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중국의 철강 공세 맞서 단합 촉구
세계 최대 철강대국인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대립을 피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일본 유력 총리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밝혔다.
14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자 9명을 초청해 열린 일본 기자클럽 토론회에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공동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 일본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도 당선이 확실시된다. 역대 최대 9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후보는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번 발언은 미국 정부가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일본 제철(Nippon Steel)의 미국 대표 철강업체 US스틸 인수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검토 중인 가운데 나왔다.
이번 인수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모리 다카히로 일본 제철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 수입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일본 정부에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한 조치를 고려해줄 것을 다른 일본 기업들과 함께 촉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제철은 미국 자회사를 통해 US스틸 주식을 전액 현금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제철의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3월 기준 연간 6600만 톤으로 세계 철강사 중 4위다.
US스틸은 약 2000만 톤으로 세계 20위권 밖이지만, 두 회사가 합병되면 연간 조강 생산 능력이 8600만 톤으로 늘어나 세계 3위권에 올라선다. 일본제철의 목표인 1억만 톤에도 더 가까워진다.
현재 세계 조강 생산량 1위는 1억3천만 톤을 기록한 중국의 바오스틸이다. 2위는 아르셀로미탈로 8600만 톤이다. 양사 합병으로 중국을 넘어서기는 아직 역부족이지만, 일본제철은 고급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 US스틸과 일본 제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번 거래를 승인해달라는 서한을 보냈으나, 미국 정치권은 이번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이 인수합병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우리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선거 중이며, 선거 기간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며 “이러한 아이디어에 일일이 반응하면 외교적 판단에 의문에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또 다른 총재 후보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도 해당 인수합병에 찬성했다. 그녀는 “일본과 미국은 동맹국”이라며 “철강산업은 우리의 결합된 탄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5년 장기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2009년 중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43세의 젊은 나이와 준수한 외모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특히 파벌에 몸담은 경력이 없어 파벌 정치로 비판을 받는 자민당 개혁을 이끌 인물로 여겨진다. 자민당은 지난해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주요 파벌 6개 중 5개가 해산했다. 이번에 역대 최다 총리 후보가 나온 것도 이러한 파벌 해체의 결과로 풀이된다.