자 곧바로 삭제됐다.

국가금융발전실은 “(지방정부) 부채 압력의 지속적 증가가 경제 건설과 인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방정부의 재정수입과 지출 간 두드러진 격차, 기존 행정 방식의 한계로 인해 재정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